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사회의 한 축, 이제 제 몫을 찾아야 한다
노동계는 사회의 한 축, 이제 제 몫을 찾아야 한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9.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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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들까지 행복해지는 길 찾아 단결해야”
여전히 내부 문제 집중하는 노동조합, 사회적 책임 필요
[기획인터뷰 2] 이형석 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

 ⓒ 광주광역시청

“그동안 떠올리던 광주에 대한 인상이 많이 바뀔 것입니다. 전국의 특 광역시 중 취업자 수 증가율 1위, 고용률 1위, 수출 실적은 대구의 2,4배, 대전의 4배. 인구 350만의 부산보다 125만의 광주가 수출 실적이 높습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형석 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은 지역 경제 현황과 고용 현황을 묻자 자랑거리가 많다며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광주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시의회 의장, 청와대 비서관, 환경단체 이사장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이 부시장은 다양한 경험이 시정을 꾸려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생은 어쩔 수 없나보다. 이야기 곳곳에서 노동자들을 위하는 진솔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광주, 더 이상 소비도시 아니다

새 정부 들어서도 고용 문제는 주요한 국정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광주 지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선 광주광역시의 변화된 모습부터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과거 광주의 이미지는 소비도시 아니면 문화 예술의 도시, 이런 정도였을 겁니다. 광주가 생산의 도시? 아마 고개가 갸우뚱하실 테지요.

예를 들어 보자면 광주광역시가 부산광역시를 지난해 10월부터 수출 실적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부산은 벌써 인구가 350만 명이예요. 우리나라 제1의 항구를 가지고 있고, 산업 기반도 엄청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6월말 현재 광주는 79억 불을 수출했고, 부산은 66억 불을 수출했습니다. 대전에 비해서는 4배, 대구에 비해서는 2.4배 정도 수출이 앞서고 있습니다.

이게 어떤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거냐면 자동차, 가전, 금형산업, 반도체, LED 광산업과 같은 업종입니다. 과거에는 시 전체 수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정도였는데, 지금은 60% 수준입니다. 아주 의미 있는 지표이지요. 광주는 지금 수출형 생산 도시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는 현 정부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직면해 있는 정책적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도 1997년 IMF체제 이후에 신자유주의 경제로 재편되어 금융시장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공공부문 민영화 등이 추진됐습니다. 이러한 무한 경쟁의 신자유주의 경제의 확산으로 세계 각국은 고용 없는 성장 고착화, 1%와 99%의 소득불평등 등 경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특히 광주시는 민선5기 들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신 성장체제 구축을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정책을 마련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 경제 모델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3년 동안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기업) 392개 육성으로 일자리 5천여 개를 창출했고, 향후 288개 설립을 지원해 2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청년들의 창업 아이템을 기업화하는 청년 창조기업 220개를 육성해 일자리 1천 개를 창출했고,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복지와 생계지원을 연계한 재정일자리 5만9천 개를 창출했습니다. 민간과 공공부문을 합해 전체적으로 87,425개에 달하며, 광주시의 일자리정책은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국의 광역시들과 비교해 봤을 때 올해부터는 고용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 5월에는 처음으로 광주시의 취업자 수가 71만 명이 넘었습니다. 7월 말 현재는 71만3천여 명입니다. 작년 동기 대비 취업자는 2만3천 명이 늘었는데, 인구는 5천6백 명 정도 늘었습니다. 인구도 늘고 있지만 인구의 네 배 정도 취업자 수가 늘고 있습니다. 대단히 좋은 지표지요.

수치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일자리의 질을 높여가는 것을 추구해야겠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파트타임 등을 늘려서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정책을 내 놓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지양하고 우량의 일자리를 늘려가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광주시의 수출 신장과 고용률 증가의 밑거름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 광주광역시청
“과거 DJ정부 시절 대구와 부산, 경남, 광주에서 4대 전략산업을 지역발전 차원에서 육성했습니다. 밀라노 프로젝트라는 이름은 들어보셨겠지만, 대구는 섬유, 부산은 신발, 경남은 기계, 그리고 광주는 LED 광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했습니다. 광주를 제외한 나머지 세 지역은 어찌 보면 당시 추진된 사업이 소멸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해당 전략산업이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게 광주지역입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에 투자를 통해 씨앗을 뿌리고 가꿔왔던 결과물들이 이제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육성을 위해 교육 훈련을 위한 인프라부터 시작해서 많은 기반 시설이 들어와 있습니다. 또한 R&D 특구로 지정되면서 첨단산업단지 내에 많은 연구기관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이들이 기업의 탄탄한 지원 소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용을 늘리기 위한 정책도 여러 모로 아이디어를 궁리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목표 실적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고용을 잘 한 사업장의 경우 인증패를 주고 있습니다. 이들 인증 사업장의 경우 세제 혜택이라든지 금융적인 부분에서 메리트를 주고 있습니다. 타 지역에서 광주에 투자한 기업가들이 종종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그런 게 없는데, 고용 창출을 잘 했다고 혜택을 주는 게 고맙다고 말입니다.”

