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역량강화, 개인도 조직도 성장하는 길
직원 역량강화, 개인도 조직도 성장하는 길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9.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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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별로 서로 다른 욕구, 노사 함께 고민해야
단기적 성과문화로는 장기적 생존 보장 못해
[인터뷰 2] 유주선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위원장

올 하반기 주요 시중은행들이 현재 포화 상태인 영업점을 대폭 줄인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금융권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스마트뱅킹 등의 확대로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이 난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 때문에 금융노조와 은행사용자협의회 간의 산별중앙교섭도 교착 상태다.

신한은행이라고 해서 내외 금융경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지난 2월 취임한 유주선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은 “돌파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방향을 제시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은행 영업점 축소 소식이 들리던데 신한은행 상황은 어떤가?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는 아니다. 상황이 정말 어려운 곳과는 달리 신한은행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영업점 정리가 진행될 거 같다. 예를 들면 과거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이 합칠 때 인접거리의 점포들 중 남아 있는 곳이나, 과거에는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이전하고 구도심이 돼버린 지역,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출장소처럼 단출히 남아 있는 점포 인근에 타행의 대형 영업점들이 성업 중인 곳 등, 이런 영업점에 대해서는 노조가 폐쇄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은행장과 임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생산성 지표의 함정이라고 볼 수 있는 건데, 네 개의 영업점을 두 개로 줄였을 때 기존보다 수익의 총합은 분명 줄어들지만 생산성 지표는 좋아진다. 주주들이 이걸 원하지는 않는다.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갈수록 은행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인데, 무조건 점포를 줄여서 수세적이고 방어적으로 갈 필요는 없는 거 같다는 얘기를 했다.

신한은 지금 점포당 인원이 타행에 비해서 많지 않다. 또 금융센터를 많이 만들고 있다. 금융센터는 복합 점포로, 개인과 기업을 다 커버할 수 있는 곳이다. 기존의 중소형 점포는 개인만 하거나 기업만 담당하던 곳이다. 2배의 인원이 필요하진 않지만 1.5배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 10명이 있는 곳보다는 16명, 17명이 있는 점포가 그 안에서 휴가 가기도 좋고, 연수를 가기도 좋다. 다른 업무를 배우기도 좋다. 그래서 은행도 금융센터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안 문제를 떠나서 신한은행은 타행과는 다른 조직문화가 있는 거 같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당선 이후에 두 가지 부분에 대해서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 우선 명예퇴직,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은행 직원들이 조기에 퇴출되는 현실에 변화가 필요하고, 다른 하나는 구성원들의 역량강화다. 특히 후자를 강조하고 싶은데, 은행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직원들을 키워야 하고, 이 부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앞서 말한 은행권의 ‘파다한 현실’도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스펙이 좋은 젊은이들이 어렵게 은행에 들어왔는데, 고만고만한 일만 하고 성과 경쟁만 벌이다가 20~30년 후에 생산성 떨어진다고 나가라 하면 안 된다. 젊은 직원들은 개성도 뚜렷하고 기성세대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들은 자기 전문성을 더 키우고자하는 기대가 크지만 단기적인 성과, 실적을 찾는 문화에 점점 물들어 간다.

비단 젊은 직원들뿐 아니라 전 직원들에게 해당되는 게 자기 역량강화에 대한 부분이다. 역량이 우수한 인력이 모여 있으면 은행 생산성도 높아지고, 고용안정도 해결되면서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프라이드도 강해질 것이다. 이게 직원과 은행이 동시에 살 수 있는 가장 핵심이다. 구성원들의 노력과 조직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만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은행의 인력개발부서에서도 상당히 공감하고 있어 앞으로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일정 비용이 들 것이다. 직원을 현장에 둔 채로 역량을 강화할 순 없다. 6개월 정기인사 때마다 50명, 100명씩 빼서 역량강화를 시켜야 한다. 특히 중고참 서열의 직원들을 말이다. 그런 분들이 이론적으로 좀 더 고민할 수 있다면 상당한 힘이 될 것이다. 역량강화와 관련된 부분은 아무리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동조합 집행부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줄기를 잡고 있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평가하는 방식을 바꾸고, 직원들에게 비전을 주는 조직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감시와 견제 같은 기본적인 역할은 물론, 노사가 허심탄회하게 깊은 고민을 나누어야 한다. 좀 두루뭉술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걸 해내지 못하면 현장은 어떤 걸 쟁취해 와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비전을 찾아주는 것은 직급별로 구성원들이 가장 바라고 있는 부분이라든지 가장 불만족스러워하는 부분들을 들춰내고 이걸 해결하자는 것이다. 은행이 어렵고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직원들의 니즈를 그냥 방치하고 갈 순 없다. 노사가 공동으로 TFT를 꾸려서 다음 달부터는 논의에 들어가게 된다.

젊은 행원들은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역량강화에 기대가 높고, 중고참 직원들은 승진적체에 대해 불만이 많다. 나이 많은 직원들은 고용불안을 고민하고, 무기직 직원들은 하루빨리 정규직처럼 처우개선을 원한다. 이런 부분이 개선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자는 거다.

일하는 방식도 과거처럼 죽어라 야근해서 되지 않는다. 일선에 나가면 논스톱 뱅킹이라고 해서 전부 앉아만 있는데, 고참들은 경험과 역량을 살려서 밖으로 뛰는 영업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앞으로는 차원 높은 외부 영업력을 갖춘 은행이 경쟁력 있는 은행이다.

평가하는 방식도 기존처럼 줄 세우기 방식의 상대평가는 안 된다. 합리적 평가 방식에 대한 노사간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장의 점포장이나 고참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데, 이들은 다양한 업무 경험과 조직에 대한 애정을 갖고 후배들을 이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과 경쟁에서 도태되면 잘려나가는 판국에 쉽겠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와 같은 평가문화를 노동조합이 분명히 반대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