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소통하고 함께 싸웠다
솔직하게 소통하고 함께 싸웠다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4.01.0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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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적응 불안감 배제할 순 없어
사회에 기여하는 노동조합으로 거듭날 것
[인터뷰 1] 김호열 사무금융서비스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포토DB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 조합원 56명은 586일(2012년 4월 23일부터 2013년 11월 29일까지)이라는 장기간의 파업 끝에 지난 달 6일 회사에 복귀했다. 파업의 사유는 단체협약 해지였다. 이들은 작지만 강했다. 서로에 대한 솔직한 소통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을 구성해 투쟁을 지속했다.

오랜만에 회사로 복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기쁨 반 우려 반’이라고 김호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장은 설명했다. 당장은 기쁘지만 점차 업무를 적응하는 데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 노사간의 풀리지 않은 문제들도 남아 있어 안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1월 28일부터 29일까지 밤샘 교섭을 통해 파업을 종료하고 회사로 복귀하게 됐다.

“합의를 이루기까지 난항이 많았다. 큰 쟁점을 합의하고 나면, 작은 쟁점에서 마찰이 생겨 이것이 다시 큰 쟁점이 되는 식의 과정이 반복됐다. 원래는 28일 정도에 잠정합의가 되는 거였는데 결렬돼서 29일에 다시 농성에 돌입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노사가 서로 양보 가능한 부분들은 양보하면서 접점을 찾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

조합원들이 추운 겨울을 일터에서 보내게 된 점을 제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다시 조합원들이 일터에 안착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남아있는 책임이다.”

조합원들의 반응은?

“기쁨 반, 우려 반이었다.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는 기뻐했다. 우리가 19개월 동안 파업하면서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상당히 힘들었다. 그게 해소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론 과거처럼 안전하게 일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놨기 때문에 적응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회사에서는 조합원들을 바로 업무에 투입하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주로 직무교육을 받는데 업무 배치와 관련해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 장기간 파업으로 인해 회사의 직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한 점포수가 11개에서 4개로 축소됐다. 게다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직원들과의 관계설정 문제도 남아 있다.”

끝까지 함께 한 조합원들이 상당 수 있을 만큼 노조의 조직력이 대단하다.

“조직력이 처음부터 강했다기보다는 싸움을 시작하면서 의식이 깨어나고 단결이 더 공고해진 측면이 있다. 처음에 사측에서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일방성과 악의성이 구성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파업 중에는 쌍용차, MBC, 콜트-콜텍, 재능, 코오롱 같은 다른 투쟁사업장 동지들과 투쟁하면서 의식적인 변화가 있었다.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싸움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것이 단결력으로 나타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정직하고 솔직하게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싸움을 이끌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취지를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조합원들도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다. 상호 교감 하에 신뢰가 쌓여간 것 같다. 겉으로는 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였겠지만, 내부적으로 끊임없는 소통과 교감을 바탕으로 꿋꿋하게 싸워왔기에 단결할 수 있었다.

다만 싸움을 조기에 종식시키지 못해 조합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조합원들이 개인적인 이해를 희생하면서 조직적 이해를 얻고자 했고 단결해서 따라온 것에 감동했고 감사하다.”

투쟁 기간 내내 다른 투쟁사업장들과의 연대가 많았다.

“공동투쟁단이 큰 힘이 됐다. 함께 연대했던 공동투쟁단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이라는 긴 이름이 정식명칭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노동이슈가 조직 이름에 들어가 있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같은 테마로 싸우고 있어 같은 입장이란 거다. 소속, 업종, 고용형태가 다 다르더라도 아주 근원적인 문제로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연대가 공고해질 수 있었다.

말이 연대이지 우리들끼리는 함께 싸움을 한 거였다. 누가 누구의 싸움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을 넘어서 같이 싸웠다. 조직적으로 힘이 들 때 공동투쟁단에 오래 싸운 사람들의 투지와 경험, 몸을 사리지 않는 연대가 우리한테 큰 힘이 됐다.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동원해서 같이 싸우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지금까지의 강한 조직력을 향후에도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할 텐데, 노조 조직화 계획은?

“조합원들과 자주 만나려고 한다. 파업 전보다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소그룹이든 전체적이든 모이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보려고 한다.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노력을 통해서 조직적으로 탄탄하게 만들려고 한다.

나아가 싸움의 경험과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여에 비중을 두는 노조의 모습으로 가려한다. 소규모 조합이기 때문에 역량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19개월을 싸워오면서 조직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생각의 변화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들이 기초가 돼서 작은 역할이지만 우리가 받았던 연대와 관심들을 갚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조합원이 아닌 회사의 구성원들과의 관계설정에도 노조가 순기능을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한다.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같은 노동자로서의 입장에는 차이가 없다. 노동자들끼리 반목하고 갈등해서 좋아질 건 없다. 노조가 아닌 회사 내의 조직적인 융화도 노조의 자주성과 단결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