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청소년 노동운동 막 오르다
독립된 청소년 노동운동 막 오르다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4.03.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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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노동인권 교육 필요
일하는 청소년들의 소통 창구 되겠다
[인터뷰 5] 김종하 청소년유니온 위원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노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늘면서 이들도 노동자라는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근로기준법 상에도 만 15세 이상이면 노동을 할 수 있고 통계에서 경제활동가능인구도 15세 이상으로 보고 있다. 청년유니온 청소년사업팀 구성원들을 주축으로 청소년유니온이 발족돼 지난 3월 5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김종하 청소년유니온 초대 위원장이 바라보는 청소년의 노동현실을 들었다.

노조 설립 계기는 무엇인가.

“청년유니온 내에 청소년사업팀이 있었다. 청년유니온 조합원 가입연령이 만 15세에서 39세까지이다 보니 주로 구직자들인 20~30대를 위한 사업이 많아서, 만 15세에서 24세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이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낼 공간이 부족했다. 그동안 청년유니온 집행부 내에서나 청소년사업팀 내에서도 청소년만의 노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조합원 현황이 어떤가. 청소년이라서 조직화를 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나.

“현재 조합원은 10대 9명, 20대 15명, 총 24명으로 청년유니온을 통해서 가입했다. 아무래도 청년에 비해서 청소년들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아 행동에 자율성이 부족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경제적인 독립성이 떨어지다 보니 조직화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조직화만을 위해서 무엇을 한다기보다는 조합 활동을 해 나가다 보면 조합원도 자연스럽게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이 많다. 그동안 노조를 구성하는 노동자는 성인에 국한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유니온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청소년들이 노조를 만든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청소년은 일을 하지 않는데 왜 노조를 만드느냐’는 말이 많지만, 사실 근로기준법 상에도 만 15세부터 노동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청소년도 많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노동환경에서 청소년들이 문제를 겪고 있으니 노동조합이 필요한 것 아닌가. 청소년이라고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도 노동을 하고 있는 주체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스스로 노동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동안은 성인들의 시각 위주로 청소년의 문제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해 온 측면이 있었다.”

청소년유니온에서 얼마 전에 노동인권 교육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교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어떤 방법으로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가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도 결국에는 노동자가 될 확률이 높은데도 말이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이 이뤄진다 해도 일회성으로 동영상을 보고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구체적인 방법이나 수준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우리의 자체적인 역량으로 정확하게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정작 청소년을 고용할 고용주들 중에도 노동인권 의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고용주들 역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 청소년유니온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단체들과 함께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고용주의 문제들은 청소년들에게만 해당하진 않는다. 제도적인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권고만 하는 식으로는 해결하기 힘들 수도 있다.

청소년유니온에서 고용주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제재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에서 나설 필요가 있다. 처벌이 아니더라도 법적으로 고용주들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이들이 적은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아르바이트를 하든 하지 않든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미래에 노동자가 되기 때문에 그런 사실들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만 하면 노동인권 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노동자라는 단어가 주는 거리감이나 거부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청소년들에게 ‘너희들은 노동을 할 사람들이고 노동은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통할 거라고 본다. 결국 사회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여성가족부 산하에 청소년특별회의라는 기구가 존재한다. 이런 식의 정부부처와 연계된 청소년 활동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또 청소년유니온의 향후 참가 여부는.

“이러한 활동들이 가지는 장점과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청소년들의 상황을 어쨌든 변화시키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게 실제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 오는지 실효성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진 않지만 시도를 하는 것은 가치가 있고 긍정적이라고 본다. 참가 여부는 아직 조합원들과 논의가 되지 않았다.”

노동인권 교육 외에 향후 노조 사업의 방향을 설명해 달라.

“특성화 고등학교 현장실습 문제와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도 사업의 큰 축으로 놓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청소년유니온에서 자신들의 상황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현재 청소년들은 노동 현장에서 피해를 당해도 말할 곳이 없어 외로움을 겪고 소외를 당한다. 단순히 청소년의 노동권을 위해서만 싸우는 게 아니라 조합원 간의 소통을 통해 관계를 구축해 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