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벼라! 스트레스, 발차기로 녹다운
덤벼라! 스트레스, 발차기로 녹다운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4.01.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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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의 고단함을 타이 천년 무술로 이겨낸다
몸도 마음도 활력 넘치고 다이어트 효과도 뛰어나
[일.탈_ 나만의 힐링을 공개한다] ① 타이 무술 무에타이

‘직장인이여, 일탈하라!’

<참여와혁신> 새 연재 꼭지로 ‘일.탈_나만의 힐링을 공개한다’를 시작합니다. ‘일.탈’은 ‘일터 탈출’, ‘일상 탈출’의 준말입니다. 탈출은 일상이나 일터에서 도망친다는 뜻이 아닙니다. 쳇바퀴처럼 도는 직장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에너지입니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삶보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정신이나 육체 건강에 활력을 준다고 합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어도 스트레스의 강도가 여전하면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없습니다. 여가는 노동시간에 반비례하여 증가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시간 활용의 노하우에 따라 달라집니다. 새 연재 ‘일.탈’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의 힐링법을 찾아 소개합니다. 타인의 ‘일.탈’을 통해 자신만의 ‘일.탈’을 찾기를 바랍니다.
- <참여와혁신> 취재팀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net
나이 먹을수록 활력 넘치는 철강 영업맨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자리한 허름한 3층 건물을 찾아갔다. 비좁은 계단을 올라 낡은 알루미늄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자 열기와 함께 진한 땀 냄새가 마중 나온다. 줄넘기를 하며 가쁜 숨을 내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 가며 샌드백을 두들기는 이가 있다. 이곳은 무에타이 체육관이다.

무에타이는 타이의 전통무술이다. 복싱처럼 주먹을 내뻗기도 하고, 태권도처럼 발차기도 한다. 또한 무릎과 팔꿈치를 이용해 상대를 가격한다. 권투 경기는 12라운드를 뛰지만 무에타이는 5라운드만 링에서 겨룬다. 그만큼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다.

스물여덟 살인 이상준 씨는 철강회사에서 법인 영업을 담당하는 3년차 직장인이다. 이곳 체육관에 온 지는 1년 남짓 됐다.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저녁 7시에 퇴근하면 이곳 체육관을 찾는다. 줄넘기로 몸에 열을 내며 몸을 풀고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마치면 곧바로 글러브를 끼고 링에 올라 스파링을 한다. 상대는 이상준 씨보다 덩치도 크고 몸놀림도 날렵하다. 이상준 씨는 쉴 새 없이 가쁜 숨소리와 함께 팔과 발을 휘두르지만 상대의 얼굴이나 몸에 미치지 못한다. 상대의 발과 주먹은 쉼 없이 이상준의 몸을 파고든다.

이상준 씨는 직장생활을 시작하자 자잘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이 났다. 영업을 하니 운전하는 때가 많은 데, 길이 조금이라도 막히면 화가 치밀었다. 길을 걷다가 바닥에 고인 물을 누군가 튀기면 성을 냈다. 퇴근하고 집에서 드러누워 지친 몸을 달래보지만 피로가 풀리지가 않았다. 이상준 씨는 대학시절 잠깐 경험했던 무에타이 체육관을 찾았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일주일에 네댓 번씩 이곳에 와서 운동을 한다.

“지금은 이십대 초반 때보다 피곤함도 덜 느끼고 몸에 활력이 돌아요.”

일터에서 얻은 스트레스로 묵직해진 몸과 마음이 체육관에서 땀으로 배출된다. 지친 몸을 집에서 쉬는 것보다 운동으로 풀어주는 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효과가 있다. 생활도 여유로워진다.

“무에타이를 한 뒤로 몸 안에서 자신감이 넘쳐요. 직장 생활도 더욱 열의에 차서 하지요.”

▲ 샌드백을 두들기는 이범우 씨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net

스파링 마력에 빠진 광고쟁이

다이어트 열풍에 따라 무에타이를 찾는 직장인이 많아졌다. 무에타이를 하는 여성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이날도 간호사를 하는 이를 포함해 세 명의 여성이 남성들과 함께 스파링 연습 등을 하고 있었다. 워낙 활동량이 많은 운동이라 한 달만 해도 3~5㎏정도 몸무게가 준다.

광고업계에서 일한 지 9년차가 되는 서른다섯 이범우 씨는 영어 원어민 강사를 하는 미국 여성과 짝이 되어 스파링 연습을 하고 있다. 광고업은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많다. 이범우 씨는 일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집에 가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식으로 해소했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은 적고,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니 살이 찌기 시작했다. 178㎝의 키에 85㎏이 나갔다. 허리 사이즈가 36인치까지 늘어 날씬해 보이는 옷을 입고 싶어도 그림의 떡이었다.

이범우 씨는 10개월 전부터 무에타이 체육관을 찾아 운동을 했다. 현재 몸무게는 75㎏으로 10㎏이 빠졌고, 허리 사이즈는 3인치가 줄었다. 이범우 씨는 평소 입고 싶었던 옷을 입을 수 있어 요즘 행복하다.

다이어트를 위해 무에타이를 찾은 이들이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바쁜 일상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일이 많아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몸이 피곤해서, 비가 와서, 이런저런 핑계로 건너뛰기 마련이다.

