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커지거나 혹은 없어지거나
노사정위 커지거나 혹은 없어지거나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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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원회 커진 덩치값 할 수 있을까

두 기구 개편 방향에 관심 집중


노동정책과 노동행정에 있어 주요 역할을 담당해 온 노사정위원회와 노동위원회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노사정 모두 이 두 기구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만 각론에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노사정위원회
신뢰 기반한 안정적 운영이 관건
노사정위원회는 신임 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개편 논의의 방향이나 성격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한 때 정치권 출신의 한 인사가 내정 단계까지 갔었지만 당사자가 고사하면서 위원장 선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현재 전직 청와대 고위관계자, 학계 인사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명되고 있지만, 노동계 출신의 전직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초로 예상되는 신임 위원장 선임이 마무리되면 6월에 노사정위원회 개편을 위한 법률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가 낙점될 경우 노사정위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사정위의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확대를 원하는 쪽과 축소 혹은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쪽이 맞서고 있다. 개편 논의는 그간의 노사정위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시각이 달라진다.
IMF 직후 노사정위원회가 만들어진 이래 국가적 위기 상황이었던 발족 초기를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운영된 적이 거의 없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고, 한국노총도 보이콧의 경험이 있다.


현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일부에서는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강제력을 전제로 확대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지금의 노사정 관계는 서로 대화 없는 후진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사가 자율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민간기구가 필요하다”면서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노사정위원회 쪽도 그간의 성과를 적극 홍보하고 나서면서 노사정위 존속을 강조하고 나섰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모두 136건의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이중 120건을 이행완료하고 일부이행이나 이행착수까지 포함할 경우 사회적 대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참여 주체를 더욱 다양화하는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기조 아래 경북대 김형기 교수는 “현재의 노사정 3주체에 비정규직, 중소기업, 지방정부, NGO까지 포괄하면서 업종별 노사정협의회 설치, 지역별 노사정협의회 강화 등을 통해 중층적 사회적 대화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일부에서는 상임위원의 정무직화를 통해 인사권과 예산권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노동계 “확대 강화” 한나라당 “폐지” 노동부·경총 “축소”
하지만 민주노총 일부에서는 ‘노사정위 무용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대화의 대표 기구로 인식되고 있고,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참여 문제를 둘러싼 격렬한 충돌을 빚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반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와는 입장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한나라당도 노사정위 존속 여부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지니고 있다. 배일도 의원은 “노사정 간의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 운영은 의미가 없다”며 해체를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도 노사정위원회 폐지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노동부와 경총은 노사정위의 덩치가 커지는 것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노동부와 경총은 현행 소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상무위원회, 본위원회의 3단계로 되어 있는 회의구조에서 상무위원회를 없애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또 상설 특위와 소위를 비상설로 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해찬 총리 시절 설치된 ‘국민통합연석회의’와의 역할 분담도 주목거리다. 연석회의가 강화된다면 노사정위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고, 반대로 노사정위가 확대되면 연석회의 무용론이 나올 것이다.


문제는 조직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더라도 현재와 같이 사안에 따라 정상가동과 마비가 반복되고, 합의 내용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상 노사정위원회 무용론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주체들이 노사정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위원회
역할 커지는 만큼 공신력 키워야
노동위원회는 역할의 확대가 기정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어떤 방향으로 발전방안을 내놓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노동위원회는 현재와 같은 심판, 조정 업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정규직 차별 시정, 공무원 노사관계 분쟁 조정 등의 업무를 더하게 됐다. 노사관계 로드맵이 어떻게 추진되느냐에 따라 다른 업무 영역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상당 기간 일선 기업 노사의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조정과 교통정리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이철수 교수는 “예산의 증액과 함께 조정을 통한 분쟁해결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관계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구조조정과 같은 인사·경영에 관한 사항, 단체협약 이행이나 해고자 복직문제 등을 노동위원회가 맡아서 조정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노동위원회 개편 논의는 노동법원 설립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향후 노동법원이 설립될 경우 심판 업무는 당연히 노동법원의 역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재의 반민반관 기구의 성격에서 더욱 중립성을 강화해야 할 과제도 안게 됐다. 공무원노조법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 산하에 공무원노사관계특별조정위원회를 두게 되어 정부가 이해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 또한 노동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조정전치주의와 직권중재 조항의 철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떤 형태로 조직 개편방향이 나오든 노동위원회가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을 맡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노사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조정 기구로서의 역할을 위한 객관성과 공신력 담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