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일하고 싶은 여성, 집 밖으로 나가라
결혼 후 일하고 싶은 여성, 집 밖으로 나가라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4.02.0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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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 원하는 여성 있지만 제도적 지원 있어야
질 낮은 일자리 우려 … 일·가정 양립은 왜 여성만 부담?
[분석 1] 경력단절 여성노동자 재취업하려면

ⓒ 성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직장 여성들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혼을 기점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다. 결혼 후엔 자녀를 양육하면서 상당기간 사회와 멀어지게 돼 재취업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라는 이름으로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기관을 늘려가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시간 선택제 일자리가 확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경력단절 여성들이 이 제도의 주 대상이 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력단절 여성들의 실태와 사례들을 알아보았다.

경력단절 여성 취업, 정부도 팔 걷어붙였다

지난 달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구상 발표에서 “고용률 70%달성으로 청년과 여성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달 16일에는 현오석 부총리가 여성능력개발원을 방문해 “우리나라 여성들이 30대 이후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고용률은 급격히 떨어진다”며 “이번 정부 내에서 여성 경력단절이 없어지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시간 선택제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인건비·사회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특히 경제 단체, 기업들과 함께 지원하는 ‘리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언급에서도 나타나듯이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확산돼 가고 있다.
실제 통계청이 파악한 2013년 경력단절 여성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5~54세의 기혼여성은 971만3천 명이다. 이중 취업을 하고 있지 않은 여성은 406만3천 명이다. 406만3천 명 중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교육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은 195만5천 명으로 기혼여성의 20.1%에 해당한다.

경력단절 여성 195만5천 명이 직장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결혼 89만8천명(45.9%)’이었다. 이어 육아 57만1천 명(29.2%), 임신 및 출산 41만4천 명(21.2%), 자녀교육 7만2천 명(3.7%)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을 그만둔 지 10~20년 미만인 경력단절 여성이 52만8천 명(27.0%)으로 가장 많고, 1년 미만은 18만7천 명(9.6%)으로 가장 적었다.

경력이 단절되기 전 재직했던 직장에서의 근무기간은 1~3년 미만(41.6%)로 가장 많고, 3~5년 미만(21.5%), 5~10년 미만(17.0%)순이었다.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는 경기도가 58만2천 명(29.8%)로 경력단절 여성이 가장 많고, 서울특별시 32만1천 명(16.4%), 경상남도12만6천 명(6.4%) 순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3년 대졸이상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를 통해 25~49세 대졸 이상 비취업 기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시간 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 구직노력 및 직업교육 경험 등을 파악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경력단절 여성의 10명 중 9명이 ‘괜찮은 시간 선택제 일자리면 일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에 경력단절 여성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 성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 확대 추세

현재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는 전국 120여 곳에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설립해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여성의 경력을 개발하고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여성들의 경우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기 쉽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이들이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취업상담, 직업교육훈련, 인턴 및 취업 후 사후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취업지원센터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지역사회 내 일자리와 연계하고 직장체험 프로그램까지 지원해 준다. 직장체험 프로그램 해당 기업에는 일정 기간 직장체험 중인 여성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참여하기에 부담감이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시내에는 25곳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있다. 그 중 성동구에 위치한 성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성동인력개발센터에서 위탁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이다.

성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윤경화 센터장 역시 과거에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 경력단절 여성이 보다 쉽게 취업하려면 지역사회 내에서 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 사례

성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수납컨설턴트로 취업한 최 모 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과 출산 후 일을 그만뒀다.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면서 시간이 생겨 다시 회계 및 재무 업무를 잠깐 하기도 했지만, 오랜 경력 단절 후 꾸준히 직장생활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 직장에 매여 있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는 게 없나 찾다가 성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알게 된 것인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최 씨는 이어 “개설 강좌 중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수납컨설턴트’였다. 살림을 하는 주부들에게 수납과 정리는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수업을 듣게 됐는데 굉장히 재밌고 즐거웠다. 이 일이 직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좀 더 시간을 투자한 덕에 지금은 전문 컨설턴트로 변신했다”고 밝혔다.

ⓒ 성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
또 다른 경력단절 여성이었던 구 모 씨는 직업상담사가 됐다. “결혼 전에 전기설계업무를 5년 정도 하고 임신과 창업으로 8년의 경력단절 기간을 거쳐 같은 회사에 재입사했다. 하지만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퇴사했다. 아이들이 성장한 후 할 일을 찾던 중 직업상담사를 알게 돼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무렵 성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구 씨는 이어 “성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직업상담사 선생님께 취업상담을 받으면서 직업상담사로서의 진로를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이곳에 인턴사원으로 채용됐다. 6개월 후 성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정직원이 돼 직업상담, 취업알선, 교육강좌 상담 및 안내 업무를 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하루하루를 소홀히 보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직업상담사로서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니 행복하다”고도 밝혔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같은 기관에 자문을 구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경력단절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현재 어린이집에 보육교사로 2년째 재직 중인 여성 조 모 씨는 올해로 결혼 26년차로 어린이집은 두 번째 직장이다. 첫 직업은 결혼한 지 16년차에 시작한 한 유명 학습지의 교사였다.

