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업 떠나고 특구 지정도 허울 뿐
전통산업 떠나고 특구 지정도 허울 뿐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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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죽어간다
돈 안 되는 제조업 손 털고’
임대업자로 전환하는 지방업체들
최근 들어 지방의 주요 공단에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가 불황에 울상인 가운데 부동산 임대업이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

한때 대구 성서공단 내에서 꽤 큰 섬유공장을 꾸려나가던 J씨는 불경기가 지속돼 지난해 공장안 일부 시설을 들어내고 임대를 놓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예상외의 일이 벌어졌다. 공장을 임차하겠다는 가내 수공업형 소기업들이 생각 밖으로 많이 몰린 것이다.

지난해 임대수입이 꽤 쏠쏠했던 그는 올 들어서는 공장 한쪽으로 몰아 놓았던 직기들을 모두 처분하고 아예 임대 전문업자로 변신했다. J씨는 “제조업 해봐야 남는 것도 없고 전망도 불투명한데 누가 굳이 힘들게 공장을 가동하려 하겠냐”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조업 그만두고 공장터를 팔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공단에서 이런 현상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조그만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장동진(52)씨는 “최근 들어 공단 내 제조업들이 임대업에 뛰어들거나 아예 업종을 전환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고 전한다. 대표적 지방공단이 자리하고 있는 부산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지사에 따르면 2000년에 15건이던 공단 부지 임대가 2001년 74건으로 크게 늘었다가 2002년 46건으로 조금 주춤했지만 지난해 다시 111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최소 시설을 제외한 여유 공장터를 매각하는 것이 보편적 추세였으나 올 들어서 멀쩡한 제조업 기업들이 임대사업 등 부동산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양상을 보여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경제가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는 염려가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나라 어느 한 곳 경제가 멀쩡한 지역이 없지만 특히 주요 지방의 경제는 혼수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전통산업이 빠져나간 곳에는 마땅한 대체산업이 없어 주름이 깊어졌고 각종 특구로 지정된 지역에서도 이름만 거창한 정책에 대한 불신이 짙어지고 있었다. 체감 경기가 IMF 때보다 더 나쁘다는 지역주민들의 성난 민심은 찬 겨울바람을 만나 더욱 날이 섰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3대 정책 과제 중 하나로 등장했지만 균형 발전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지역경제.

2004년 막바지, 지역 경제 현장을 점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