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테이블에 올려 공론화하자”
“모든 걸 테이블에 올려 공론화하자”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4.03.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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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산별 전환 조직-미전환 조직 간 불신
협동조합 업종본부 산별 전환이 핵심 고리
[인터뷰 4] 이윤경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 사무금융연맹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지난해 파행을 겪었다. 2월 정기대의원대회가 성원 부족으로 유회된 이후, 사업계획조차 통과시키지 못했다. 산별 전환을 둘러싸고 조직 간의 갈등도 심각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6대 집행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지난 2월 6일 치러진 확대대의원대회에서 전국축협노조 위원장을 역임한 이윤경 위원장이 7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통합’과 ‘대산별 완성’을 약속한 이윤경 위원장의 구상을 들었다.

7대 임원 후보로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연맹이 홍역을 치렀다. 연맹의 역사에서 중도 사퇴하고 비대위가 구성된 것도 처음인데, 그만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조합원들은 조속히 정상화 되는 것에 대한 염원을 가지고 있었다. 외부에 보이는 모양새는 산별과 미전환 조직들의 갈등으로 비춰지는데 사실 그런 것은 없다. 하지만 있을 것이란 전제를 해 놓고 서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소통을 통해 해결할 실마리를 던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 역할을 내가 맡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결심을 굳히고 나오게 됐다.”

6대 집행부가 남긴 공과 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공이라면 산별전환을 시작했고, 산별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는데, 갈등을 봉합하는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6대 집행부의 과오라고 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산별 전환 과정에서 심도 있게 현장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정책적으로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 빨리 봉합되고 못하고 산별 전환 조직과 미전환 조직들 사이의 갈등이 그대로 상존한 상태에서 시간이 오래 갔다. 수습의 타이밍을 놓친 아쉬움은 있지만, 과오라고 단정 짓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해 2월에 정기대의원대회 유회 이후 1년간 사업계획 없이 사업이 진행된 원인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가장 근본적으로는 신뢰 문제가 그 안에 있다고 본다. 산별 전환 조직과 미전환 조직, 특히 농협노조 일부가 산별로 직가입 하면서 농협노조 본조와는 전혀 소통하지 못했다. 대산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치유하지 못하고 그 갈등 구도가 그대로 이어지다 보니까 조직적인 갈등으로 비화된 것이다. 그것을 봉합하는 타이밍을 놓쳤다.

게다가 정기대의원대회까지 무산되고 나니까 갈등의 깊이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어려움이 있다 보니 미전환 조직에서는 연맹의 모든 사업이 균형을 잃고 산별노조 중심으로 간다고 판단하게 됐다. 산별 전환 조직 또한 미전환 조직에 대해 결의를 해놓고도 산별로 전환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존재했다.

산별을 완성하는 것이 위원장으로서 소임이라 생각하고 있다. 농협노조를 중심으로 해서 조직적인 갈등이 전혀 치유되지 않고 그대로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상처의 깊이는 더 깊게 패일 것이다. 협동조합 업종본부장으로 농협노조와 축협노조의 지근거리에서 사업을 해 왔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농협노조와 산별노조에 직가입한 조직 양쪽에, 말리는 사람이 나왔을 때 서로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그걸 기반으로 해서 대산별을 완성하는 것이 소임이다.”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은?

“쉽게 구호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10여 년 넘게 노동조합 하면서 경험하고 터득한 것이 있다면, 진정성을 가지고 현장에 접근하면 그 안에서 틀림없이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지금 갈등이 있는데 누구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질 않는다. 상대방의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테이블 위에 다 올려놓고 시작해야 한다.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다 올려놓아야 한다. 그 역할을 내가 하겠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협동조합 업종본부가 대산별 전환에서 핵심적인 고리다. 협동조합 업종본부가 대산별 전환을 하지 않으면 늘 반쪽일 수밖에 없다.”

산별 전환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대산별 완성을 위해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

“임기 3년 동안, 미전환 조직을 100% 산별 전환하는 것은 헛된 공약일 수 있다. 협동조합 업종본부에서는 지역본부 사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산별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그 안에서 농·축협, 수협, NH를 포함해서 지역본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들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지역본부들의 사업이 산별의 핵심이다. 지역본부를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를 산별노조에 주문했지만 나오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농협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산별로 전환하면 업종본부의 하나로 들어올 것이고 본조 개념이 없어지는데, 본조가 떨어져버리면 지역본부의 기반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역본부를 어떻게 지원하고, 어떻게 설치하고,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문제, 이것이 협동조합 업종본부가 산별로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다.

TF팀을 만들어서 지역본부 문제를 일단 시작하고, 오래 끌면 시간만 가기 때문에 상반기 안에 끝내겠다. TF팀에서 지역본부 문제만 해결하면 협동조합 업종본부는 금방 해결된다. 산별특위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서 이것을 가지고 현장을 설득해 가야 한다.

농협노조 문제, 갈등을 치유하고 협동조합 업종본부가 산별로 전환하면 연맹의 전체 80% 이상이 산별로 전환하는 거다. 그 이후 나머지들은 설득해야 한다. 무게 중심을 먼저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신뢰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다. 이제 공론화 하자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사기 치지 않고, 뒤통수 안 치고 솔직하게 꺼내 놓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