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복지’만 관심, 사회복지사의 비애
‘남의 복지’만 관심, 사회복지사의 비애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3.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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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임금수준, 가장 큰 불만 요소
이직 경험 42%…전문능력·연속성 떨어져
[분석 2]사회복지사 처우 문제

ⓒ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고령화,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과 같은 사회 현상으로 한국 사회 내에서 사회복지서비스 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는 사회구성원들의 보편적 삶의 질과 밀접히 연계돼 있기에 의미를 갖는 것이다.

사회복지서비스 산업의 양적 증가도 눈에 띤다. 노동집약적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용창출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정책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 확충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사회복지서비스 산업 종사자들의 불합리한 처우 문제가 심심치 않게 대두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질 문제와 밀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

사회복지서비스, 규모는 늘었으나 종사자 시름은 여전

국내 사회복지서비스 산업의 종사자 수는 통계청 서비스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 20만4,411명에서 2011년 42만9,275명으로 약 2.1배 늘었다. 사업체 수도 같은 기간 2만7,900개에서 5만53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는 2011년 기준으로 전체 취업인구 대비 약 1.77%를 차지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09년 사이 취업자 증가율은 전 산업 평균이 1%에 불과하지만, 사회복지서비스 산업은 17.1%에 달한다.

산업의 양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근로조건이나 처우, 사회적 인식, 일에 대한 종사자들의 만족도는 그다지 밝지 않다. 산업의 대표적인 직종인 사회복지사 역시도 마찬가지다.

한국표준직업분류상 사회복지사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청소년, 노인, 여성, 가족,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적, 개인적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사회복지학 및 사회과학의 전문지식을 이용하여 문제를 진단, 평가함으로써 문제해결을 돕고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자”라고 정의된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 중 사회복지시설, 각종 법인, 기타 관련기관 등 민간부문의 취업인원을 2011년 말 기준으로 6만2,342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등 공공부문의 취업인원은 10,639명이다.

ⓒ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이들 사회복지사가 일하면서 겪고 있는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고용불안, 비정규직의 증가 문제와 사회복지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자격제도 및 교육훈련 시스템이 미흡한 점이 지목된다. 또한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이 비민주적이거나 비전문적인 경우도 있으며, 이들 사회복지시설의 민간위탁으로 발생하는 문제, 만성적으로 재정 취약성에 시달린다는 문제 등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사회복지사의 임금 수준은 전체 임금 노동자의 평균 임금에 비해 약 80% 수준에 불과하다. 근속 및 경력 기간도 타 직종에 비해 낮다. 임금, 노동시간, 복지, 육아휴직, 교육훈련, 소진 문제 등 노동환경 전반의 열악함이 가장 심각하다.

여러 가지 항목 중에서 현 직장에서의 근속 기간은 사회복지사 중에서도 민간부문에서 일하는 이들인지, 공무원인지에 따라 차이가 크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평균 근속 기간을 100으로 보았을 때, 민간 사회복지사는 57.5 수준이다. 다른 직종과 비교해 보면 간호사는 96.6, 유치원 교사는 65.3 수준이다. 반면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은 130.2로 전체 임금 노동자 평균을 웃돈다.

복합적 갈등 요인, 이직 고민 만들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지닌 사회복지사들이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결국은 서비스 전체의 질적인 측면을 향상 시키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직접적 대인관계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통상 어느 조직에서건 조직 구성원들의 잦은 이직은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며, 원인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 사회복지사의 임금 및 근로조건
2009년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의 42.6%가 이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 추진한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임금 노동자들 중 1년 이내 이직 경험이 있는 이들은 2.6%에 불과하지만 민간부문 사회복지사들은 5.1%에 달한다.

사회복지사들이 이직을 결정하게 된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신의 일에서 감정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소진됨을 경험하거나 주어지는 업무와 역량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소속된 조직으로부터 정당하지 못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되면서, 그 와중에 다른 구성원들과의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직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본인의 경험과 주변에서 보고 들은 바를 종합해 보면 낮은 임금 수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가 수월하다고 한다. 여타의 불만요소들이 표면으로 불거지게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도 자신의 일에 대한 열악한 금전적 보상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더 좋은 급여를 받고 싶다는 건 누구나 본능적인 거일 테니까. 좀 더 급여가 나은 데를 알아보자고 생각했죠. 급여가 전부는 아니지만, 7년이나 여기서 일했는데 보수랄지 급여가 너무 낮은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뭔가 다른 문제가 생기면 울컥하는 거죠.”

