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고용불안? 노조가 확실히 막겠다
3년마다 고용불안? 노조가 확실히 막겠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10.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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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는 꿈 잃은 조직”…신입행원 채용 지속돼야
자발적 참여 이끌어내는 것 늘 고민돼
[인터뷰1] 박병권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 2011년, 무려 9개 후보조의 경합 끝에 승리했던 박병권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취임도 하기 전에 천막 농성부터 시작해야 했다. 노동조합의 집행부 교체 즈음마다, 은행과 지주회사의 대표자가 바뀔 때마다 수천 명씩 ‘잘려 나갔던’ 과거의 기억 때문에 KB국민은행지부의 조합원들은 노사 어느 쪽에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주회장과 은행장 교체를 맞아 다시금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박 위원장을 만나 그 동안 임기의 소회와 함께 KB국민은행 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새 경영진과 관계를 정립하는 부분에서 갈등이 있었다. 노조는 어떤 부분을 강조했나?

“가장 무게를 실었던 것은 직원들의 고용안정이다. 새 경영진이 이 부분에 대해선 사람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숙고하겠다고 답을 했고, 노동조합 역시 공감했다. 지금까지의 CEO들에게는 듣지 못한 얘기였다.

하지만 통합 이후 십 수 년 동안 반복해서 구조조정의 불안에 시달렸던 조합원들은 이 부분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일시적인 상황을 타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한 말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의 경영진과 비교해 볼 때 ‘사람이 중요하다’라고 말한 부분은 굉장한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임기 3년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나 역시도 고용안정과 관련한 부분은 정확하게 매듭짓고 싶은 게 사실이다. 합병 이후 12년 동안 유일하게 구조조정을 수용하지 않았던 집행부로서 자부심도 갖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정말 신뢰를 주고 싶다.”

과거와 비교해서 조합원들의 구성이나 의식의 성향도 변화가 크다고 생각된다. 어떤 지점들을 주목하고 있나?

“지부의 조합원 구성을 보면 50% 이상이 합병 이후에 들어온 구성원들이다. 소위 특정 라인을 따지지 않아도 되는, 무채널의 조합원들인 셈이다. 지부도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나는 어느 조직 출신이니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은 노동조합을 또 다시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대 집행부 선거에 출마하는 어느 후보든 본인이 특정 채널을 지지하는 이가 있다면 감히 그런 후보가 당선되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단위 노동조합의 선거조차 조합원들에게 관심사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임금인상률이라든지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는 이슈가 아니라면 조합 활동 자체가 별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에서 일해 보고자 하는 이들도 점점 더 젊은 세대들이 참여하는 구도가 돼야 할 텐데, ‘과거의 선수’들이 일종의 영역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참여를 통해서 즐거울 수 있는, 그리고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는지 가장 기본적인 의미부터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노조 활동이 돼야 하겠다. 노조 집회부터 그렇다. ‘쌍팔년도식’ 투쟁사를 읽고, 결의문을 읽고, 삭발식을 하는 그런 집회가 아니라, 조합원들 스스로가 왜 여기에 와야 하는지 자발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또 이왕에 자리에 참석했으면 무언가 남을 수 있는 울림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조합을 포함해 은행 전체의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면 어떤 내용인가?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는 부분은 거듭해 강조하고 싶다. 대한민국 금융기관 중에서 KB국민은행이 최초로 계약직 직원 제도를 활용했다. 이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90년대 말 국민과 주택의 통합 과정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선진 시스템이라고 도입했던 것이 온라인 창구를 계약직 직원들로 분리해서 운영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인건비 절감이나 효율성을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 언론도 굉장한 지지를 했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결국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 여파로 모든 기업체에서 비정규직을 양성화하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KB에서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해야 한다. 우리 조직 안의 계약직, 무기계약직을 완전 정규직화하는 문제, 이 문제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설사 한 집행부가 임기 중 못 끝내더라도 지속적으로 노동조합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하며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규직이라고 해서 마냥 속 편한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요즈음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의 경우 경쟁률 600:1을 뚫고 오는 이들이다. 개인적으로 시중은행 신입직원들 간 능력의 격차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직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프라이드의 차이는 존재한다. 처음 은행에 들어오면서 무모하게 보일지 몰라도 언젠간 은행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KB는 그런 꿈이 없어진 조직이 됐다.

지금 인적 구조를 보면 72%가 40대 이상 직원들이다. 매년 발생하는 자연감소분 만큼의 인원만 새로 채용하는 ‘땜빵’ 구조다. 은행은 전국 단위의 조직이니 신입 직원들끼리 연대감도 갖고 서로 위로도 하면서 동기의식이 생기고, 그러면서 조직 문화가 차곡차곡 만들어져 가는 건데, 그게 안 된다. 실제로 타행들의 경우 꾸준히 신입을 채용하면서 이와 같은 문화가 만들어지고, 그게 대단히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