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어주자
아이들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어주자
  • 참여와혁신
  • 승인 2006.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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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공간은
마음의 벽을 쌓게 하는 주범

놀이 생각 _ 송종대


아이들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어주자
폐쇄된 공간은
마음의 벽을 쌓게 하는 주범     


지난 달, 라디오 방송국에 녹화가 있어 대구에 올라갔다가 서울에서 ‘대구문화도시 만들기’취재를 나온 모 신문사 기자와 자리를 함께했다.

 

내가 취재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주인공인 대구YMCA 김경민 관장님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찾아오셔서 자연스럽게 자리가 만들어졌다. 기자 는 대구 삼덕동을 중심으로 한 ‘담장허물기운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였다.

1998년 김경민 관장님이 살고 있던 집의 담장을 허물고 삼덕동을 중심으로 추진된 마을가꾸기 사업에 조금 참여를 한 터라 여러 기억들과 당시의 고민들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김 관장님이 여러 고민과 순기능적인 가능성들을 염두해 두고 담장을 허무는 결단을 내렸지만 ‘사생활 공개’와 ‘도둑’이 제일 걱정이 된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하셨다.

 

 나 역시 도심공간 속에서 담장을 허무는 실험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사업의 시작을 지켜보았다.

 

단절의 상징 담장에서 소통의 주역 마당으로    

2003년 의성촌놈이 되어 다시 삼덕동을 방문했을 때 마당에서 개와 함께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담장을 허무니 마당이 살아나는구나!’ 그날의 일기장에 적힌 글을 옮겨본다.

 

『대구에 있을 때는 마고재를 만든 대구YMCA 김경민 관장의 소유지(?)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해석과 관망이 있었는데, 내가 촌놈이 되어 다시 들렀을 때 그곳은 이미 한 개인의 실험과 희망 소유의 의미를 넘어선 아이들의 마당이 되어 있었다.
그곳은 도시적 가치의 성장에 반하는 반골적 공간이며 20여년 전의 변두리 문화가 기형적으로 꿈틀대는 단절된 섬이 아닌 열린 섬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김경민 이라는 한 사람이 반 도시적 열린 구조의 다양한 순기능적 가능성이 아닌 이러한 소통적 공간을 통한 도시공동체의 회복을 전제한 시도를 했다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고….

 

의성으로 돌아와 그 느낌을 기억하고 싶어 개인 블로그에 사진과 이런 글을 남겨두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지도자나 선생님의 진행 없이도 아이들끼리의 프로그램과 놀이를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사유와 폐쇄의 도시 안에서 공유와 열림의 시도는 도시공동체의 회복과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버림’이다. 마을공동체의 회복은 밖으로 내던진 마을 프로그램을 다시 주워 와야 가능한데 그것은 어른들의 시대정신에 근거한 강박관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와 주먹다짐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담장과 마당은 모두 열린 공간이었는데…         

나는 담장을 없애면서 도심 속에 다시 등장한 ‘마당’에 대해 관심이 많다.
과거 농촌에서 ‘마당’은 사유의 공간이면서 공유의 공간이었고, 일상의 공간이면서 비일상의 공간이 되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경계를 표시하는 담장이 있었지만 어른들의 어깨 높이를 넘지 않았고 싸리로 만든 대문이 있었지만 키우는 닭이 밖으로 못나가게 하는 역할 정도였다.

 

따라서 마당은 이웃사촌이 마음껏 드나들고 아이들의 놀이가 허용된 열린마당이었다.

담장은 경계를 상징하고 남들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시각적 설치물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이웃과의 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한 단계 깊게 들어가 보면 담장 때문이라기보다는 집안에서 무료함을 달래 줄 수 있는 놀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TV’, ‘컴퓨터’라는 장난감이 마음의 담장을 점점 더 높게 만들고 있다.

 

아이들을 방안에서 바깥으로 불러내자

컴퓨터게임 중독, 비만, 은둔형 외톨이 등과 같은 아이들 문제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겪어야 할 수많은 문제를 생각하니 살얼음판을 걷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남들에 대한 배려가 없고 세상을 자기 기준으로만 보는 아이들의 태도가 바깥놀이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하는 경험’이 없는 사회구조가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어릴 때의 환경과 기억이 한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공간의 순리에 따르는 아이들

이 지면을 빌어 놀이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공간, 거리, 친구, 시간 등)중에 ‘마당’이라는 공간을 언급한 것은 대구 삼덕동의 사례를 통해 공간이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 아이들 스스로 놀거리를 만들어 내는 현상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청계천 물이 맑아지니 잉어 떼가 돌아오듯이 놀 공간이 있으면 아이들이 모이는 것은 순리이다. 도심에서 ‘놀이터’라는 아이들의 놀이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미끄럼틀’, ‘시소’, ‘그네’와 같은 획일적인 기구들이 아이들의 다양한 놀이를 방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의심을 가져본다.

주택가의 담장을 허무는 큰 결단은 아닐지라도 나무그늘과 평상이 있는 작은 마당이라도 도심 속에서 하나씩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종대
놀이전문가·교촌농촌체험학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