낮은 급여에 과중한 업무량 등 열악한 노동조건은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회의감마저 들게 한다.

“자기가 자기 권리도 못 찾으면서 무슨 남의 권리를 찾아줘요. 클라이언트가 내 이런 속마음을 다 알고 있다고 하면, 그 분에게 이래저래 권리를 찾으시라고 조언을 할 수 있을까? 자신 없거든요. 복지 일을 한다면서 너무 ‘복지’스럽지 않은 상태고,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 하는 의미도 생각하게 되고.”

“내가 여기서 평생 있다고 하면 비전이라는 게 있을까. 직장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무슨 롤 모델도 있고 그렇잖아요. 내가 여기서 부장도 하고 기관장도 하고 그렇게 한다면 좋을까? 재미있을까? 아니었단 거죠.”

ⓒ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사회복지사들이 느끼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이들이 일하고 있는 직장의 재정상황이나 운영이 열악하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특히 인원의 부족함에 대해선 상당수의 사회복지사들이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인적인 사유 등이 있을 때에는 맡은 업무는 주변에 고스란히 가중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갈등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1년 정도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그곳에 입사한지 1년 됐을 즈음이었거든요. 주변에서 정말 눈총을 많이 줬던 거 같아요. 근무는 1년 하고 육아휴직은 1년 이상 한다고 그러면서. 도대체 왜 저런 사람을 뽑은 거냐는 얘기도 들었고. 윗사람이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동료들이 그러는 거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보거나 키워 본 사람들은 덜하지만, 미혼인 사람들도 주변에 꽤 많았으니. 계속 다닐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시설이기 때문에 다른 일터에선 찾아보기 드문 이유로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많은 사회복지시설이나 위탁기관들이 종교법인이나 종교단체가 기반이 된 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경우를 감안하면 심심치 않게 특정 종교의 강요가 이뤄지기도 한단다.

“성당은 그냥 자기 동네 성당을 다니면 되잖아요. 교회는 조금 다른데, 경기도에 살든 서울에 살든 자기들만의 교회에 나오라는 거죠. 강요의 정도도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른 거죠. 이왕이면 우리 교회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은근하게 말하는 사람부터, 담임 목사에게 확인증 비슷한 거를 끊어 오라는 사람도 있고. 지나가는 말로 요즘 교회 열심히 다니고 있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에. 주일 다가오면 일단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가끔 주변에선 종교가 없는 사람이 기관장이 바뀌거나 시설이 바뀌었을 때 강요를 당하기도 한다더라고요. 전 믿음이 있는데도 고역이더군요.”

이상과 현실 충돌…제도적 보완은?

여기에 더해 여타의 불만족 요인들이 뒤섞여 ‘일에 대한 의욕을 꺾고’, ‘자신감을 잃게’ 하며 ‘이직 혹은 전직을 고민’하게 만든다고 사회복지사들은 말한다. 국가인권위가 추진한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어떤 하나의 요소가 사회복지사들이 이직을 결정하는 이유가 됐다기보다는 다양한 측면의 갈등과 경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들로 하여금 이직을 결심하게 하거나 일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는 상황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긴 시간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도 덧붙인다.

실태조사 보고서는 사회복지사들이 겪은 이와 같은 일련 과정들의 경험에 대해서 ‘직업적 발전과 주어진 상황의 충돌’이라고 설명한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 의식, 사회적 가치 등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조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는 의미다.

ⓒ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유감스런 현실은 이처럼 ‘가치’ 측면에서의 긍정적 평가 때문에 비슷한 분야의 일로 이직 내지는 재취업을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갈등이나 불만 요소는 여전히 존재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이직 과정에서 경력 단절, 소득 단절 등을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성 사회복지사의 비율이 70%를 넘는 것을 감안할 때, 채용 면접에서부터 결혼이나 양육에 관해 성차별적 처우를 받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현실에서 일과 출산·양육 등의 문제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제도상으로는 2012년 11월부터 시행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과 시행령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보호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장관, 지방자치단체장이 실태조사를 위해 관련 기관, 시설에 자료를 제출하게 하고 적정 보수 및 처우 수준에 대해서 권고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실효성이 있는 제도적 방안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조례 제정이다. 법률 제정 후 2013년 한 해 동안 57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복지사의 처우와 관련된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제주, 세종 등 특례시 지역을 포함한 기초자치단체가 229곳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