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은 물론 대중 공감 이끌어내는 노동운동 돼야
조합원은 물론 대중 공감 이끌어내는 노동운동 돼야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12.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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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맞은 자동차노련, 미래를 준비하다
현장 중심·소통 개선 거버넌스 바꿔낼 것
[기획인터뷰2] 김주익 전국자동차노련 위원장

ⓒ 전국자동차노련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조직 쟁탈로 인한 노노간 갈등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됐던 업종은 바로 버스운수업이었다. 실제로 제도 시행을 앞두고 몇몇 사업장에서는 분란의 소지가 엿보였지만, 현재의 상태는 제도 시행 이전과 비교해 별반 변화가 없다.

비결은 무엇일까? 김주익 전국자동차노련 위원장은 교육과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노조 활동, 그리고 현실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면서 조합원들과의 간격을 좁혀나갈 수 있는 대표자의 리더십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자동차노련의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지역별 집단교섭 유지, 버스 노동운동의 힘

얼마 전 자동차노련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자리를 가졌다. 오랜 역사 속에서 연맹의 업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점은 어떤 게 있나?

“자동차노련 조직과 버스운수업 노동운동이 이제까지 강고한 힘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역별 집단교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1963년 연맹 설립 이래 산별교섭의 틀을 유지해 왔으며, 1980년 이후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기업별 체계로 전환하던 때에도 연맹은 지역별 교섭의 틀을 유지해 왔다. 이는 동일지역 동일임금을 구현함으로써 지역 내 조합원들의 동질감과 연대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물론, 삶의 질 향상을 크게 도모할 수 있었던 점도 내세울 만 하다. 최근에는 버스운전 자격제 도입과 관련해서 연맹의 확고한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에도 사고가 발생하거나 하면 2중 3중의 행정적, 경제적 처벌로 고통을 받고 있는 버스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처벌 조항을 만들려고 계획했었다.

이른바 버스운전 자격을 정지시키는 조항들이 그것이었다. 정부는 일부 정지 조항을 유지하는 절충안을 수차례 제시했지만, 연맹은 전국 총파업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표자회의를 통해 전국적인 승무 거부를 결의한 바 있고,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세부 일정과 방법, 지도부 구속에 따른 후속 대책까지 결의할 예정이었다.

ⓒ 전국자동차노련
하지만 대의원대회 당일 아침 정부는 이와 같은 자격정지 조항 전체를 삭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는 8만여 조합원들의 참여와 관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50년 연맹 역사 속에 흐르고 있는 투쟁의 역량이 일궈낸 성과물이다.

기념사를 통해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50년의 연맹 역사를 돌이켜 보며 배울 수 있어야 한다. 50년 역사 속엔 자긍심, 보람, 긍지도 있지만, 그 이면엔 조합원들의 땀, 아픔, 고난, 쓰라림이 녹아있다. 앞으로의 50년은 과거 50년에 비해 몇 배의 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새로 닥쳐 올 급변할 시기에 과거를 스승 삼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연맹이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아울러 노동운동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노동운동 전체적으로 새로운 비전과 실천을 보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이제 분배와 복지 없는 성장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노동의 가치와 존엄을 성장의 가치로 여기는 세상이 열려야 한다. 반대와 비판을 위한 투쟁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국민이 받아들이기 힘든 가치는 의미가 없다. 국민의 삶과 연계된 각 산별연맹의 활동과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연맹의 중요한 현안은 버스운전기사 폭행범에게 가해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 문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버스, 택시기사가 폭행당한 사건은 총 9,042건으로 월 평균 291건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사건이 단순 폭행사건으로 처리되고 있는 현실이다. 운행 중인 운전기사를 폭행하면 특가법으로 가중 처벌 받게 되어 있지만 버스의 경우, 승하차를 위해 정차하는 순간의 폭행은 ‘운행 중’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연맹은 노선 여객자동차의 특성을 감안하여 버스의 경우에는 첫차 운행부터 막차 운행까지 노선에 있는 경우에는 ‘운행 중인 것’으로 보는 단서조항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올해 경찰청과 법원의 자료를 취합하여 내년에는 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 전국자동차노련
또한, 버스운수업의 특수성을 넘어 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통상임금 문제 대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통상임금 문제는 버스사업장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2년 근속수당에 대한 대법원의 통상임금 인정부터 현재 소송 중인 사업장 중 약 70%가 운수업이다.