다소 늦은 나이지만 조 씨가 학습지 교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전업주부일 때도 배움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이방에서 아이들을 돌보거나, 독서논술 지도를 위한 공부도 했다. 또한 자신의 자녀들이 유년기일 때, 직접 공부를 가르친 것도 도움이 됐다.

학습지 교사로 이름을 날리며 8년간 근무한 뒤 퇴사를 결정했다. 일에 대한 만족은 높았지만 이동이 많고 늦은 퇴근 등의 이유로 체력적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업주부로 돌아선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보육교사로 어린이집에 취업했다.

학습지 교사를 그만두기 1년 전부터 사이버 대학에 등록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던 덕분이다.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퇴근 후에도 자격증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조 씨는 “A를 하고 있을지라도 B를 계획하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면 경력단절을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성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
그러나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당사자들의 의지는 높아진 상태지만, 시간 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소식지를 통해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발표로 단기간 성과를 올리기 위한 공공기관 강제 할당 등 원하지 않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비정규직 확대의 일환임을 확인했다”며 “결국 여성에게만 일, 가정 양립의 책임과 의무를 전제하여 일하도록 배려하는 정책은 돌봄 역할을 성별화하고, 여성은 부차적 생계부양자라는 인식을 공고히 하며,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를 여성의 일자리로 고착화한다”고 지적했다. 시간 선택제 일자리의 ‘질’에 대한 경력단절 여성들의 우려는 남아 있는 상태다.

ⓒ 이가람 기자 grlee@laborplus.co.kr

경력 관리를 도와드립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 현황이 어떤가.

“전국에 120개가 있는데 정부가 200개가량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많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 각 지역별로 여성인력개발센터나 여성문화회관 같은 여성 기관이 있다. 그곳에 오는 분들을 주 대상으로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그런 게 없는 지역은 새로 만들고 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역할은.

“교육은 전문가인 강사들이 하지만, 사실은 경력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사회에서는 배우는 게 많다. 배우는 건 많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안 꿰면 필요 없게 되는 게 너무 많다. 그 역할을 우리가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딱 취업까지 가도록 안내하고 격려하여 끌고 가는 역할을 하는 거다.”

시간 선택제 일자리와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어떤 연관이 있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본다. 경력단절 여성이 취업을 하는 데에 시간제 일자리가 어쩌면 적절할 수 있다. 40세 이상 경력단절 여성들을 보면 아직까지 자녀양육을 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시에 취업 준비를 연습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연습을 해봐야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이들도 있다. 기존의 전일제 업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고 야근도 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시간으로 나눌 수 있는 직업이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다가가기 쉬워서 원하기도 한다.

그런 일자리에 초점을 둬야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는 한계가 있다. 급여가 낮고 4대 보험 문
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경력관리도 안 된다.

그 중에서도 핵심적으로 가정관리사나 가사도우미들의 일자리가 문제시 된다. 이게 4대 보험이 안 되는 것이 문제다.

시간 선택제 일자리의 방향이 맞다고는 생각하고 많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안 된다면 확대되기 힘들다. 그런 것이 안타깝다. 반듯한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제안하면서 정부 지원의 내용도 뒷받침 돼야 한다. 그래야지 여성들이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는 사기업에 비해서 나을 거라는 기대도 있다.

“공공기관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새로일하기센터의 경우는 경력이 단절돼서 일을 시작하기 서툴고 힘든 여성에 대한 지원을 주로 한다. 공공기관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는 정부의 어떤 방침에 조응해서 나오는데, 이미 그 시장을 아는 이들은 센터의 도움이 없이도 다 지원할 것이다. 센터가 해야 할 일은 가시적으론 없을 거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좀 더 수월하게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도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결혼 전부터 다른 시험공부도 하다가 결혼하면서 한 동안 취업을 안 하고 있었다. 아이들 낳고 애가 어느 정도 컸을 때부터 지역에서 공동육아나 협동조합 등의 일을 하니까 자신감과 경험이 생겼다. 나름의 경력이 생기는 거다. 그 뒤에 공부하고 취업도 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지금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나는 교육을 할 때마다 아이 키우는 데 7할을 두면, 3할은 지역에서 일을 하라고 말한다. 봉사를 하건 뭘 하건 결국은 당신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말이다. 그게 결국은 일자리로 가게 되는 힘이 되더라. 가만히 안방마님으로만 있다가 취업을 하기는 어렵다. 어딘가에서 역할을 하다보면 할 수 있다.”

이곳을 거쳐 간 경력단절 여성들의 반응은 어떤가.

“취업한 이들은 센터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먹을 것을 사가지고 와서 인사말도 한다. 그런 게 보람이다. 삶이 바뀌어서 좋아들 한다. 그래도 가장 큰 건 그들의 내적요인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