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의 너그러움을 닮아가는 마을
두물머리의 너그러움을 닮아가는 마을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3.10.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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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로 변신하는 담장의 멋
옛것과 새것이 만나는 곳
[골목예찬] 양평 두물머리 마을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아이고, 바람이 선들선들 부네, 친정 엄마가 보내 준 거다 이 바람이.”
강바람이 마을을 감싼다. 옷가게 할머니가 스카프로 목을 여미며 혼잣말을 한다. 양평 두물머리라 하면 으레 두 물줄기를 안은 드넓은 강 풍경을 연상할 터, 하지만 그곳에도 마을은 있다. 신식빌라와 옛날 집 사이엔 넒은 텃밭이 가꿔져 있다. 담장을 따라 걷는 재미가 있다.

담장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해석

5일장이 서는 날, 두물머리 마을 상인들은 그늘에 좌판을 벌인다. 옷가게 할머니는 담장과 전봇대에 줄을 잇는다.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순식간에 할머니만의 옷가게가 탄생한다. 담장의 넝쿨들은 옷가게를 장식할 소품으로 탈바꿈된다. 할머니는 빨랫줄에 빨래를 널듯, 옷들을 질서 있게 전시한다. 초저가로 개업한 할머니만의 담장 옷가게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어느 집 대문을 중심으로 흰색 담장과 회색 담장에 넝쿨이 올라앉았다. 넝쿨이 도배를 한 듯한 회색 담장은 흰색 페인트의 흔적이 없다. 흰색 담장은 넝쿨이 자리 잡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인다. 넝쿨을 보호하려는 집 주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열린 대문 사이로 마당에 가꾼 텃밭이 드러난다. 대문 앞 의자는 마을 사람들에게 쉬었다가라는 주인의 배려일까. 넝쿨이 자라 의자에 걸터앉을 날도 올 것 같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빌라에도 파란지붕 집에도 담장 위로 해바라기가 웃는다. 벽돌 사이로 넝쿨이 얼굴을 내민다. 하얀 벽 앞의 해바라기는 벽화로도 손색이 없다. 담장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심심할 겨를이 없다. 작은 자전거가 서 있는 집과 학교 사이엔 담장이 없다. 바로 옆집이다. 학교 운동장은 자전거가 서 있는 집의 마당이 된다. 작은 자전거의 주인은 누굴까?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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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지붕 집은 학교와 담장을 나눠 쓰고 있다. 창문 바로 아래까지 난 담장 너머로 엄마는 아이가 뛰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법하다. 양옆의 아름드리나무는 벤치의 그늘막이 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사이좋게 교문과 운동장을 함께 쓴다. 두 학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투명 담장만이 존재할 뿐이다.

농촌과 도시 사이 어딘가

집 앞 도로를 청소하는 할아버지는 이 동네에서만 30년을 산 터줏대감이다. 과거에 이곳은 대부분 밭이었다고 한다.

“예전엔 마을 사람들이랑 생일이면 초대해서 음식도 나눠먹고 했는데 이젠 그런 게 없지, 지금은 전철도 생기고 외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어.”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변해가는 마을을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말 속엔 씁쓸함이 묻어난다. 할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아버지 왼쪽으로 떠 있는 빨간 애드벌룬은 ‘분양중’이라는 글씨를 내보이며 연신 사람들을 유혹한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마을입구다. 마을 사람들은 신식빌라 앞 공터에 밭을 일구고 있다. 옛것을 잃지 않으려는 걸까? 양산을 쓴 모녀가 다정하게 마을로 들어선다. 터줏대감 할아버지 집 앞에 이른 모녀는 할아버지와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 사람들은 바뀌었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그렇게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두 물줄기를 담아내고, 마을에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 두물머리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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