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밀어넣기’ 이제 그만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밀어넣기’ 이제 그만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3.10.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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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실수를 노동자가 변상…월급 15만8천 원
티브로드가 직접고용 할 때까지 투쟁은 쭉
[인터뷰2] 이시우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텔레비전,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사가 직접 가정에 방문해 케이블을 설치한다. 업계 1위 케이블방송사 티브로드홀딩스(티브로드)의 기사들은 티브로드라는 이름을 걸고 고객 앞에 서지만, 사실은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사원이다. 이들에겐 소화하기 힘들만큼의 업무량이 주어지는 것도 모자라, 강제영업 압박도 주어진다.

이에 반발한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는 지난 9월 4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위장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티브로드가 직접 고용 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같은 달 10일에는 티브로드 인력운영 및 근로 실태 연구팀(권영국 민변 변호사 외 9명)이 ‘티브로드가 각 센터를 위장도급 구조로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을 본사 직영 사원과 동일하게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해 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시우 티브로드지부장을 만나 현재 지부의 상황을 들어 보았다.

노조가 사측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원청이 사용자성 인정하고 직접 고용하라는 게 주요한 요구다. 또한 정확한 임금체계 만들어서 근속연수에 따라 경력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복지제도도 아무것도 없어서 개선해야 된다. 하물며 일하다 다치면 모두 자비로 병원비를 내야한다. 유류대는 한도를 20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정해놓고 있다. 우리는 택시기사보다 더 많이 운전을 하기 때문에 금액을 늘려야 한다. 게다가 업무용 차가 아니라 개인용 차다. 차량의 감가상각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다.”

티브로드의 노동환경이 타 케이블 방송사에 비해 어떠하기에 파업까지 왔나.

“티브로드가 업계에서 임금, 복지가 제일 낮고 열악하다. 평균 기본급이 120만 원 정도다. 지금까지 적게는 4년, 많게는 20년 가까이 일을 했는데 임금이 같다. 경력 인정이 안 된다.

티브로드는 강제영업을 시키기로도 유명한 회사다. 우리들끼리의 표현으로 ‘자뻑’이라고 하는데, 기사 스스로 돈을 내고 상품을 가입하는 것이다. 하루 중에 한건이라도 영업을 못하면 퇴근을 안 시킨다. 밤 10시까지 면담을 하거나 반성문을 쓴다. 아니면 영업활동을 하기 위한 사전 광고지 작업들을 해야 퇴근을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저녁 때 다른 사람들과 약속이 있으면 퇴근을 하기 위해 내 이름으로 상품을 가입할 수밖에 없다. 흔히 남양유업 사태에서 밀어내기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밀어넣기’를 하는 상황이다.

요새 기사 인원이 줄어서 하루 평균 20~25건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고객 서비스를 잘 못할 뿐만 아니라, 장비를 설치할 때 불량도 잦게 된다. 이런 것들을 사측에서 검수한다. 고객들에게 평가를 받아서 점수가 낮으면 기사에게 페널티를 가한다. 페널티는 월급 삭감으로 이어져서 문제다. 심지어 고객이 이사 가면서 장비를 잃어버리거나 반납을 안 하면 고객뿐만 아니라 해당 기사에게도 변상금을 물린다. 지난 5월에 강북센터에서 한 기사가 월급으로 15만8천 원을 받은 사례가 있다. 원래 월급은 160만 원인데 각종 페널티로 인해 임금이 깎인 것이다. 노동조합 가입에 대한 보복으로 그 기사만 사측에서 집중적으로 검수했다고 한다. 결국 해당 기사는 퇴사했다.

반면에 모 케이블 방송사의 경우 사측에서 노사 상생기금으로 5년 동안 180억 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파업이 언제쯤 끝날 것으로 보고 있나.

“싸움이 끝나야 복귀를 하는 거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 간에 승리하기 이전에는 돌아가지 말자고 조합원들과 함께 다짐했다. 한 달이 걸리든 두 달이 걸리든 끝까지 남아서 싸울 것이라는 결의를 했다. 아마 한두 달 내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노사가 누구의 파워가 세나 견주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오래 싸워서 받는 피해만큼 티브로드도 그만한 대가를 치를 거다.”

앞으로 티브로드를 상대로 어떤 투쟁들을 계획 중인가.

“지금 노동부에서 우리와 관련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주당에서 힘써주고 있다. 9월 10일에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증언대회도 했다. 특히 은수미 의원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게끔 움직여주고 있다.

희망지하철이라는 프로젝트를 9월 7일에 우리 지부에서 처음 시행했다. 앞으로 2차, 3차도 수도권 투쟁 사업장들의 노동자들과 연대해서 투쟁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파업 사업장들을 점점 늘릴 계획이다. 현재 교섭 중인 사업장은 교섭이 끝나는 대로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조합원이 적어서 알려지지 않은 센터들에 대한 조직사업을 확대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