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 얼룩이 늘수록 자동차결함 교통사고는 줄어요”
“작업복 얼룩이 늘수록 자동차결함 교통사고는 줄어요”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10.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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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자동차 정기검사, 왜 사람들이 몰리나?
자동화·통합 검사기기 구비…더 빠르고 간편해진다
[삶의 현장] 성산자동차검사소

귀찮더라도 자동차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것이 바로 자동차 정기검사이다. 승용차를 등록한 날짜로부터 4년 후 첫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며, 그 이후에는 2년 주기로 꼬박꼬박 체크해야 한다. 정기검사를 언제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자동차 등록증을 확인하면 된다. 검사 날짜가 적혀 있으니까.

지난 1995년부터 민간 정비업체도 요건을 갖추면 정기검사를 대행할 수 있도록 문이 열렸다. 2005년부터는 검사 수수료도 자율화됐다. 기존에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가 검사 물량을 독점하고 있었으나 경쟁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운전자들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를 찾는다. 그 이유는 뭘까?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57개 검사소가 전체 검사 30% 점유

교통안전공단(이사장 정일영)은 교통사고의 예방 및 교통안전관리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교통안전공단법에 의거해 지난 1981년 설립됐다. 공단은 철도·항공 안전심사를 비롯해 자동차 배기가스 정밀검사,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 자동차사고 피해가족 지원, 운수업체 교통안전 진단, 자동차 성능 시험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이다.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공단의 사업은 자동차검사다. 모든 자동차는 법에 따라 신규등록 4년 이후, 2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업용 차량이나 승합차, 화물차 등은 1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민간 지정 검사소를 찾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전국 57곳에 산재해 있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이다. 민간 검사소는 전국에 1,800여 개, 숫자로는 5%에도 못 미치는 공단의 자동차검사소가 전체 정기검사 물량의 30%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취재를 위해 찾았던 교통안전공단 성산검사소 역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 1시 무렵부터 꼬리를 물고 검사 차량이 늘어섰다. 성산검사소 김영수 부장은 물량의 변동이 있지만 하루 평균 600대 가량의 자동차검사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성산검사소에는 3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신뢰도와 연관이 깊다. 공단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기술과 노하우,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자동차검사의 시장 점유율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정부 예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에 비하면 교통안전공단의 재정자립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공단의 전체 예산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에 그쳤다. 자체적인 수익 사업들이 나머지 예산을 충당한다. 자동차 정기검사 수수료가 가장 중심에 있는데, 전체 수익의 70% 가량을 차지한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는 대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낙도지역이나 산간벽지의 주민들이 정기검사를 받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 검사소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자동차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검사 장비의 발달과도 연관이 깊다. 교통안전공단은 핵심 4개 검사 장비인 사이드슬립 측정기, 브레이크 시험기, 속도계 시험기, 배출가스 측정기를 하나로 통합해 검사 과정과 시간을 대폭 줄인 통합형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동 자동차검사 서비스를 실시할 때에는 이동식 검사 장비를 대형 차량에 실어 운반한다.

지난해까지 교통안전공단은 검사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격오지의 차량 7,097대를 무상으로 점검해 왔다. 특히 올해에는 4월과 6월, 8월에 이어 오는 11월에도 옹진군 백령도를 찾아 무상점검 서비스를 펼칠 계획이다.

▲ 제일 먼저 육안 검사가 진행된다. 차량의 차대 번호를 확인하고 엔진의 형식이나 위조 여부, 번호판의 봉인 상태, 불법 구조변경 여부 등을 체크한다. 각종 오일의 오염도나 양,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의 마모도, 각종 벨트의 손상 여부나 가스 누출 점검도 진행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단계별 정기검사 과정 출발

▲ 하체 검사에서는 자동차 밑바닥의 조향계통, 엔진계통, 배기계통, 연료계통, 브레이크 계통 등의 각종 부품이 잘 결합돼 있는지 확인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본격적인 자동차검사는 크게 6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소요시간은 대략 20분가량. 검사는 마치 컨베이어 벨트를 타듯 전진하면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차량 소유주는 차량에 동승해 검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검사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다. 성산 자동차검사소에는 모두 6개 레인에서 동시에 검사가 진행되는데, 우측 두 개는 대형 차량을 위한 검사 레인이다.

