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 희망의 빛 되살아날까
빛고을 광주, 희망의 빛 되살아날까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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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죽어간다_광주
대기업 투자 늘었지만, 중소기업·비제조업은 ‘암흑’

빛고을 광주의 경제가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일까? 지난달 말 광주 하남산업단지 6번 도로에는 물량을 가득 실은 차량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에 에어컨과 세탁기 생산라인이 신설되면서 도로에 활력이 붙은 것이다. “최근 도로에 차량이 부쩍 늘었다”는 택시기사의 전언이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광주공장이 활기를 띠면서 3/4분기 기타 기계장비(가전 등)의 생산이 전년동기 대비 19.5%나 증가했다.

또한 지난 7월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생산라인 재편이 끝난 후 자동차·트레일러의 3/4분기 생산량도 전년동기 대비 77.2%나 증가, 광주지역 제조업 생산이 18.5% 상승했다.

이는 6대 광역시 중에서 울산(19.6%)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한국광기술원이 신청사 준공식을 갖고 광산업 클러스트 2단계 사업에 본격적으로 돌입, 지역 특화 산업 육성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한국광기술원은 신청사 준공을 계기로 2004~2008년까지의 광산업육성 2단계 사업기간 동안 고휘도 LED, 광통신부품, 카메라모듈 등 3대 기술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광주광역시 전략산업과 정선수 과장은 “1999년 47개에 불과했던 광관련 기업체가 2003년말 190여 개로 늘어났으며, 관련 기관단체도 12개가 입주하여 국내 유일의 광산업 집적화를 이뤘다”고 평했다.
이를 통해 2010년에 생산액 7조185억원, 부가가치 2조8000억원, 고용 4만9000명에 달하는 광산업 클러스트를 현실화 한다는 것이다.


70% 차지하는 비제조업 암울

하지만 이러한 수치상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정서는 아직 어두운 상태였다.

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인 나영산업 조돈희 전무는 “하루 11시간을 일해도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가동률이 높아졌지만 수익률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경쟁이 심화되면서 모기업이 상품가격을 인하, 협력업체도 단가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은 많아지고 고생은 심한데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관련 업체를 제외하고는 경기 호조에 끄덕이는 경영자가 별로 없다. 최근 광주상공회의소가 광주지역 1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05년 1/4분기 기업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BSI(기업경기실사지수, 기준지수= 100) 전망지수는 83으로 집계, 지역경기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광주상공회의소 최화석 과장은 “3/4분기 삼성전자, 기아자동차로 인해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영업수지는 개선되지 않았다”며 “환율, 유류가 등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광주의 경우 비제조업 분야가 경제의 70% 수준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비제조업 분야의 침체는 광주 살림살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경제조사팀 임현준 조사역은 “음식, 숙박, 도·소매업, 건설업은 침체 심화되는 추세”라며 생산지수 증가는 특정업체에 한정된 것으로 아직까지 광주가 활기를 찾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남산업단지 내에서 식당업을 하는 안재광씨(33)도 “삼성전자 라인 공사할 때는 외부사람이라도 있었는데 11월 들어서는 옛날과 다를 바 없다”며 “변화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현장 체감 지수는 바닥

현장 노동자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 지수는 훨씬 낮은 상태였다.

광주지역금속노조 지회 홍기영 수석부지회장은 “대기업은 좀 나아졌는지 모르지만 하청은 똑같아요. 여전히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 체불도 빈번한 상태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노동조합에 상담하러 오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숫자는 줄어들 기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단 거리에서 만난 고광수씨(38). 자동화 기계를 생산한다는 그는 “기업들이 시설 투자를 하지 않으니 일감이 없다”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 “일이 없으니 사장 눈치 보이고 임금도 제때 안 나오지, 야근을 많이 해야 돈이 되는데 일이 없어서….”

고씨에 따르면 3~4년 전만 해도 경기가 괜찮은 편이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회식을 하고 2차로 노래방도 가고 가끔 스탠드바에도 갔다는 고씨. 하지만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회식자리도 서로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새참도 식당에서 안 시키고 오뎅이나 튀김을 먹어요. 만원이면 다들 배부르게 먹을 수 있거든.”

고등학교 때 실습 나와 기계를 만지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40대 김씨도 “아무리 열심히 살아볼려고 해도 힘들다”며 “배운 게 이것 밖에 없으니 어쩌겠냐”며 삶의 어두운 그림자를 내비쳤다.

하남산업단지 내에서 분식점을 하고 있는 최미경씨(38세)는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힘들다는 말만 해요. 일이 없으니 사장 눈치 보이고 경제는 안 풀리지 답답하지 않겠냐”며 광주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씨는 “사람들이 미래가 안 보이니까 돈을 풀지 않는 것”이란다. 불안정한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항상 움츠려 있다는 것.

항상 실업률에서 전국 최상위권을 달리고 지역 물가와 어음 부도율에서 1위를 나타내는 광주는 LG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서민경제 어려움을 나타내는 지표인 경제고통지수에서 올 상반기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돌아오는 길에 50년 광주 토박이, 택시기사 김춘호씨가 말을 건넸다. 

“기자 양반, 광주에 내려올 생각마쇼. 나는 이제 늙어서 이러고 있지만 굶어도 서울에 있으면 돈이 도니까 할 게 있잖아. 광주는 경제가 밑바닥을 기는 게 아니라 잠수함을 탔어. 먹고 살 일거리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