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공세, 금속노조가 전선 치고 돌파
정권 공세, 금속노조가 전선 치고 돌파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11.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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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가 15만의 투쟁 만들 터
기업지부 중앙교섭 참가 이끌어내겠다
[기획인터뷰]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노조운동의 중심은 금속노조다. 대기업 노조들이 산별노조로 전환한 지도 7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무늬만 산별’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나 조직 재편 문제처럼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정세도 불리하다.

이런 과제를 안고 8기 집행부가 출범했다. ‘금속노조 단결 강화’를 내걸고 당선된 전규석 위원장으로부터 금속노조의 내일을 들어봤다.

내적 단결이 우선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선거에서 통합후보 논의가 진행됐으나 무산되고 결과적으로 단독후보로 입후보했다. 선거과정을 평가해 달라.

“지도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통합후보 논의에 공감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까지 통합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을 한다. 과정이 어쨌든 단독으로 입후보했고, 사업의 선택과 집중도 측면에서는 좀 더 지도부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통합이 안 된 게 결정적인 한계나 오류라고 보지는 않는다.”

‘금속노조 단결 강화’를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의미와 방안을 설명해 달라.

“2006년에 대기업 노조들이 산별노조로 전환한 뒤 7년이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내적 완성도를 높이지 못하고 15만이 함께하는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조직 내에서 기업지부와 지역지부,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내부적 격차와 간극이 벌어져 하나로 융합되지 못하고 위기를 맞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8기에는 내적 단결을 통해서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서의 제 역할을 해나가는 게 기본전제다.

내부적으로 발전전망특위 같은 기구를 구성해서 모든 문제들을 하나하나 토론하려고 한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논의하자는 게 아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걸 해결하지 못하면 똑같은 문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처음 금속노조를 만들었던 정신으로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가 모여 전반적으로 금속노조 운동의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문제되는 것들을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선거 때 전국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만났을 텐데, 조합원들이 바라고 있는 바는?

“현장에 가보니 대규모 사업장과 중소사업장 간에 분위기 차이가 조금 있다. 중소사업장은 금속노조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대규모 사업장은 선거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또 금속노조가 당면한 투쟁 과정에서 맺고 끊는 게 없다는 말이 많았다. 제대로 투쟁해보라는 기대가 많다. 정파를 떠나서 투쟁을 하든 조직을 하든 제대로 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자기 사업 과제들을 얼마나 투쟁으로 돌파하느냐 하는 것이 조합원들의 기대 아닌가 싶다. 현장의 기운을 모으는 게 8기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조합원들의 바람을 바탕으로 금속노조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금속노조에 11개 거점, 27개 장투사업장이 있다. 공무원노조를 필두로 전교조까지 법외노조로 만들겠다고 하는 게 정권이다. 정권과 자본은 복수노조를 무기로 공격을 계속 가하고 있고 실제로 금속노조 사업장에 41개의 복수노조가 설립돼 있다. 금속노조가 자기책임과 역할을 해야 한다. 제대로 공동전선을 펼쳐야 한다. 금속노조가 단호하게 전선을 치고 자본의 공세에 막아서는 것들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요구고 바람이다. 더 이상 노조파괴나 무력화 공세에 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현장의 요구다.

금속노조가 민주노총의 전체 투쟁전선에 복무하는 것도 있지만 내적 결의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부터 노조파괴 공작이 지속됐고 그게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노조, 전교조를 무력화시키고 나면 그 다음 자본이 공격할 곳은 금속노조다. 그에 대한 명확한 저지 전선을 펼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조직화 사업 두 축, 공단조직화·계열사 조직화

민주노총의 투쟁사업장 70여 곳 중에서 30여 곳이 금속노조 사업장이고, 그 대부분이 1년 이상 투쟁하고 있는 장기투쟁사업장이다. 투쟁사업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장기투쟁사업장 문제가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장기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투쟁이 오래 지속됐고, 다양한 투쟁들이 실제 있었다. 시도했지만 해결이 안 된 거라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긴 어렵다.

장기투쟁사업장 소속 조합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다른 조합원들에게 잊혀진다는 두려움이다. 이 문제들을 공론화하기 위해 장기투쟁사업장 주체들의 의견을 모으고 그 안에서 치고 들어갈 수 있는 고리들을 찾아야 한다. 금속노조가 대응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전체 조직 차원의 대응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으고 어떻게 대응할 건지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토론하려 한다.”

금속산업 사업장 대부분이 미조직사업장인데, 이들의 조직화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또 비정규직 사업을 강화할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미조직사업장 중 삼성전자서비스 같이 조직화가 시작된 곳이 있지만, 이와 다르게 준비해야 할 게 공단조직화이고 각 지역 거점별로 몇 군데 추진하고 있다. 사업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인력과 예산을 최대한 배치하려고 한다.

공단조직화가 한 축이고, 계열사 중 노조가 없는 곳을 조직하는 게 다른 한 축이다. 현재 15만으로 고립되어 있는 금속노조의 외연을 넓히고 미조직된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제조 산별로 갈 수 있는 기틀들을 마련하는 게 8기의 계획이다.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1사 1노조 방침을 적용해 내부를 조직하고 포괄하는 방식으로 가야 할 거다. 1사 1노조 방침이 실제 성과를 못 내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최소한 동일단협 적용이라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 최소한 협약 형태로라도 만들고 확대시키는 방식으로 가자는 건데 생각같이 정형화돼서 준비된 건 아니다.