검사 과정 중 상당 부분은 자동화된 장비를 활용해 진행된다. 김영수 부장은 이와 같은 자동화 설비가 갖춰진 지도 10여 년이 지났다고 말한다. 우선 차량의 차대 번호를 확인하고, 엔진의 형식이나 위조·변조 여부, 등록 번호판의 봉인 상태, 불법 구조변경 등이 진행됐는지의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게 된다.

자동차의 각종 전자센서들에 대한 이상 유무 진단도 이 과정에서 함께 이뤄지는데, 자동화 장비에 자동차를 연결하면 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각종 오일의 오염도 및 양 점검,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의 마모도 점검, 각종 벨트의 손상 유무나 가스 누출에 대한 점검도 육안으로 이뤄진다.

다음 단계로 전진해 보자. 이곳에서는 자동차 밑바닥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 진행된다. 검사를 담당하는 전문 엔지니어가 지하의 공간으로 내려가 자동차 하체에서 조향계통, 엔진계통, 배기계통, 연료계통, 브레이크계통 등의 각종 부품이 잘 결합돼 있는지 검사한다. 자동차 소유주는 이와 같은 검사 과정을 차량 옆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 야간운전의 필수인 전조등의 밝기나 상하좌우 비추는 방향이 적합한지 검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상이 발견된 차량은 즉석에서 그 위치를 교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직접 부품을 교체해야 돼서 비용이 드는 정비가 아니라면 검사와 동시에 수리나 정비가 진행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어지는 단계는 전조등 검사이다. 야간 운전을 할 때 필수적인 전조등의 밝기나 상하좌우 비추는 방향이 적합한지 여부를 검사한다. 생각보다 꽤 많은 차량의 전조등이 제대로 된 방향을 비추지 않고 있다는데, 이와 같이 기준에 부적합한 차량의 경우 검사 결과가 나오는 자리에서 교정이 가능하다. 전조등 검사와 같이 부품을 교체하는 등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수리나 정비는 검사소에서 직접 수행하고 있다.

첨단 전문 검사설비의 강점

지금까지의 검사 과정은 일반 자동차 정비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점검이었다. 그 다음 단계에서 진행되는 배출가스 검사와 ABS 검사는 공단 산하 자동차검사소의 전문 설비가 갖고 있는 강점을 잘 볼 수 있는 과정이다.

▲ 머플러에 흡입관을 설치하고 롤링 장치 위에서 시속 40㎞로 주행할 때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검사한다. 경유 차량의 경우 실제 도로주행 패턴에 따라서 일정 시간 동안 기어를 변속하고 가속과 감속을 번갈아 가며 배출가스를 검사해야 한다. 바퀴의 정렬축이 안전기준보다 뒤틀려 있는지, 차량의 제동력은 기준 이상인지에 대한 검사도 롤링 장치 위에서 진행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자동차의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방지 및 자동차 연비개선 등을 위해 자동차 머플러에 흡입관을 설치하고 배출가스를 검사한다. 이때 차량의 구동 바퀴를 롤링 장치 위에 고정시키고 실제로 속도를 내는 상태에서 배출가스를 검사한다. 연료로 경유를 사용하는 사륜구동차량, 승합차, 트럭 등은 가속과 급가속, 정속, 감속, 급감속 등 일정한 도로주행 패턴의 기준에 따라 정해진 시간 동안 실제 주행하는 것처럼 속도를 올린 상태의 배출가스가 검사 대상이다. 검사원은 시뮬레이션 모니터를 통해 실제 주행할 때처럼 기어를 변속하고 가속페달을 밟는다. 휘발유나 LPG차량의 경우 시속 40㎞로 주행할 때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검사한다.

