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도시 숲’을 떠나 진정한 자연을 느끼다
캠핑, ‘도시 숲’을 떠나 진정한 자연을 느끼다
  • 박상재 기자
  • 승인 2014.05.0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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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함께 할수록 즐거워
장비 구입 없이 떠날 수 있는 오토캠핑장 인기
[일 . 탈_ 나만의 힐링을 공개한다] (5) 캠핑

ⓒ 송춘섭 노동부유관기관노동조합 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부 위원장
언제부터인지 주변에서 텐트를 많이 볼 수 있다. 한강을 가도, 계곡을 가도 다양한 사람들이 그 앞에서 식사를 하거나, 여럿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시간 탓, 비용 탓으로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캠핑은 생각보다 손쉽다. 언제든 빈손으로도 떠날 수 있을 만큼.

나뭇가지로 텐트를 치던 유년시절에서

송춘섭 노동부유관기관노동조합 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부 위원장은 경북 영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외진 시골에서 여름이면 나뭇가지를 세워 텐트처럼 만들고, 안에 들어가 깔아놓은 멍석 위에 누워 햇볕을 피하곤 했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돼서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날씨가 좋은 날이면 그 시절이 떠올랐다. 그래서 가족들과 캠핑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바쁜 회사일로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차에, 어느 날 이웃들과 캠핑 이야기를 하게 됐다.

“우연히 동네 분들하고, 아파트 사는 사람들하고 캠프얘기가 나와서 가보자고 했어요. 처음에는 텐트 하나만 샀어요. 텐트 하나만 사고 버너도 집에 있는 거 가져가고, 코펠도 오래된 것 가져갔죠. 그게 첫 캠핑이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무작정 텐트 하나만 구입해서 캠핑장으로 출발했지만, 막상 텐트 설치부터 막막했다. 간단해보이기만 하던 텐트 설치를 하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렸고, 그것도 결국엔 함께 간 동료의 도움을 받아서 간신히 설치했다. 텐트를 설치하고 잠시 쉬려고 하니 다음엔 비가 쏟아졌다. 그때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프(캠프 등에서 햇빛이나 비를 피하기 위해 치는 천)를 설치하고 그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지만, 송춘섭 위원장 가족은 캠핑장 처마 밑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수밖엔 없었다.

캠핑에서 느끼는 온정

그런 우여곡절을 겪고 났으니 캠핑을 꺼릴 법도 했지만, 송춘섭 위원장은 “마음이 즐거워 힘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후에는 좀 더 준비를 해서 제대로 즐겨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함께 갔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아예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캠핑을 같이 다니기로 했다.

“캠핑을 준비할 때 설렘이 있어요. 어릴 적 소풍 가기 전 같은 들뜬 마음. 마트에 가서 장도 보고, 장비도 점검하고. 그러다 캠핑장에 도착해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그 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정보도 얻고, 가족들이 친해지는 계기도 되고. 사회생활에 큰 활력소가 돼요.”

그렇게 여러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가니, 모두가 한결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다른 가족들과도 함께 하며 아이들은 서로의 또래를 찾아가 친구가 됐고, 어른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엔 나누지 않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집에서 TV나 컴퓨터 등 개인 시간만을 보내던 가족들은 캠핑에서 많은 것을 함께 했다. 아버지들은 설거지를 했고, 아이들도 함께 와서 도우며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분위기가 마련됐다. 때론 그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 가져온 프로젝터를 통해 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면, 주변의 캠핑객들이 하나 둘 몰려와 함께 앉아 관람했다. 그 곳에서 찐 감자를 나누기도 하고, 누군가는 옥수수를 가져와 나누기도 하면서 그들은 그렇게 친구가 됐다.

ⓒ 송춘섭 노동부유관기관노동조합 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부 위원장
“캠핑장에서는 마음이 열려요. 모르는 사람들과 술도 한 잔 하고, 얘기도 하고. 애들도 사회성도 좋아지고. 그리고 대부분은 사람들이 선해져요. 서로 부탄가스가 떨어졌다면 편하게 빌려 주기도 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정을 나누죠. 사람 사는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 쌓이는 추억

캠핑은 사람 관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도 하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아이들이랑 캠핑장 근처 저수지에서 낚시를 했어요. 근데 얼마 안 있어서 애들이 잉어를 잡은 거예요. 애들 둘이서. 너무 커서 손질해서 잉어찜도 먹고, 매운탕도 먹고 했죠. 그게 부모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의 기억에 더욱 많이 남죠. 애들이 한동안은 낚시하러 가자고 조르기도 했어요.”

