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으되 봄이 아닙니다(春來不似春)
봄은 왔으되 봄이 아닙니다(春來不似春)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4.04.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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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며 23일이라는 사상 최장기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불편도 조금씩 늘었지만, 많은 국민들이 ‘철도 민영화 반대’라는 철도노조의 주장에 공감하며 불편을 감내했습니다.
그리고 여야 국회의원들의 중재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해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기로 하고 파업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달라진 게 꽤 있습니다.
우선 코레일은 지난해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파업’이라며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130명을 해고하고 251명을 정직 처분하는 등 중징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16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조합비 116억 원에 대한 가압류 집행도 신청했습니다.
중앙선 여객열차의 1인 승무를 강행하는 한편, 기관사와 차량검수 인력 850명에 대한 순환전보 인사를 4월 초에 단행할 예정입니다. 당사자들의 동의는 받지 않은 건 물론입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접은 이후 코레일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도노조를 압박하고 있는데, 철도사업 발전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는 어떻게 됐을까요?
지난 3개월간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회의는 딱 7번 열렸습니다. 그 7번의 회의에서 얻은 ‘유일’한 성과는 여야의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는 3월 말까지였던 활동기간을 4월 말까지로 한 차례 연장했습니다. 3개월의 활동보고서 초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랍니다.

코레일이 취한 조치들을 보면 국회에 소위원회를 구성해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철도노조는 대화하자는 합의에 따라 파업을 접었는데, 코레일은 파업이 마무리되자마자 파업 참가자들을 쳐내는 데에만 골몰하는 모습이기 때문이죠.
국회에서의 대화는 둘째 치더라도 코레일 사장은 철도노조와의 대화 자리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고 하니, 과연 대화를 하기로 한 게 맞는지, 철도노조를 대화상대로 인정은 하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철도노조가 다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련의 흐름을 보면서 코레일이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코레일의 조치를 보면 이번 기회에 철도노조를 확실히 무력화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한국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서처럼, 공공기관 정상화에 대한 노조의 반발에 쐐기를 박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파업을 유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됩니다. 대화 약속마저 내팽개치고 철도노조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모습을 달리 해석할 길이 없습니다.
이러니 철도노동자들에겐 봄은 왔으되 봄이 아닌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저만의 기우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