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시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시 생각합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4.03.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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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이었죠.
아프리카박물관에서 일하는 전통예술공연단과 조각가들의 노예노동 실태가 폭로됐습니다.
‘노예노동’을 견디다 못한 이주노동자들이 폭로한 실태는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그 중 현행법 위반으로 당장 처벌할 수 있는 사항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최저임금법을 어겼습니다. 최저임금을 지급하더라도 노동자 한 명당 108~127만 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아프리카박물관은 이주노동자들에게 60~65만 원만을 지급했습니다.
그 임금마저도 모두 지급하지 않고 일부를 저축해놓고 있었습니다. 귀국 때 돌려주겠다고 했다지만 노동자 스스로의 의사가 아니라면 강제저축은 불법입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에서는 비행기 티켓 값도 공제됐습니다. 임금에서 공제를 하려면 노사가 합의해야 하는데, 아프리카박물관과 이주노동자들 사이에는 그런 합의가 없었습니다.
연장근로를 시킬 경우 당연히 지급돼야 할 연장근로수당도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임금뿐만이 아닙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주 1일의 유급휴가나 연차도 보장되지 않았고, 기숙사는 벽에 구멍이 나 바람이 통할 만큼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마저 갖추지 못했습니다. 창문도 없고 너무 습해서 벽에는 온통 곰팡이 천지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 일부 노동자들이 탈출하자 아프리카박물관은 이주노동자들의 이탈을 막는다며 여권을 압수했습니다.
이쯤 되면 요즘 말로 ‘막장의 끝판왕’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도저히 믿기 어려운 것은 아프리카박물관의 이사장이 현직 새누리당 사무총장인 홍문종 의원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10일 이주노동자들은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노예노동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겁니다.
그런데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지원만 했을 뿐 운영은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습니다.
자신의 사인이 선명한 근로계약서까지 공개됐는데도 모른답니다.
하지만 정말로 몰랐다고 해도 홍문종 사무총장은 책임을 피할 순 없습니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은 사업주 대리인의 위법행위에 대해 사업주도 함께 책임을 지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마 법을 만드시는 분이 이를 모르지는 않았겠지요?

이 사건이 홍문종 사무총장 개인만의 문제일까요?
저는 이 사건을 이 나라 지도층이라고 하는 이들이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봤습니다.
정도의 차이도 있을 것이고, 이른바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모두 그런 것도 아니겠습니다만,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대우조차 받지 못해 절망하는 수많은 이들을 너무도 쉽게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이런 현실이야말로 정상화시켜야 할 ‘비정상’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것이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