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노동계 목소리 반영 위한 채널 확보가 우선
공공 노동계 목소리 반영 위한 채널 확보가 우선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10.0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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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2년차 맞는 공공노련, 앞으로의 계획은?
정권교체 때마다 공기업 희생양…정치적으로 이용되지 말아야
[기획인터뷰2]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 9월 11일,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공공노련)은 제1년차 사업년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연맹 출범 첫 해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을 다시 대표자로 선출했다. 단독 후보로 추대된 김 위원장은 투표 대의원 159명 중 152명의 지지를 받으며 3년간 2대 집행부를 이끌어가게 됐다.

전력노조 4선 위원장이면서 그동안 전력산업 분할 민영화 저지를 위해 매진해 왔던 김 위원장에게 ‘전력산업’ 이외의 이슈에 대해 들어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공기업, 나아가 공공부문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김 위원장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공기업 부채 문제, 정치권에서 풀어라

당선을 축하드린다. 전력노조의 대표자로 있을 때와 공공노련 위원장으로 있을 때는 사뭇 느낌이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일단 공식 임기는 10월 1일부터이다. 이번에는 취임식 행사를 가지려고 생각 중이다. 그간 전력노조 지부장 시절부터 위원장을 4선하면서 한 번도 취임식을 해 보지 못했다.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임기가 시작되는 구조라서 그랬다.

지금까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두 곳의 부처를 상대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까지 다섯 군데를 상대해야 한다. 사실 한 개 정부부처를 상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일인데 말이다. 이걸 다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정도다.

그리고 기대치가 높을 것 아닌가. 통합 연맹이 출범했는데 뭔가 회원조합들에게,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대로 해 줘야 할 테니까 말이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도 ‘한 번 부딪쳐 보자’는 생각도 한다. 내가 처음 전력노조 위원장이 됐을 때는 마흔을 갓 넘긴 나이였는데,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덤벼들었던 것 같다. 결국은 그랬던 부분들이 완전분할 민영화의 중단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됐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 노동운동에 처음 발 들여놨을 당시처럼.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부문이 뭇매를 맞는 것은 이제 관례화된 듯하다. 특히 최근 몇몇 공기업들은 심각한 부채 문제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공기업 부채 문제는 사실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회사의 경영진들이 경영을 잘 못해서 생긴 문제도 아니다. 이건 정치적인 문제다. 정치적으로 이렇게 문제를 만들어 놓은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어느 정권이든 초기에는 국민들에게 복지 공약을 많이 제시하기 마련이다. 결국은 그 내용이 공공요금이라든지 이런 부분과 연관된 정책인 경우가 많다. LH 같은 경우 공공 임대주택을 한 채 지으면 LH의 부채가 1억 원씩 늘어나는 형국이다. 그런데 서울시장도 8만 호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대통령도 20만 호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런 공약들을 내 놓고 결국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국가가 세금으로 메워주든지, 아니면 해당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 만큼만 부담을 줘야 하는 거다.

LH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전력, 도로공사는 요금 문제 때문에 부채가 늘었고, 수자원공사 같은 경우엔 전 정권의 4대강 사업 때문에 부채가 늘어난 거다. 작년 말 기준으로 공기업의 부채가 493조 원이라고 한다. 그 절반이 4개 공기업의 몫이다.

요금과 관련한 문제는 우선 왜곡된 요금 체계를 바로 잡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에게 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적어도 공기업이 수익은 내지 않는다고 해도, 유지보수비, 신규투자비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콩 값보다도 두부 값이 오히려 싼 요금 체계다. 원가를 회수하지 못하다보니까 부실화되는 거다. 만약 이런 영역이 민간으로 넘어갔더라면 진즉 도태되는 기업이 됐을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게 된다.

 공공요금을 물가인상 때문에 억제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요금들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전기요금 같은 경우에는 0.03%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결국 그런 얘기들은 아주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이라고 본다. 물가인상을 빌미로 왜곡된 요금체계를 마냥 쥐고 있다. 나는 이런 정책은 결국 후손들에게 빚 폭탄을 넘기는 정책이라고 본다. 결자해지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문제를 만들었으니, 정치권에서 풀어야 한다.

미래를 바라본다면 공공요금을 심의하는 기구가 꼭 필요하다. 공공요금 심의위원회가 국회 차원이든 어디든 빨리 조직돼야 한다. 공청회와 같은 요식행위만 거듭할 게 아니다. 지금의 현실은 공공요금 조정을 인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당 기관의 이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일지 반려할지, 둘로 나뉘어 버리는 형국이다. 깎든지 올리든지 조정을 거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국민들이 공공서비스를 보편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포퓰리즘의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

산별노조는 필요하다

후보 공약 중에 공공부문 대산별 추진과 관련한 내용이 있다.

