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갈등 넘어 제 역할 하는 사무금융노조 만든다
조직 갈등 넘어 제 역할 하는 사무금융노조 만든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4.02.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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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투쟁선포식 기점으로 대정부 투쟁 박차
산별교섭 법제화 필요 … 업종별 통일교섭부터 차근차근
[인터뷰]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 박현성 기자 hspark@laborplus.co.kr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이 지난해 12월 선거를 통해 2기 집행부를 선출했다. 임기를 막 시작한 김현정 위원장은 1기 때 조직 갈등으로 지지부진했던 산별전환을 핵심 사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산별전환과 함께 금융 공공성 강화를 위한 활동에도 박차를 가해 사무금융노조가 산별노조 본연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현정 위원장으로부터 3년 임기의 밑그림을 들었다.

사무금융노조의 지난 1기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한다면?

“지난 2년 동안 사무금융연맹 내에서 정상적으로 대의원대회도 개최하지 못할 만큼 조직 갈등이 있었다. 그래서 산별전환을 힘 있게 추진하지 못했다. 2년 동안 5개 지부가 산별로 전환된 것이 전부다. 첨예한 조직 갈등으로 집행부가 기능을 못했고, 현장에서는 산별로 전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사무금융노동자들도 2000년대부터 시작된 ‘산별노조 운동 깃발을 올렸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행스럽게 2기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조직이 정상화되고 신규지부도 들어왔다. 미전환 조직에서 산별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부들도 있다.

첫 번째 직선제 선거였던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현장에서는 조직 갈등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했고, 4개 업종본부의 추대를 통해 통합후보가 지도부를 구성했다.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뒤따르고 있고 분위기도 좋다. 이 분위기를 이어가면 2기 집행부 3년 임기 안에 연맹을 해산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2기 집행부의 핵심 공약은 ‘사무금융 대산별노조 완성’이다.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두 축인데, 우선 산별노조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려 한다. 2월 금융위원회 앞에서 구조조정 저지와 법·제도 개선 투쟁선포식을 계획하고 있다. 법제도 제·개정 과정에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현장에서 산별노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하겠다.

‘현장 속으로’라는 2기 집행부 캐치프레이즈처럼 현장에 있는 조합원에게 왜 산별노조가 필요한지 교육하고, 간담회 등을 통해 직접 접촉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전환 조직의 산별전환을 유도하고, 노동조합이 없는 사무금융 사업장들과 콜센터 같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할 계획이다.”

금융기관 매각에 사모펀드가 대거 뛰어들고 있지만 ‘먹튀’ 행태를 자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월 말 금융위에서 사모펀드 규제완화 방안이 나왔다. 사무금융노조 소속 사업장의 매각에 항상 사모펀드가 참여하고 있고 많은 사업장들이 사모펀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단기간에 재매각하는 것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필연적으로 구조조정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선 정부당국과 국회, 금융위에 사모펀드 규제완화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서 금융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게끔 하려 한다. 사모펀드와의 양해각서가 체결된 사업장에서는 해당 지부의 동지들과 함께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

최근 잇따르는 금융기관의 신용정보 유출 사건에서 보이듯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하다.

“박근혜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 금융시장 활성화 같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금융기관은 공공성, 안정성이 최우선 과제인데 이런 정책으로 인해 위기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신용정보 유출도 그런 측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금융기관들이 공공성을 망각한 채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영을 하다 보니 그런 리스크들에 노출 되고 있다.

또 증권사,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등이 특화된 영역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어느 순간 그런 서비스를 은행에 다 내줬다. 은행 위주로 정책을 펴는 것에도 문제가 많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는 구조조정에 노출된 상황이다.
특화시켰던 취지를 살려서 무작정 은행에 허용해줄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

사무금융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확정하기 어렵고, 상시적인 장시간노동에 노출돼 있다. 실적압박 등 업무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제조업과 달리 사무금융노동자는 50세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45~50세에 희망퇴직, 조기퇴직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당한다. 실적압박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도 크고, 상담업무 등 감정노동도 심하다.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금융의 공공성을 정책에 반영해야 하지만, 이는 풀어가야 할 숙제다. 현실적 대안이 PC OFF제도다. 퇴근시간에 맞춰서 업무용 PC를 자동으로 꺼지게 하는 시스템이다. PC가 자동을 꺼지기 때문에 그 시간 외에 다시 켜면 시간외근무가 자동으로 입력된다. 실제 적용한 사업장에서는 시간외근무가 1/3로 줄어들고 업무집중도도 높아졌다.”

사무금융노조 차원의 산별교섭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산별교섭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4개 업종 중 증권업종본부만 산별교섭을 하고 있고, 생보, 손보, 여수신업종에서는 대각선교섭을 하고 있다. 우선 업종별 통일교섭을 성사시키려 한다. 업종별 통일교섭을 안착시키고 사무금융노조 전체로 확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