노동계, 잃어버린 자리 찾아라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 노동계가 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근 광주 지역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 문제로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특히 작년 10월부터 60만 대 증산을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습니다. 이번 파업이 길어진다면 지역민들이나 기아자동차의 협력업체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하루 빨리 이 문제가 원만한 해결을 봤으면 합니다.

울산의 현대자동차도 그렇고 광주의 기아자동차도 그렇고, 이런 대기업 노조는 단순히 노동조합이라는 위상이 아닙니다. 지역사회 구성에서 아주 핵심적인 조직체입니다. 사회적으로 책임이 뒤따르는 조직이라는 의미입니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지만 이제는 노동조합도 이런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 노조는 내부의 문제만 해결하려고 들고 있고, 비정규직은 조직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의 목소리는 점차 약해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지난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노동문제가 정책 공약의 가장 핵심이 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복지의 이슈가 가장 컸습니다. 이 부분은 그만큼 노동계가 자기 몫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노동계가 사회의 한 축으로서, 이러한 의견개진 창구로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DJ정부 시절 노사정협의체가 처음으로 만들어졌고,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노사정 당사자들이 각각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광주시의 경우에도 노사민정협의회는 노동계, 산업계, 시민, 학계 등 각계 대표 30명 내외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지만, 개별 현안에 대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이 한계입니다. 협의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무분과위원회가 내실 있게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 흐름이 더 강화되면서 참여정부를 지나고 이명박 정부를 지나며, 노동자의 몫은 완전히 자리를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각각의 주체가 어려움을 감내하고 합의를 보았던 내용들이 길게는 지난 정부 시절까지 대부분 되돌아갔습니다. 순환출자 금지나 출자총액 제한제도처럼 대기업이 감내했던 고통은 회복됐습니다. 유일하게 노동만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노동자들이 행복해지는 길, 비정규직들까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노동계가 그간 잃어버린 부분을 회복해 가는 일에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노동계에 주어진 역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내부적인 자성도 분명 필요합니다.”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지원 제도 개선 부문 역시 노사민정 당사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입니다. 이와 관련된 계획이나 추진 활동은 어떤 게 있습니까?

ⓒ 광주광역시청
“광주시는 여성,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정책적 방향을 두고 대상별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여성 일자리 확대를 위해 고객센터, 수제공방 등 여성고용 친화적 산업을 육성하면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취업지원 강화를 통해 여성 일자리 2천8백 개를 창출했습니다. 또한 전국 최초로 손자돌보미사업, 여성친화기업 환경개선자금 등 지원을 통해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여성 일 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복지와 생계지원을 연계한 재정일자리 5만9천 개를 창출하여 노인일자리사업이 보건복지부로부터 2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임금 근로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우선 공공부문 전환 가능한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한편, 민간 비정규직 근로자 지원을 위해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 지원조례를 제정했습니다. 또 광역단체 중 최초로 비정규직 지원센터 설치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조직을 끌어간다

다채로운 이력을 갖고 계신데, 시정을 꾸려가는 지금의 위치에서 과거의 경험들이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을 꾸려 온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은행의 노동조합과 광주시의 시정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은 분명히 다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에 의해서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것, 인간관계가 조직을 끌어나가는 부분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과거의 경험에서 유리한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경험을 갖고 있다는 장점은 언제 어느 자리에 있더라도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 경험보다 앞서서 지역 금융인 출신으로서 지역사회와 지역경제에 대한 관심이 그동안 많았고, 광주시의 전체적인 경제 부분을 책임지고 다뤄본 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또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치단체와 중앙정치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꾸리는 역할, 또 환경단체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쌓았던 시민사회단체와의 인맥을 통해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등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업무 자체는 대단히 바쁩니다. 딱 10년 전인 2002년 7월에 시의회 의장으로 취임했는데, 지인들을 만날 때면 그때보다 두세 배는 일이 바쁘다고 곧잘 이야기하곤 합니다. 일이라는 게 항상 지나고 보면 아쉬운 점이 남기 마련인데, 이런 미련이 최소로 줄어들 수 있도록 광주시를 위해 열심히 뛸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