1사 1조직 방침이 효과적인 측면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율적인 투쟁을 가로막고 제약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1사 1조직 방침을 통해 같은 협약을 적용받는 것은 힘을 가지기도 한다. 어떻게 동일한 협약을 적용받을 수 있을지 준비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노동조합 내 정치적 다양성 보장해야

‘노동자 중심 계급정치와 현장 정치를 위한 노동정치의 재구축’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은?

“정치와 관련해 조합원들의 신뢰가 무너져 있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통해서 정치세력화한다고 정치방침을 정한 게 지금의 결과를 초래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주체로 서는 게 아니라 선거 때 표 찍어 주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본과 정부만 아니라면 노동조합 내에서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게 맞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후보 전술에 연연하는 정치세력화는 하지 않는 게 맞다. 선거 때라고 후보에 집중하면 또다시 과거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 후보를 낼지 말지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처음부터 하나의 방침, 하나의 후보로만 가려고 하면 패권주의가 나타나고 조합원들을 표 찍는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밖에 안 나오기 때문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자본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노동정치는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중앙교섭이 포괄하는 조합원 수는 전체 조합원의 1/5도 되지 않는다. 실효성 있는 중앙교섭을 이루기 위한 장·중·단기 방안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중앙교섭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데, 기업지부가 중앙교섭을 안 들어오는 문제가 있다. 5기 때 산별교섭에 참가한다고 확약서를 받고 나서 그 뒤에 진행된 게 없다. 중앙교섭을 성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과 투쟁이 배치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중앙교섭에 대해서 기업지부는 거의 한 발 물러서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지부가 중앙교섭에 들어올 수 있게 내부의 투쟁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7기 1년차에 임단협 시기집중을 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투쟁의 성과로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시기집중해서 임단협을 같이 해본 수준 이상의 의미를 못 만들어냈다.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가 함께 중앙교섭 성사를 위한 실제적 투쟁계획을 짜야 한다. 인위적으로 맞추기 힘들다면 임단협 시기에 같이 맞물려야 한다. 시기를 조절해 공동의 임단협 국면에서 요구를 같이 할 때 기업지부가 참가하는 중앙교섭이 성사될 수 있도록 배치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조합원들은 여전히 금속노조를 ‘내 노조’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문제다. 4만 시절 금속노조는 투쟁을 하면서 금속노조를 만들어 왔지만, 2006년에 대기업 노조들이 산별로 전환한 것은 당위적 접근이었다. 조합원들의 투쟁을 통해서 내 노조라는 인식을 축적해 오지는 못한 것이다. 기업별 노조에서 금속노조로 조직 형태만 바꾼 거다. 조합원들은 여전히 상급단체 정도 수준으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기업별 의식에 갇혀 있다. 이것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중앙교섭을 통해 모아낼 것인지 정세에 대한 대응을 통해 모아낼 건지는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금 당장 어쩌겠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금속노조가 내 노조라는 생각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극복이 쉽지 않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크게 뭉쳐 싸우려고 산별노조 만들었다

금속노조 조직 재편 문제 역시 뜨거운 감자다.

“정서적 차이는 분명히 있다. 기업지부에서도 각 지역별로 흩어져있는 정비나 판매 조합원들은 지역지부로 재편되면 보호받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있다. 더 크게 뭉쳐서 자본의 공세를 극복하기 위해 산별노조를 만들었지만 기업지부에 갇혀 극복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5만이 하나 된 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체계가 정리돼야 한다. 당장 기업지부를 해산하라고 해서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예측되는 자본의 움직임들을 보면서 발전전망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역지부와 기업지부의 손발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크게 두 축인데 격주마다 하는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최대한 동질성을 이끌어 내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기업지부 전략 따로, 지역지부 전략 따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정된 것은 최대한 책임지고 집행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현실적인 괴리를 최대한 공론화하고 문제를 드러내 어떻게 풀어갈지 각자 입장을 얘기하다보면 적어도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거라고 본다. 그런 시도도 안 해보고 안 되니까 현 체계대로 가면 드러난 문제점을 그대로 끌고 가는 것밖에 안 된다.”

머리이면서 동시에 손발인 사무처는 어떻게 운영하고자 하는가?

“뛰어난 능력이 있는 이들이 많은데 유기적이지 못하고 자기 맡은 사업에만 매몰된다. 서로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하되, 창조적이고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보장해주려 한다. 대신 그런 사업을 조직적 성과로 모아내지 못하는 건 그때그때 바로잡아 나갈 것이다.”

금속노조 뿐만 아니라 노조활동 자체가 어려운 시기다.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정세가 요구하는 투쟁을 피하지 않고 돌파하겠다. 장기투쟁사업장 현안을 말씀드렸는데 실제 이런 것들이 조직적인 힘으로 정리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벌어지는 투쟁을 금속노조 차원에서 받아 안고 끝까지 싸우겠다.

법·제도가 노조를 무력화하는 문제도 있다. 실제 타임오프가 대기업 노조의 상근자 수만 줄인 게 아니라 중견노조의 발목을 묶어 놨다. 지역지부에서는 타임오프에 걸려서 후보를 못 구하는 현상도 생긴다. 복수노조는 노조를 파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보수 정권이 연임하면서 정권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금속노조가 민주노총과 함께 전체 전선을 만들어서 대응하고 돌파해야한다. 위축되어 있고 수세적인 국면이지만 지도부가 앞장서서 돌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