ABS 검사 과정도 롤링 장치 위에서 진행된다. 우선 스티어링 휠의 쏠림이나 타이어의 이상 마모의 원인이 되는 토-인(toe-in), 토-아웃(toe-out) 상태 등을 검사한다. 쉽게 말해 바퀴의 정렬축이 안전 기준에 벗어나 틀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바퀴의 정렬 상태를 검사할 때는 1m를 주행하는 동안 옆미끄러짐이 5㎜ 이내로 발생해야 한다. 바퀴의 정렬이 제대로 되지 않은 차량의 타이어는 유독 한쪽 모서리만 심하게 닳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차량의 앞뒤 제동력, 좌우 제동력의 편차도 검사하고, 자동차의 속도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검사도 이뤄진다. 실제 자동차 속도보다 계기판의 속도가 느려지면 당연한 얘기지만 과속을 하게 되고, 불가피하게 급정지를 해야 할 때 제동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브레이크의 이상유무를 검사할 때에는 검사원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동안 검사기기가 강제로 바퀴를 움직이려고 시도하고, 이걸 얼마나 잘 유지하고 있는지 그 힘을 측정하는 방식이 쓰인다. 정상 상태라면 시속 60㎞로 주행할 때 제동거리가 15.8m인데, 앞바퀴의 브레이크가 기준을 벗어나 결함이 있는 상태에선 심지어 제동거리가 50m까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고객 가까이, 더 즐거운 서비스를

▲ 검사가 끝나면 해당 차량이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가 바로 확인 가능하다. 진단서의 내용이 정비가 필요하다고 나오면 검사원들은 차량 소유주에게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방법을 일러 준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모든 검사 과정이 끝나면 최종적으로 해당 차량이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가 곧바로 통합 시스템이 저장된다. 사람으로 치자면 종합 건강진단서와 같은 격인데, 교통안전공단에서 평가한 검사 결과는 자동차 통합전산시스템으로 전송된다. 통합전산시스템에 기록된 검사 결과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자동차 종합검사 지정 정비사업자, 정기검사 지정 정비사업자, 출장 검사장 등에서도 공유하게 된다.

담당 검사원들은 진단서의 내용을 차량 소유주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한다. 해당 차량에 문제가 있을 경우 어떤 부분이 그러한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역시 상세하게 도움을 준다. 검사 신청을 접수할 때부터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까지 공단 직원들의 친절함은 정평이 나 있다.

차량 검사를 담당하는 기술 인력들은 자동차검사소라는 일터의 특성 때문에 피치 못하게 지속적으로 소음이나 배출가스에 시달리고 있다. 공단은 귀마개와 공업용 마스크를 지급하는 등 직원들의 건강을 고려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고객이 질문을 해 온다든지, 뭔가 설명을 해야 되는 상황이면 귀마개를 빼고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다.

정식 검사 과정은 모두 끝났음에도 몇몇 차량 소유주들은 검사장 한 편에 모여서 자동차를 살펴보고 있다. 그중에는 보닛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성산 자동차검사소에서는 차량의 워셔액이나 부동액, 냉각수, 타이어 공기압 등을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셀프 서비스’이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원이 곁에 상주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자동차검사 장비를 활용하는 재미난 이벤트도 종종 열린다. 일정한 거리의 코스를 돌아오는 동안 발생한 배출가스량과 소모된 연료량을 측정해 ‘친환경·경제운전 연비왕’을 뽑는 자동차 경주가 종종 열린다. 서울시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시민연합은 9월 28일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행사를 열 계획이다.

교통안전공단은 친환경·경제운전이 습관화 된 운전자는 20,000㎞를 주행할 때 최고 15% 이상 연비가 높고 연간 약 60만 원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성산 자동차검사소에서도 지난 2009년 대회가 열렸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리고 번거로운 자동차검사도 기꺼운 마음으로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오늘도 성산검사소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작업복에 기름을 묻혀가며 업무에 몰두하다가도 누군가 무엇을 물어볼라치면 검사원들은 얼른 마스크를 밀어 올리며 미소로 답한다. 이들이 흘린 땀방울만큼, 자동차 결함으로 생기는 불행한 교통사고는 더욱더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