논란의 여지가 많고 갈등의 소지가 많지만 우리 버스운수업은 이미 대다수 사업장에서 호봉제를 도입하면서 임금체계를 단순화했다. 올해에는 한국노동연구원과 함께 버스운수업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연구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전국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내년도 교섭을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변화는 발랄해야 한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연맹 로고를 바꾸는 등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조합원들의 성향이 비교적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연맹 내부에서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에 반감은 없나?

“분명히 그렇게 오해할 만하다(웃음). 버스 기사의 경우 일정 정도의 운전 경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을 따지면 젊은 신입 직원들이 대거 들어오는 다른 업종에 비해서 높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제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운전기사들의 모습을 보고 엄숙한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넥타이를 매고 운전대를 잡는 것은 부산지역에서 위원장을 하던 시절에 처음 실시했던 것이다. 승객들에게 인사하기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타는 사람들마다 얼마나 이상하게 바라봤겠나? ‘안녕하세요’란 인사를 수십 번 반복하고 있으니.

운수업은 특성 상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다. 요금 인상이 유일한 방법이다. 정기적인 요금 인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교통 요금은 곧바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과 연결돼 있다. 요금 인상의 당위성에 대해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으려면 서비스의 질 향상 말고는 방법이 없다. 차를 더 빨리 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사하기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였지만 지금은 어느새 시민들도 운전기사와 함께 인사를 주고받는다. 버스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꿔간 것이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이다. 대중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노조로 변모해 가야 한다.

새로 바뀐 연맹의 상징 역시 조직 내부에서부터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에 부합한다고 공감하고 있다. 젊고 발랄한 시도라고 해서 너무 의아해 하진 말아 달라(웃음). 그럴수록 더욱 시대에 맞춰서 가려고 한다.”

ⓒ 전국자동차노련
버스 준공영제 시행 지역의 경우, 다른 곳에 비해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행 제도의 개선, 보완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우선 조합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간 것은 준공영제 시행 이후 임금체불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노선별 경쟁이 없어지면서 교통사고율이 감소했다는 점은,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 봐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다.

하지만 준공영제 시행으로 기존의 노사관계가 노정관계와 함께 실타래가 엉켜 있는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논의해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어졌다. 버스운수업이 공공서비스의 성격이 강하고 또 공공의 편익을 위해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묶여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상황일 수 있겠지만, 노사관계, 노정관계가 이중으로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사측은 지자체에, 지자체는 사측에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게 현실이다.

연맹에서는 지속적으로 버스 준공영제의 개선과 확대를 위해, 중앙정부가 참여하는 위원회 설치를 주장해 왔다. 중앙 차원의 노사정 버스위원회에서는 준공영제의 표준 모델을 연구하며 제도 개선과 확대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지역 차원의 위원회에서는 각 지역별 운영방침을 결정하고 교통체계 연계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집행부 독단 막도록 규약규정 과감히 고칠 것

다가오는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울러 한국노총의 개선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오래전부터 한국노총 위원장 출마를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작금의 현실을 수수방관 한다는 것이 대표자로서 용감한 행동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집행부가 독단적이고 남용할 수 있는 규약과 규정을 과감하게 시정·개선할 것이다. 제도적으로 이러한 장치를 만들어야 의사소통도 가능하고 민주적으로 책임도 공유할 수 있다. 분열과 갈등을 최소한 제도적으로 예방하는 절차를 거쳤을 때에 신뢰와 믿음도 오히려 강화가 되는 것이다.

현장의 조합원들이 내셔널센터를 믿지 못한다. 조직의 대표자가 되었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위상과 위치가 격상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단한 자기 노력에 따라 그러한 것이 이뤄졌을 때 위상도 올라간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지금 노동계 전체가 시대적으로 침체되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에도 뭔가 역동적으로 현장 조합원들이 희망을 가질 만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 현실을 보면 의사결정 구조, 거버넌스가 왜곡돼 있다. 한국노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결정을 소수의 사람들이 내리고 있다. 단위노조는 물론이고, 산별 회원조합에도 공유가 안 되는 실정이니 현장은 더욱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5월 30일 있었던 노사정 합의 역시도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진행된 것이다. 심지어 집행부의 나머지 인원들에게조차도 의견 공유가 안 됐던 사안이다. 이건 이벤트를 위한 이벤트일 뿐이다. 노조는 자주적,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게 기본 가치 아닌가. 의사 결정 역시 조직에 비례해서 참여하고, 아울러 거기에 걸맞게 책임도 공유할 때 결정이 효력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