아이들도 새로운 경험이지만 부모들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송춘섭 위원장은 캠핑을 다니다 보니 요리에 관심이 많아졌다. 집에서는 하지 않던 요리지만, 밖으로 나오면 아버지들이 모여 요리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늘 집에서 고생하는 부인들을 위한 남편들의 배려였지만, 이제는 요리 과정을 즐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러다보면 캠핑장에서 요리 경진대회를 하기도 하고 간단한 게임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예전엔 그저 넘기던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지금은 레시피를 적어 놓았다가 나중에는 직접 해보기도 한다.

“색다르게 집에서 못 먹던 음식들에 도전해 보고 있어요. 잘 만들면 맛있어서 좋고, 못 만들면 그건 또 추억이고. 작년에는 비어 치킨을 만들었어요. 맥주 김을 이용해 닭을 굽는 방식인데, 네 마리를 해서 두 마리는 버리고, 나머지 두 마리는 맛있게 먹었어요. 어쨌든 캠핑 갈 때가 아니면 먹기 힘든 음식이잖아요.”

게다가 이젠 도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별을 구경하며 잠을 잘 수도 있고, 요즘은 전기 및 수도 시설이 모두 완비된 오토캠핑장이 많아졌다. 그래서 어느 계절이든 원하면 자연 속에서 그 계절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도 있다.

본인의 성향에 맞게 선택하라

ⓒ 송춘섭 노동부유관기관노동조합 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부 위원장
최근엔 캠핑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캠핑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배낭 등의 패킹 꾸러미를 등에 지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백팩킹’, 최대한 작고 가벼운 짐만을 선택해 가볍게 떠나는 ‘미니멀 캠핑’, 자동차를 이용하여 여행도 하고, 캠핑도 할 수 있는 ‘오토캠핑’ 등 캠핑 목적과 기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맞춰 캠핑용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조주현 유젠아웃도어 대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확실히 정하고, 그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백팩킹이나 미니멀 캠핑을 즐기는 사람은 스텐리스 재질보다는 가벼운 티타늄 재질의 알파인 텐트나 사각 침낭보다 가벼운 머미형 침낭을, 비교적 무게에 제한을 받지 않는 오토캠핑은 내구력이 강하고, 생활공간이 큰 텐트 ‘리빙쉘’이나 안락한 ‘릴렉스 체어’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캠핑에 적합한 계절로는 5월 봄부터 10월 가을까지가 가장 좋지만, 오토캠핑장이나 자연휴양림이 많아져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시즌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조주현 대리는 캠핑장 이용객들에게 “캠핑을 즐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기본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며 “백팩킹 같은 경우에는 별도의 캠핑 장이라든지, 식수대,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자연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되돌아 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오토캠핑 같은 경우 비록 돈을 내고 캠핑장을 사용하지만, 캠핑장 자체도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고 최대한 원형 그대로 사용하다가 나와야 한다”면서 “캠핑장은 매우 가깝게 붙어있기 때문에 야간에 소음을 내거나 과도한 조명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캠핑으로 맞이하는 가정의 달

지금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송춘섭 위원장은 거리에 구애받지 말고 캠핑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가고 싶어도 망설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요즘은 도심에도 난지 캠핑장이나 인천 대공원 캠핑장처럼 가까운 곳에 많이 있어요. 여성이나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도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떠날 수 있어요. 마음먹기가 어려운 거지.”

최근엔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캠핑장도 많아졌고, 지역마다 다채로운 행사들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장비구입도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비싼 새 제품이 부담된다면 인터넷을 활용해 중고 용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캠핑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인터넷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또 처음부터 모든 것을 구입하지 않고,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맞춰가면서 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미리 다 구입하고 나서도 본인의 성향과 맞지 않아 못 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장비를 대여해 주는 캠핑장도 많아 굳이 차나 장비가 없어도 갈 수 있는 캠핑장도 많아 가볍게 떠날 수도 있다.

가정의 달 5월. 사람 북적이는 도심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캠핑으로 다가올 여름을 준비하는 건 어떨까.

ⓒ 송춘섭 노동부유관기관노동조합 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부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