더불어 사는 삶, 공정여행·공정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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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와혁신
  • 승인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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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논리 아닌 연대와 인류애에 가치
규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참여가 중요

박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방글라데시의 건물붕괴로 드러난 이탈리아 의류업체 베네통의 열악한 하청공장, 학교도 못가고 하루에 12시간씩 나이키 축구공을 꿰매는 방글라데시의 어린이, 하루에 아이폰 20만 대를 생산하기 위해 18시간씩 일하는 중국 팍스콘의 근로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광산에서 다이아몬드를 캐는 콩고의 광부, 쌀과 밀을 심고 싶어도 양귀비를 심을 수밖에 없는 아프가니스탄 농민.

선진국의 기업과 소비자가 저개발국의 저임금, 느슨한 환경규제에 기대 희희낙락 흥청대는 사이 저개발국의 어린이, 여성, 근로자 등 취약계층의 삶에 희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저임이지만 그나마 일자리와 소득기회가 있으니 불행 중 다행 아니냐는 힐난은 가진 자의 탐욕과 몰인정에 다름 아니다. 저개발국 취약계층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간 조약이나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선진국 소비자의 착한 소비, 자발적 참여, 연대의식, 공정거래 등도 절실하다. 이윤논리를 앞세운 무자비한 거대자본의 횡포에 맞서 시장에 따듯한 인류애를 불어넣고 연대, 공정, 가치를 추구하는 직업에 공정여행기획자, 공정무역전문가 등이 있다.

공정여행기획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꼽는 것이 해외여행이다. 통상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들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데, 여행코스, 숙박, 교통, 음식, 쇼핑 등이 모두 사전에 짜여있어 편리한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키지 상품은 대개 여행가이드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책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관광수입의 대부분은 해당지역의 주민보다 대형 호텔체인, 프랜차이즈 리조트, 대형식당, 대형 기념품점 등에 돌아간다. 현지 주민들은 관광지 개발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편을 겪거나, 관광객들로 인해 생업에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공정여행이란 개념은 1992년 리우회담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관광’, ‘책임여행’ 등으로 불리며 등장했다. 대형 공정여행사가 많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공정여행만을 기획하는 회사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공정여행기획자는 여행자, 관광지의 지역주민, 여행종사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공정여행을 할 수 있도록 여행상품을 발굴해 상품화하는 일을 담당한다.

공정여행을 통해 관광객은 추억을 얻고, 지역주민과 여행종사자들은 정당한 수입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패키지여행상품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기는 하지만 빠듯한 일정에 따라 휴식과 여유를 즐기기 어렵고 단체관광의 일정에 따라야하는 등 불편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정여행기획자가 되려면 관광지의 주민과 현지 여행종사자를 배려하는 따듯한 마음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현지 관광정보, 물가사정, 가이드 등에 밝아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상품의 개발이 가능하다. ‘한국관광공사’, ‘지속가능한 관광 사회적기업네트워크’ 등에서 공정여행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여행사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이수해두면 도움이 될 수 있다.

ⓒ 한국공정무역연합
공정무역전문가

한국인이 즐기는 최고의 기호식품으로 커피가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원두를 생산하는 저개발국의 농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거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여기에는 자본력과 독점력을 앞세운 중간수집상, 거대자본의 농간 앞에서 현지생산농민의 협상력이란 것이 보잘 것 없는 탓이 크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공정무역에 의해 수입된 커피나 초콜릿이 인기를 끄는 소위 ‘착한 소비’가 하나의 사회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무역전문가는 저개발국 생산자들의 권리, 정당한 가격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를 위하여 선진국의 최종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이 저개발국가 생산자에게 합리적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조, 판매, 유통의 전반에 걸쳐 분석하고 관리하는 일을 책임진다.

저개발국 농민들이 생산하는 커피, 카카오, 녹차, 홍차 등 기호식품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현지 농민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는 공정무역제품을 기획하고 무역전반을 관리하는 일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농산물 이외에도 의류, 공산품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세계무역에서 소외된 저개발 국가와 손잡고 제품의 생산기획에서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개발함으로써 자생력을 키워주는 일까지 담당한다.

공정무역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역실무, 외환거래, 보험, 물류 등 무역전반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하며, 거래하고자 하는 제품의 생산원가, 제품, 유통 등의 단계별 원가, 생산 및 유통과정에 대해서도 현장감 있는 정보파악이 필요하다.

공정무역전문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거나,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에서 ‘무역마스터과정’을 이수하고 무역업체에 취업해서 실무를 익히는 것이 좋으며, 관련자격증으로는 국제무역사, 외환관리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