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하나다”
“노동자는 하나다”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3.12.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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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 정규직노조와의 연대로 이용석 노동열사상 수상
지역사회운동으로 조합원 삶의 질까지 챙겨
[인터뷰 4] 김영수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지부장

만들어진 지 1년 남짓, 신생 노동조합이지만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는 많은 것을 바꿔냈다. 임단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조합원들은 이제 시간외 수당이나 연장근로 수당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조합원들 사이에 의견 차이는 있다. 어떤 사람은 임금인상이 최우선이고, 어떤 사람은 지표의 압박을 제일 싫어한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는 확실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C&M정규직노동조합과 함께.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가 올해 이용석 노동열사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은?

“사실 노동조합을 설립한지도 얼마 안됐고, 노동 분야에서는 전태일 열사 정도만 잘 알지, 이용석 열사는 잘 몰랐다. 수상 결정되고 알아봤는데 상당히 가치가 있는 상이더라. 우리만 받은 건 아니고, C&M지부와 공동수상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상 결정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가능성 때문이지 않겠나. 이용석 열사상을 받은 곳 중에 정규직 노조는 이번 C&M지부가 최초라고 하더라. 그만큼 C&M지부에서 비정규직 노조와 함께 하려는 마음이 컸고 그게 이렇게 잘 된 것 같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만 해도 C&M조합원들의 희생이 있었다. 본인들 것을 낮추면서까지 우리를 먼저 챙기고, 임단협도 우리 것부터 끝내야 협상하겠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사실 우리 힘만으로 하려면, 우리 의견을 원청에 전달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정규직 노조인 C&M지부에서 큰 힘이 돼줬다.”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는 만들어진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직화도 투쟁도 성공적이라는 평이 많다.

“시작은, 멋모르고 시작했다. 비정규직들도 노조 결성에 대해 의견은 있었지만 다 모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규직 노조와의 연대가 중요했다. 우리가 준비과정만 2년 걸렸는데 정규직지부가 생기는 걸 보고 강남권 파트너사 3곳의 회사들이 조직화됐다. 그 과정에서 정규직지부가 1:1로 도움을 줬고. 노조 결성을 논의하고 실제로 노조 설립 발표를 하기까지 사측에서 전혀 모를 정도로 보안이 철저히 지켜졌다.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조금이라도 새어나가면 우리가 죽으니까. 다 같이 절박함을 공유하고 있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가 가능했던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비정규직이지만 2009년까지만 해도 다 정규직이었다. 다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였는데 회사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직군 아웃소싱을 시키면서 비정규직이 됐다. 지금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서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다 같이 우리 직원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에 발 벗고 나서줬다.

투쟁 과정에서 일부 업체를 퇴출시키기도 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는 우리 사무처장을 보고 ‘직원 나부랭이’ 운운하면서 자기는 부하직원하고 협상할 수 없다는 사장도 있었고, 횡령 때문에 임금체불이 된 사업장도 있었다. 그런 곳을 계속 두는 것은 원청업체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35일간의 투쟁을 통해 두 곳의 업체를 퇴출시켰다. 사실 이것도 우리 힘만으로는 할 수 없었을 일이다. C&M지부에서도 공감하고 같은 의견을 회사에 전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희망연대노조에서도 C&M지부 설립 초기에는 전체 역량을 쏟아 부었다.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C&M지부는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에 정말 많은 힘을 실어줬다. 다른 곳도 우리 설립과정을 보고 ‘우리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고, 그렇게 아래로 뻗어나가게 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나.”

지금 생각하고 있는 다음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희망연대노조에서 지역사회운동을 추진 중이다. 본조의 방침이니까 우리도 따라가고 있다. 지역 소모임이나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을 제공해서 조합원과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올리려는 운동이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인권을 확보하고 복지 수준을 높이는 건 기본이고,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무실을 두 개 얻은 것도 지역거점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조금 멀리 보면 우리가 다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again 2009’,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쓰는 것도 그런 의미다. 아직은 먼 일이겠지만 힘내서 가야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