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운석
별에서 온 그대, 운석
  • 참여와혁신
  • 승인 2014.04.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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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만에 한반도에 떨어진 ‘콘드라이트’
46억 년 전 지구 생성의 기억 간직


과학칼럼니스트
금세기 최고 밝은 혜성이 될 거라 기대를 모았던 ‘아이손’. 지난해 12월 중순 즈음이면 보름달보다 더 밝게 빛나며 사람들이 관측하기도 쉬울 거라고 알려졌다. ‘세기의 혜성’을 보려는 사람들의 기대는 부풀어 올랐으나 예상한 날짜에 드라마틱한 관측은 이뤄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아이손 혜성은 이미 11월 말에 태양 가까이 갔을 때 스르륵 사라져 버렸단다. 호들갑 떨던 전 세계 언론도 민망하고, 혜성 구경을 바랐던 사람들도 허무해졌다.

그런데 그 마음을 드라마 한 편이 달래줬다. 아이손 혜성을 바라보며 자신의 별로 돌아갈 때가 됐다고 판단하는 외계인 ‘도민준’이 주인공인 <별에서 온 그대>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천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드라마 종영 후에는 경남 진주에 운석이 떨어지면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400년 전 조선에 나타난 UFO의 기록

“간성군과 원주목, 강을부와 춘천부의 하늘에 세숫대야처럼 생긴 둥글고 빛나는 물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매우 크고 빠르기는 화살 같았다. 우레 소리를 내며 천지를 진동시키다가 불꽃과 함께 사라졌는데 이때 하늘은 청명하고 상방에는 한 점의 구름도 없었다.”

1609년 8월 25일 강원도 지역에서 목격된 사건 기록이다. 이는 조선왕조실록 광해 1년(1609년) 20권에 수록됐는데 마치 영화 속에서나 봤던 UFO(미확인비행물체)가 등장한 듯한 묘사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바로 이 기록에서 시작한다. 당시 나타난 것이 외계인의 우주선이고, 도민준이 이걸 타고 지구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로 돌아갈 수 없으니 실제 UFO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과학적으로 따져 보면 거대한 유성, 즉 ‘화구(fireball)’일 가능성이 높다. 유성은 밤하늘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별똥별이다. 덩치가 큰 것들은 지구로 들어오다가 대기와 마찰을 일으켜 불타면서 빛과 소리를 낼 수도 있는데, 이 정도로 커다란 유성을 화구라고 부른다. 지난해 2월 15일에 러시아에 떨어졌던 화구도 태양보다 밝게 빛났다. 당시 이 유성이 공중에서 폭발하는 바람에 엄청난 운석이 땅에 떨어졌다. 이 중 일부는 올해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에 들어가기도 했다.

광해군 때의 기록에서 세숫대야처럼 둥그런 빛이 보이며 우레 소리가 났다고 한 점으로 미뤄 볼 때 UFO보다는 화구에 더 가까울 것 같다. 하지만 이 물체가 땅에 떨어졌다는 기록만 있고 운석을 발견했다는 내용은 없다. 아마 유성이 공중에서 폭발하며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3월 10일 경상남도 진주시 대곡면에서 처음 발견된 운석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2014년 한반도 진주에 떨어진 운석

도민준이 자기 별로 돌아가는 것으로 <별에서 온 그대>는 막을 내렸다. 그런데 최종회가 방송되고 열흘 즈음 지난 3월 9일에 서울, 수원, 청주, 포항, 진주 등에서 차량 블랙박스에 유성이 떨어지는 모습이 찍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음 날에는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9.4㎏의 운석이 발견됐다. 11일에는 진주시 미천면에서 4.1㎏짜리 두 번째 운석이 발견되면서 운석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국내외에서 몰려들었다. 대체 이번 운석의 정체는 무엇일까.

쉽게 말해서 운석은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암석이다. 지구 주변에는 소행성이 부서진 부스러기나 혜성이 흘리고 간 조각 등 ‘유성체’라고 불리는 것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이런 유성체들이 지구의 중력에 끌려서 대기 안쪽으로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때 지구 대기와 마찰하면서 빛을 내게 된다. 우리가 별똥별이라고 부르는 유성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도 유성체가 다 타지 않고 남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땅에 떨어지면 운석이 된다.

유성체의 크기가 모래알 정도 되면 50~70㎞ 고도에서 유성을 만들며 불타 사라진다. 하지만 자갈 크기는 조금 더 낮게 내려오고 이때 충격파가 발생해 껍질이 벗겨지면서 불꽃이 튀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화구가 바로 이것이다. 밝게 빛나던 화구는 대부분 대기와 충돌하면서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땅에 떨어지게 된다. 이번에 진주에 떨어진 운석의 경우 유성체가 수원과 청주를 지나 진주로 날아가다 쪼개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3월 10일 경상남도 진주시 대곡면에서 처음 발견된 운석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운석 가치가 수십억 원? 태양계 비밀 간직한 열쇠!

언론에서 진주 운석의 가치가 수십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하자 진주에 ‘운석 사냥꾼’까지 나타나는 등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운석 금메달은 1g에 236만 원으로 금값의 40배에 이른다니 실제 진주 운석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운석은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느냐에 따라 석질운석, 철질운석, 석철질운석으로 나뉜다. 지금까지 발견된 운석의 94% 정도는 돌로 된 석질운석이고, 철로만 구성된 철질운석이나 돌과 철이 섞인 석철질운석은 합쳐서 6% 정도다. 석질운석은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작고 둥근 알갱이인 ‘콘드롤’이 포함되면 ‘콘드라이트’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콘드라이트’다.

극지연구소가 진주 운석을 분석한 결과 운석 단면에서 지름 1㎜ 내외의 콘드롤이 발견됐다. 또 철 성분이 10% 정도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진주 운석은 석질운석 중 콘드라이트인데 금속 성분이 높은 ‘H형 콘드라이트’가 되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운석이 석질운석인 만큼 콘드라이트도 꽤 흔한 종류다. 국제 운석시장에서는 이런 종류의 운석이 보통 1g당 2~20달러 정도에 거래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진주에서 발견된 9㎏짜리 운석의 가격은 2천만 원에서 2억 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71년 만에 발견된 운석인데다 한국인이 직접 찾고 소유하게 된 최초의 운석이라 가격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가치는 46억 년 전 지구에 대한 기억이 들어있다는 데 있다. 콘드라이트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 벨트에서 날아오는데, 소행성이 46억 년 전 쯤 지구와 같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당시의 정보를 담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인기를 얻으며 각종 신드롬을 가져온 만큼, 별에서 온 진주 운석도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관심 갖고 상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