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대 물량 확보, 가능하다
10만 대 물량 확보, 가능하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10.0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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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통해 장기발전전망 만들어 갈 터
지엠지부, 내부 문제에만 매이지 말아야
[기획인터뷰1] 정종환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금속노조 각급 임원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 완성차지부들의 선거 결과는 노동계에서 항상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9월 11일, 완성차지부들 중 가장 먼저 한국지엠지부의 선거가 마무리됐다. 한국지엠지부 20대 집행부에서 노동안전실장을 역임했고, 오랫동안 대의원을 비롯한 각종 노조활동을 해왔던 정종환 후보가 2차 투표에서 최종적으로 당선됐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새로운 차종 생산에서 제외되고, 창원공장 역시 현재 생산 중인 차종의 단종이 결정되는 등, 한국지엠지부는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 사회적 이슈인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당선된 정종환 지부장이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려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동조합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열띤 선거전을 거쳐 당선됐는데 소감과 각오는?

“7개 팀이 나온 건 그만큼 한국지엠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7개 팀이 갖고 나온 안건이 똑같다. 생산물량을 확보해 고용안정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우리 후보조도 생산물량을 확보하고 고용안정을 만들어내겠다는 기조를 가지고 갔다.

2차 투표에서 상대 진영이 조직이냐 인물이냐를 평가한다고 홍보했다. 나는 ‘노동조합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회사를 상대하는 것이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혼자 하다보면 독선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분명하게 말씀드렸다. 그런 마인드로 임했기 때문에 승리한 것 같다.

두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 간소한 차로 이겼다면 조직의 힘이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데, 2,300표 차로 압도적으로 이겼다는 것은 기대가 그만큼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조합원들의 기대가 큰 만큼 어깨는 더 무겁다. 공약들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겠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실천하겠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조합원들의 바람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당연히 고용이다. 지금 군산공장 같은 경우 물량축소로 인해 조합원들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것과 동일한 차종을 내년에 캐나다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지엠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고용불안이 올 것이다. 또 판매라든가 수출이 정체돼 있어 항상 불안감이 있다. 창원공장도 생산차종(다마스, 라보)이 단종되면 몇 백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생산물량 확보를 통해 고용안정을 이루는 것이다.”

지난 집행부의 성과는 무엇이었고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민기 집행부의 최대 성과는 대화를 통해 사무직과의 단일노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임금인상안이 부결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의지를 가지고 소신껏 집행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교섭을 진행하면서 실질적인 교섭보다는 차수를 늘리는 교섭을 진행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또 투쟁전술도 조금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파업은 노동자의 최고 무기인데 그것을 진행하는 전술에서 조금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자본철수 협박, 노동조합 길들이기 아니냐?

지난 몇 년간 지엠의 자본철수설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하청 생산기지화 하려는 것 아니겠나. 처음 대우자동차에서 지엠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엠대우는 아시아의 소형차 거점이라는 견해가 많았지만, 나는 지엠이 중국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국에서 하는 거라고 봤다. 경영진은 ‘중국과 한국의 기술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지엠대우가 우선시될 수 있다’면서 부인했지만, 결국 지금은 중국이 주 시장이 됐다.

또 하나 글로벌 지엠이 전 세계 167개 공장에서 물량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 하지만 한국지엠이 그렇게 고비용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생산성도 결코 다른 데보다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노동조합 길들이기 측면도 있지 않나 보고 있다.

임기를 시작하면 어떻게든 생산물량을 확보하겠다. 그리고 판매 구조나 구조적으로 잘못돼 있는 시스템도 관심 있게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12월 특별단체교섭을 통한 생산물량 10만 대 확보를 공약했는데 실현 가능한가?

“우려를 많이들 하는데, 호샤 사장한테 영업사원이 돼 지엠에 가서 한국지엠의 물량을 따 오라고 요구할 것이다. 내가 직접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책임자를 만나서 한국지엠에서(물량을 빼야 할)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설득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지금 중국은 절대 50%이상의 지분을 외국 업체에 안 준다. 중국시장도 어느 정도 포화상태이고,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해 외국 기업에 대한 배척이 있을 것이다. 지엠도 모를 리 없다. 그리고 글로벌 지엠의 차세대 차종 생산 계획도 아직 어느 나라로 갈지 확정이 안 됐다고 본다. 12월에 특별교섭을 요청해서 중국 물량 10만 대 정도를 가져와 배치하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군산 같은 경우에는 당장 10월부터 휴무에 들어가는데 고급인력을 놀려야 할 이유가 있는가? 글로벌 지엠이 요구하는 게 뭔지, 왜 한국공장의 물량이 자꾸 빠지고 왜 다른 곳으로 자꾸 이전하려고 하는지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특별단체교섭을 통해 한국지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한국지엠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해서 물량을 받아다가 생산할 것이다.”