10㎏ 다이어트를 한 이범우 씨는 누구나 3개월만 꾸준히 하면 몸짱으로 바뀐 걸 거울을 볼 때마다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이어트 효과는 곧바로 보이지 않는다. 2~3개월은 돼야 눈에 띄게 나타난다.

“석 달만 꾸준히 해보세요.”

3개월 정도 무에타이 기술을 익힌 뒤에는 링에서 스파링을 한다. 스파링을 하고 나면 무에타이 마력에 푹 빠져 술자리보다 체육관을 찾게 된다고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상대에게 맞으면서도 묘한 마력에 빨려 들어가요. 이 매력에 빠지면 무에타이를 그만 둘 수가 없어요. 스파링을 하면 아드레날린이 마구마구 분출되는 걸 느낄 수 있죠.”

타이틀이 걸린 경기가 아니기에 스파링을 할 때 과격하게 서로에게 공격을 하지 않는다. 위험해 보이는 운동일수록 사고가 드물다. 위험한 만큼 보호구를 철저히 착용하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여 땀을 빼서 그런지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이들의 피부들이 탱탱하고 맑다. 노폐물과 함께 스트레스를 없애니 미용도 덤으로 얻는 셈이다.

▲ 스파링 중인 이상준 씨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net
한 시간이 훌쩍, 지루할 틈이 없다

직장인들이 대부분인 저녁 9시 수업에는 열다섯 명이 참여했다. 15분가량 일찍 나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각자가 줄넘기를 하며 몸을 푼다. ‘땡’ 하는 종소리와 함께 수업이 시작되자 구령에 맞춰 스트레칭을 한 뒤, 발차기 등 기본 동작을 반복한다. 정면에 있는 대형 거울에 자신의 동작을 비춰보며 기술을 익힌다. 동작이 서툰 이가 있으면 관장이 자세를 바로 잡아준다.

이제는 서로 짝을 지어 선다. 한 사람은 팔에 미트를 차고, 한 사람은 글러브를 낀다. 글러브를 낀 이가 주먹치기나 발차기를 하면 상대는 미트를 움직이며 방향을 바꿔준다. 15분씩 번갈아 가며 미트 차기를 한 뒤에는 스파링 연습을 한다. 스파링을 하듯 보호구와 글로브를 착용하고 느린 동작으로 공격이나 수비법을 익히는 과정이다. 상대의 공격을 어떻게 막고, 어떤 방법으로 상대의 허점을 공격할지를 정확한 자세로 숙달한다. 어느덧 한 시간의 수업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옷과 함께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수업 마지막은 윗몸 일으키기 등 근력운동이다. 수업이 끝나자 서로 둥글게 서서 인사를 하고, 가위 바위 보를 한다. 진 사람이 체육관 바닥을 적신 땀을 대걸레로 닦는다. 10시 15분부터 있을 다음 수업 참가자를 위한 배려다.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향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샌드백을 두들기거나 링에 올라 스파링을 하는 등 자유로운 개인 운동을 한다.

“여러 취미가 있지만, 땀을 흘리며 운동하면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생활을 여유 있게 꾸며 갈 수 있어 좋아요. 무에타이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취미로 가지세요. 무에타이는 혼자 하지 않고, 짝을 짓거나 여럿이 모여 하기에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직장인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취미입니다.”

급여를 비롯해 동료 간의 관계, 일터 분위기 등 모든 것에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한다는 이상준 씨의 얼굴에는 땀이 해맑게 빛나고 있다. 

무에타이

‘무에타이’는 타이의 전통 격투 스포츠로 1000년가량 이어진 전통 있는 무술이다. 타이 복싱으로 불리기도 하며 타이의 고대무술 ‘무어이보란’이 현대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에타이는 크게 ‘람무아이’와 ‘크라비크라봉’으로 나뉜다. 람무아이는 맨손 격투술이며, 크라비크라봉은 ‘크라비’ 등의 무기를 사용한 기술이다. 그 중 우리에게 보편적인 것은 람무아이로, 단단한 신체 부위를 사용하여 상대방을 타격하는 격투 방식이다. 무에타이는 타이가 5천 년 이상 외세의 지배를 단 한 번도 받지 않게끔 도와준 애국무술로 현지에서 여겨지고 있다.

무에타이의 효시는 정확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무예가 흘러들어간 것이라 주장하며 타이 쪽에서는 중국 무술의 원조가 자기들 것이라 서로 주장하고 있다. 또한 타이에 인접한 나라들도 각기 자신들이 원조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뚜렷한 역사적 증거를 찾을 수 없어 어느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단지 근대 무에타이의 기원은 타이의 오래된 군사무술 지도서인 ‘유타삿’이라는 책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전해오고 있다. 이 책에는 창과 칼, 전쟁용 도끼, 방패, ‘마이속’ 이라 불리는 ‘┤’ 모양의 몽둥이 등을 이용한 전투 방법이 나와 있으며, 전장에서 무기를 잃었을 경우 백병전으로 싸울 수 있는 맨손 격투술이 수록되어있다. 하지만 이 책이 쓰이기 전부터 타이는 주변의 나라로부터 수없이 많은 침략을 받았으며 무에타이를 이용하여 수없이 많은 전투에서 승리하였다.

- 출처 : 국민생활체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