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불매운동 이제는 매출에 타격 줄 때
코오롱 불매운동 이제는 매출에 타격 줄 때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3.12.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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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부당함 알려내는 것만으로도 유의미
조합원 스스로 결정했기에 9년 투쟁 가능했다
[인터뷰3] 최일배 코오롱 정투위 위원장

2005년 코오롱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구미공장 78명의 노동자들을 해고시켰다. 이들 중 14명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 과천에 위치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도 500일이 넘었다. 코오롱 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코오롱 정투위)가 지난 11월 10일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21회 전태일 노동상을 수상하면서 이들의 투쟁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전태일 노동상을 수상한 소감은?

“코오롱 정투위가 9년이라는 세월 동안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있어서 받게 된 것 같다. 코오롱 정투위는 작년에 구미에서 올라온 후 투쟁하고 있는 단위들에게 공동투쟁단을 만들어 싸우자고 제안했고, 연대단위들과 함께 의미 있는 투쟁을 만들어 가고 있어서 전태일 노동상에 추천됐다고 들었다.

싸움을 오래하면서 우리 싸움이 잊혀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우리 투쟁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우리가 부질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가끔씩 들기도 한다. 물론 상이 모든 것을 다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상을 받음으로써, 아직 우리가 잊혀진 건 아니구나 싶다. 뿌듯하고 자긍심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9년 이상 꾸준하게 투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조합원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한 게 원동력이다. 물론 다른 곳들도 그렇겠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다 보면 ‘그만하자’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온다.

강고한 투쟁을 마무리할 시점에서 마무리가 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무기력감은 굉장히 크다. 그럴 시점에 1박2일 수련회를 갔다. 조합원들이 돌아가면서 마음속에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쏟아내게 했다. 그만두자, 계속하자 서로 토론을 통해 결국 그래도 다시 한 번 해보자, 여기서 이렇게 끝낼 순 없다고 결론이 났다.
50명이 정투위를 구성해서 투쟁해오면서 그만두는 동지들이 있었지만, 파업 때 현장에 복귀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적인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다만 투쟁에만 결합하지 않을 뿐이다. 현재 정투위에는 14명이 남아 있다.”

14명의 생활상은 어떤가?

“다양하다. 우리는 투쟁 3년째부터 생계팀, 투쟁팀을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투쟁팀은 전혀 생계활동을 하지 않고 투쟁에만 전념하고, 생계팀은 구미에서 생계투쟁을 하되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하거나 대규모 집회가 있을 때 올라온다. 점점 생계팀 인원이 많아지고 투쟁팀 인원이 줄어들어서 현재 투쟁팀은 나와 여성동지 2명이 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코오롱 출신이다. 생계팀은 구미에서 대리운전이나 닭집, 분식점도 하고 조그만 직장에 취직해서 일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생계활동을 하고 있다.”

정리해고가 철회되고 복직될 가능성은 있나?

“처음에는 정리해고가 명백하게 부당하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코오롱 같은 대기업에서 78명의 인건비 때문에 회사 경영위기가 해소가 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정말 회사가 어려워서 불가피하게 정리해고를 하는 게 아니라 자본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악법을 폐지해야 한다. 이러한 싸움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복직이 쉽지는 않다. 이미 우리는 법정에서 패소했고, 코오롱은 지금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얘기한다.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이 났기 때문에 해결 가능성은 적다. 코오롱이 정리해고를 한 건 노동조합을 없애려는 거였는데 해고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현장에 들어가면 다시 민조노조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두려움을 회사가 가지고 있다.

물론 결과가 좋았으면 하지만, 지금까지 왔던 과정이 소중하고 의미 있기 때문에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9년이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지만 우리는 힘닿는 데까지 할 것이다. 우리의 투쟁으로 당장 정리해고제도가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투쟁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사회적으로 잘못을 알려내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본다. 언젠가 우리 실력이 바닥난다면 그게 우리 싸움의 종점이다.”

산에서 불매운동이 전개 됐는데 반응이 어땠나?

“산에서 불매운동 하기를 굉장히 잘했다 싶었다. 등산객들의 호응이나 반응이 바로바로 보인다. 보통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주면 받고 가버린다. 산에서는 왜 불매운동을 하느냐고 꼭 물어본다. 이유를 이야기하면 ‘다음부터는 사지 말아야겠다. 내가 입고 있는데 미안하다. 진즉에 알았으면 안 샀을 건데’ 이렇게들 말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어느 특정한 지역만 그런 게 아니고 산에 갈 때마다 그런 반응들이 있었다. SNS를 통해서 홍보가 되다 보니까 의외로 일반 시민들의 호응이 좋다. 문제는 민주노총 산하 조직에서 어떻게 조직을 하느냐다. 정규직 대공장에서는 오히려 우리 투쟁을 잘 모른다.

입소문을 통해서 코오롱 스포츠 불매운동의 분위기는 만들어진 상태다. 이후에는 단지 분위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매출에 직접적인 차이가 날 수 있을 정도로 타격을 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으려면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힘 있게 붙어줘야 한다. 불매운동 이외의 강도 높은 투쟁도 늘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