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경쟁논리보다 ‘공공성’을 생각하자
전력산업, 경쟁논리보다 ‘공공성’을 생각하자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3.3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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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대책 주 타깃 한전, 정권마다 동네북?
팔수록 손해 보는 요금체계, 대기업 혜택 줄여야
[인터뷰 1] 신동진 전력노조 위원장

ⓒ 전력노조
지난 3월 5일 치러진 선거를 통해 신동진 위원장이 제20대 전국전력노조 집행부를 이끌게 됐다. 15,000여 명의 조합원들 중 80.49%가 지지를 보내며 압도적인 표 차이를 보였다.

공기업의 부채를 줄이는 한편, 과도한 복리후생을 바로잡겠다는 공공부문 정상화 대책의 추진이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대두된 가운데 전력노조 역시 고민이 깊다. 사업부문 분할로 홍역을 치렀던 10년 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선이 치러졌지만 상대 후보와 격차가 컸다. 선거 과정에서의 소감은?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치러진 전력노조의 경선 결과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조합원들이 보여줘 그만큼 책임감을 막중하게 느낀다. 안팎으로 어려운 시절에 한 번 제대로 해 보라는 의미에서 보내주신 성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한전을 포함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매년, 매정권의 핍박을 받아왔다. 개혁, 혁신, 변화, 선진화도 모자라 이제는 정상화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다음엔 무슨 표현을 들고 나올지 궁금할 지경이다. 정부의 말처럼 정말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나 조합원들이 납득하고 동의할 수 있다면 말이다.

매번 반복되는 압박에 실제로 한전의 구성원들은 대단히 피로한 상태다. 아주 속보이는 정치 쇼라고 생각하는데, 대중들은 공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아주 높은 수준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착안한 거다. 공공부문 때리기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쾌감을 주면서 이를 통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의도다.”

한전과 전력노조 차원의 현안은 에너지산업의 주요 이슈와 직결돼 있다. 현 정부의 시각이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에너지 부문의 정부 정책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개념은 바로 공공성이다. 하지만 정책이 시장론자들의 경쟁 논리 위주로 결정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고 답답함을 느낀다. 철도와 의료산업 부문의 민영화에 뒤이어 다음에는 전력 산업이 타깃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마치 평소에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는 것과 마찬가지일 텐데, 워낙에 전기 공급에 문제가 없고 가격이 저렴하니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거 같다. 그러다가 지난 2011년처럼 순환 정전 사태라도 한 번 일어나면 발칵 뒤집어지는 거다. 분명하게 말해두지만 현재와 같은 에너지 정책을 고수한다면 앞으로 더 큰 사고도 생기지 말란 보장이 없다. 우선 시설투자를 지금은 안 하고 있다. MB정권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시설이라는 건 투자를 안 하면 바로 표시가 나게 돼 있다.

지금의 전기요금이 원가도 보장할 수 없이 낮은 수준인 것도 문제다. 쉽게 말하자면 콩 값보다 두부 값이 더 싼 형국이다. 판매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 이런 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누적될 것이다. 대중들은 전기요금이 오른다고 하면 당장 몇 천 원, 몇 만 원을 더 내는 것이기 때문에 불만이지만, 문제가 폭발하고 난 뒤에는 더한 폐해가 뒤따를 것이다.

무엇보다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전기요금은 현재처럼 유지한다고 해도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요금체계는 바꿔야 한다. 삼성전자나 이런 데서 1년에 흑자 나는 부분에서 전기요금 절약으로 차지하는 부분이 엄청나다. 산업개발 당시 공공요금의 원가를 낮춰서 수출도 하고, 국가 발전을 도모하던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 아직도 국민들에게 전기요금을 걷어서 대기업에 보태줘야 하나? 옛날처럼 뭔가 자꾸 혜택을 줘서 기업을 살리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조직의 장으로서 본인은 어떤 성향인가? 노동조합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측에는 내가 강성이라고 소문이 나 있다. 부딪칠 일이 있다면 한 번 세게 부딪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 위원장이 늘 부드럽기만 해선 곤란하지 않나. 회사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여줘야 할 필요도 있다.

특별히 개인적으로 강성이라든가 과격한 성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원칙에 입각해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 최대한 거기에서 성과를 얻을 때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나를 보고 불도저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뜻을 관철시킨다는 의미다.

한전은 지금 5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출연이 안 되고 있어서 당장 경조사비조차도 안 나가고 있다. 조합원들의 입장에선 이 부분이 가장 체감도가 높을 것이다. 법 개정을 통해 원금의 일부분이라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바꾸는 것이 당장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복지 부문의 정비와 함께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60세를 달성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꿈을 처음 꾸게 된 데에는 1981년 고교 3학년 시절 강릉의 지사로 실습을 나갔을 때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어린 나이에 당시 노동조합의 지부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회사 간부들을 불러서 실습생들의 숙소 문제 같은 것을 확실하게 배려해 주라고 당부하는 모습에서, 직원들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한전의 조직문화가 대단히 수직적이었다. 당시에 보면 과장들이 지사장의 구두를 닦아서 방에 갖다 놓고 그런 문화가 있었다. 치기어린 시절이었으니까 윗사람들에게 아첨을 해야 하는 그런 문화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가족들은 불만이지만 그런 이유로 회사 간부 승진 시험에 아직까지 원서 한 번 접수해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