한국지엠의 장기발전전망 확보와 관련한 종합적인 상은?

“우리가 10만 대는 단기적인 거다. 전 세계 167개 공장이 있는데, 얼마든지 이 공장 물량 빼서 다른 공장으로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새로운 차종을 개발하면 어느 공장이 부가가치가 높을까 생각하는 거다. 한국지엠이 부가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지엠은 언제든지 철수할 거고, 시장이나 생산성이 괜찮다면 유지할 거다.

중장기적으로 지엠은 400시리즈(지엠의 프로젝트명)에 대한 답변하지 않고 있다. 마티즈 후속을 2015년부터 생산한다는 것과, 소량의 전기차를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정리된 게 없다.

정말로 한국지엠이 존재하려면 새로운 400 시리즈를 유치를 해야 한다. 400 시리즈를 유치하려면 지역사회와 정치권, 학자들이 모두 모여, 어떻게 하면 한국지엠이 유지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지역사회나 노조뿐만 아니라 교수와 국회의원까지 망라해 한국지엠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서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주간연속2교대도 물량 확보가 관건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관련한 계획은?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는데, 내용에는 문제가 많다. 합의된 건 8+9.4T인데, 생산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9.4T가 필요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물량가이드라인을 보는 거다. 군산공장에서 8+9T 들어가려면 최소한 20만 대가 필요하고 부평공장에서는 40만 대 정도, 창원공장에서는 20만 대, 총 84~85만 대 정도 물량이 있어야 무난하게 갈 수 있다.

9.4T 하면서 야근수당에 대해 16만 원을 보장받았지만,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거다. 시행하면서 보완점을 찾아가는 게 정석이다. 8+8T와 월급제로 가는 과도기적 과정인데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아주 사소한 것까지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따로 인수위 정책팀에 얘기해서 보완할 점이 뭔가 연구하고 있는 상태다.”

노동안전보건 분야의 전문가로서 조합원들의 건강권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안전은 사전예방이고 보건은 사고처리를 하는 쪽이다. 미흡하지만 노안실장을 하면서 한국지엠 최초로 종합검진을 단협에 쟁취했다. 이번에 공약에서 배우자에 대한 종합검진 쟁취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게 근골격계 질환이다. 단순반복작업이기 때문에 어느 부위에는 분명히 문제가 된다. 건강권을 연구하는 교수들을 모시고 연구도 하고 토론을 계속 진행했지만 그들도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자동차 라인이 작업자들에게 쉽게끔 하려면 그만큼 새로운 설비투자가 돼야 한다. 집단소송을 고민한 적도 있는데, 근골격계 예방을 최우선으로 놓고 심도 있게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현대, 기아도 마찬가지일 거다. 같은 업종이고 같은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노안담당자 모임을 통해 공동으로 연구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무지회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각종 차별을 없애기 위한 방안은?

“사무지회와 관련해서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다. 연봉제는 폐지했는데 세부적으로 정리를 못한 상태다. 타임오프로 인한 간부들 급여 문제도 있다. 합의는 했는데 아직 회사에서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문제를 포함해 사무지회가 풀어갈 문제가 상당히 많다.

이창훈 사무지회장이 재선됐는데, 누구보다 이창훈 지회장이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당선된 후 이창훈 사무지회장을 만나, 서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사무지회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그런 방법들을 찾아보자고 애기했다. 구체적인 것들은 사무지회와의 기탄없는 대화를 통해서 해나가야 될 것 같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통상임금, 받을 건 당연히 받아야 한다

현재 통상임금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우리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한 것이므로 당연히 받아야 할 부분이다. 회사는 통상임금과 관련해서 8천억 원을 적립해 놨다. 법적인 판단을 주시하고 있다. 임기 시작하자마자 다시 소송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분명한 것은 우리가 부당하게 착취당한 부분, 받아야 할 부분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사업 등 대외적 활동 계획은?

“한국지엠지부가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한국지엠 내부의 문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당당하게 금속노조에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지엠지부 활동가들이 금속노조나 인천지역본부로 나가서 활동해야 한다.

우리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한국지엠지부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홍보도 되고 관심도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에 대해서는 우리 노동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별로 관심 없다.

금속노조 지도부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과 간담회 때 이야기한 게 있다. 한국지엠지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밑받침이 될 것이고 어떤 역할이든 할 테니, 소통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의 활동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새 지도부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금속노조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은 분명히 하겠다. 의견도 가감 없이 개진해서 우리 금속노조가 발전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