“통합 연맹의 출범 계기는 MB 정부의 교훈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로 뭉치게 한 계기다. 개별 기관의 노조들이 각자 대응을 한다고 했지만 다 깨지고 말았다. 2008년에 기획재정부에서 미래경영연구원에 용역을 맡겨서 나온 자료가 있다. 거기서 보면 우리나라 공공부문이 재벌 대기업에 비해 효율성이 낮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동안 감사원이 그렇게 감사를 하고, 국회는 국정감사를 하고, 언론이 감시하고 시민사회단체가 견제를 하는데, 정말 공공부문이 그렇게 부실하고 비효율적인 곳일까? 그렇다면 다 없애버려야 하는 것 아닌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부문이 뭇매를 맞는 것은 사회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면서 희생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공공부문이 더욱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보편적인 공공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양질의 일자리도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부문의 대산별 추진은 그동안 많은 이들이 주장해 왔다. 결국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다 인정을 하고 있다. 전 정권에서의 경험도 있으니까 서로 뭉쳐서 대산별로 가자는 대의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대표자들의 결단도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조직을 통합한다고 했을 때 예상되는 어려움들이 있다. 대표자들이 모든 걸 내려놓고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다면 분명히 진전이 있을 거라고 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정부는 각종 지침이라든지 감사, 경영평가 등으로 공공부문을 통제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이렇게 통제할 거면 직접 교섭의 장으로 나오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이야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처럼 보이지만 노동계가 더욱 실력을 기르고 힘을 키운다면 불가능한 부분이 아닐 것이다. 일단 우리의 실력을, 조직력과 정책 역량을 키워야 한다.

한국에선 오랜 기간 기업별 노조 체제가 운영돼 왔기 때문에 산별의 어려움이 있다. 또 개별 조직마다 근로조건의 차이도 상당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이런 구도에서 대표자들이 어느 부분을 보고 갈 것이냐가 중요할 것 같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한전의 자회사 노조들과 항상 연대하고 필요한 부분을 도왔다. 근로조건의 간극이 이미 너무 벌어져 있는 것을 똑같이 맞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벌써 10년이 흘렀는데, 지난 2004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당시를 생각해 보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직급을 신설했고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일반직, 기능직, 별정직으로 나뉘어 있던 부분도 통합했다. 노동조합이 어떤 마인드를 갖고 나아갈 것이냐, 특히 대표자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느냐가 그런 부분을 극복해 가는 데 중요한 거 같다.

항간에는 정말 산별노조가 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내 생각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별노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개별 기업노조 차원에서 도저히 손댈 수 없는 문제들이 많고, 산업 전체에서 근로조건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공공부문 노동계가 주장하는 대정부 교섭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식은 어떤 것인가?

“정부가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만들지 않는가. 그걸 만들 때 노정간에 교섭을 하자는 거다. 노동계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거다. 지금 현장의 실정을 모르고 만드는 지침들도 많이 있고, 근거 없는 지침들도 많이 있다. 평가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을 강제하기 위한 평가들이 많다. 통상 노사간 교섭을 진행한다면 내부의 문제를 갖고 줄다리기를 하는 거지만, 공공부문 노동계가 주장하는 노정교섭의 의미는 그보다 위 부분에서 우선 틀거리를 만들자는 거다.

지금도 양대 노총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공공부문 공대위가 있다. 그런 부분을 잘 살려서 더욱 힘 있고 대표성이 있는 조직으로 커나가야 한다. 눈높이를 처음부터 높게 잡을 수는 없는 일이고, 조금씩 노동계가 개입하고 견제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노동계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는 게 먼저다. 지금은 정부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침이 내려오고 있다. 협의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안 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같은 경우는, 법적으로 노동계가 분명히 들어가도록 돼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배제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반열로 들어설수록 노동계가 대화의 파트너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이나 가까운 대만만 보더라도 노동계가 이사회를 통해 직접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노동계 비상임이사가 이사회의 1/5이다. 우리가 지금 회사 경영진에 노동계를 넣어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노동배제적인 정책을 쓰고 있다는 거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연맹 부설 정책연구소 운영할 것

통합 집행부를 거쳐 본격적으로 연맹이 순항하게 됐다. 내부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전력노조에서도 그랬고, 이전 공기업정책연대 의장을 하면서도 종종 외부 전문가 집단에 정책 용역을 의뢰했다. 거기서 나온 결과물들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 산별노조나 산별연맹 단위에서 정책연구소를 갖추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없다. 공공노련은 앞으로 자체적으로 정책연구소를 운영하려고 한다. 상근 연구원도 두고, 외부의 자문위원들을 둬서 많은 정책들을 만들어내고 대응 방법을 구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큰 규모로 시작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연구소장과 상근 연구원 한두 명. 그리고 외부 자문위원을 20여 명 수준으로 구성하려고 한다.

연맹 산하 회원조합의 성격에 따라 분과위원회를 활성화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계획들은 향후 조직발전특위를 구성해 더욱 구체화·현실화시킬 예정이다. 단기와 중기, 장기적인 연맹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는 틀이 될 것이다.

특위는 아주 포괄적인 영역에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연맹이 만들어지고 미처 정비가 덜 된 부분, 이를테면 규약이나 직제와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고, 내·외부 연대와 관련된 사안일 수도 있다. 앞으로 공공노련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폭 넓은 논의의 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