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과실 은폐 위해 20년 일한 직원 파렴치범 취급
내부 과실 은폐 위해 20년 일한 직원 파렴치범 취급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3.3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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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관리 기능 부재, 결재 시스템 문제가 횡령 사건 주범
임금 일괄 하향 조정·기준 없는 직무 재배치에 직원들은 시름
[인터뷰 4] 박민수 포스코건설지부 지부장

 ⓒ 포스코건설지부
 ‘양재동 파이시티 시공사 선정 특혜’ ‘인천지하철 2호선 입찰담합’ ‘공정거래위원회 수사방해’ ‘4대강 입찰담합’ ‘천안 하수관 정비사업 공무원 뇌물수수’ ‘안양현장 계약직 여직원 공금횡령’ 최근 몇 년 사이 포스코건설은 수차례에 걸쳐 구설수에 올랐다. 여러 차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하고, 추징금을 납부하기도 했다.

외부로 대형 비리사건의 악취가 흘러나가기 이전부터 내부의 상처는 곪아가고 있었다. 직급체계 간소화의 명목으로 직원들의 실질임금은 하향 조정하면서 임원진의 보수는 올렸다. 또 직무교육센터를 신설해 60여 명의 직원들을 무능력자, 부적응자로 낙인찍어 인사 재배치를 강행하기도 했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몇몇 직원들은 지난 2월 20일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에 가입했다. 박민수 포스코건설지부 지부장을 만나 사연을 들었다.

노조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개별 노동자의 입장에서 부당하다고 느꼈던 부분도 있지만, 조직 전체의 미래를 봤을 때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나마 견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노조라고 생각한다. 포스코건설에도 20여 년 전부터 노조가 존재하고 있지만, 아무런 제 목소리내기를 못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2년 업무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글로벌 HR 직급체계를 전면 시행했다. 현행 7단계의 직급체계를 4단계로 줄이면서 계층 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다는 것이었다. 대리·과장 직급을 매니저로, 차장·부장 직급을 시니어 매니저로 통합하면서, 이사보 직급은 사실상 폐지했다.

결국 연봉 테이블은 아래 직급을 기준으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전체 직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엄청난 근로조건의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2013년 7월에는 직무교육센터를 신설했다. 내부 인력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이었다. 지금 포스코건설의 직원들은 이 직무교육센터를 ‘삼청교육대’라고 부른다. HR섹션이라고 부르는 정체불명의 잣대와 기준으로 지금까지 60여 명의 직원을 직무 무능력자, 대인관계 문제아로 낙인찍어 보직을 변경했다. 여기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던 직원 2명은 징계 면직됐다. 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도 있고, 6개월 넘게 현업에 배치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힘든 사안도 있었다. 이미 올해 초 보도된 바 있는 안양현장 여직원의 공금 횡령 사건과 연관된 부분이다. 당시 이 여직원과 금전거래가 의심되는 5명의 직원들을 비윤리 행위자로 지목하고 강압적으로 환수동의서와 채권양도계약서에 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미 검찰 조사결과 이 5명의 직원들은 전원 무혐의 처리됐음에도 말이다.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무고한 직원들을 파렴치범으로 내몰고 있다.”

현장 직원의 횡령 사건과 개인적인 연관이 있나?

“이 사건은 2007년부터 성남판교, 김포, 안양의 현장에서 근무해온 계약직 경리보조 직원이 122억 원에 달하는 공금을 횡령한 것에서 시작된다. 그 수법이 대단히 교묘한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가짜 전표를 발행해 본사로부터 입금을 개인 통장으로 받는다든지, 현장사무소나 숙소의 전세 보증금을 개인 통장으로 빼돌리는 등 너무나 대담하고 직접적이었다. 회사는 약 열흘 동안의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해당 여직원을 검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데도 아무런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 못한 시스템에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해당 여직원은 원래 부잣집 딸임을 은연중에 드러내면서 평소에도 주변인들의 여러 가지 편의를 살펴주었다. 공금으로 명품을 구입한다든지, 넉넉한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연막이었던 셈이다.

사건 이후 개인적으로 한 달 동안 30여 명의 직원들과 만나 조사를 해 봤는데, 해당 직원은 이미 2007년 첫 현장 출근 당시부터 본사 임원의 조카라는 둥, 부모가 강남의 병원장이라는 등 소문을 퍼뜨리고 명품을 즐겨 쓰는 등 거짓말이 일상이었던 사람이었다. 씀씀이도 헤퍼서 수시로 동료들에게 술이나 밥을 사기도 하고, 병원 예약이나 여행 티켓 예매 등을 알아서 해결해 주는 등 제대로 연기를 해왔던 것이다.

금전거래나 공모에 대한 의혹이 있었다는 것은 평소 그 여직원과 함께 일해 온 이들이었다. 내 경우에는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그 사람에 대해서 전혀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과거에 포스코건설 현장에서 근무했던 친동생이 퇴직 후 개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직원에게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불미스런 일이지만, 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기 위해 회사가 내부 감사실을 동원해 혐의가 없는 이들까지 공범 취급을 하며 몰아세우고 있다.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이 따로 있음에도 말이다. 사건의 근본 원인은 전자결재를 통한 회계 시스템 프로세스의 설계 오류, 현장과 본사 재무관리 담당자들의 업무과실, 감사 기능의 부재 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