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졸업 동력, 협력에서 나온다
워크아웃 졸업 동력, 협력에서 나온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4.06.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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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납득할 보상 방안 고민
고수익 제품 생산에 주력해야
[특집 2] 임금체계 개편 ③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것은?

ⓒ 참여와혁신 포토DB
지난 5월 23일, 금호타이어 노사는 상견례를 갖고 올해 임·단협을 시작했다. 노사 대표자들의 발언에서도 드러나듯이 워크아웃 졸업 문제는 올해 임·단협을 좌우할 핵심이슈다. 올해 임·단협에서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노사는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까?

BBB-, 투자 적격 vs 아직 불안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금호타이어가 현재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영업이익률도 안정적이라는 점은 경영이 이미 정상화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반대로 국내 경쟁사들에 비해 영업이익률 수준이 낮다는 점은 그만큼 타이어산업 내에서 낮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증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금호타이어의 경쟁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국내 모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아예 기업분석을 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애널리스트의 언급은 금호타이어가 최소한 투자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로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직전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그로 인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해인 2010년을 기준으로 금호타이어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 CCC였다. 이 등급은 2011년 7월 BB+로 상향조정된 데 이어 2012년 8월 BBB-로 재조정됐다. BBB- 이상은 투자가능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는 곧 회사채를 발행해 자본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워크아웃 돌입 이후 금호타이어의 부채비율은 2010년 497%에서 2011년 382%, 2012년 218%를 거쳐 2013년 현재 169% 수준으로까지 낮아졌다. 그만큼 재무건전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그런데 이 같은 회사채 신용등급을 놓고 금호타이어 노사의 의견은 엇갈린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4월 9일 열린 경영설명회에서 “자체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는 있는 투자등급이기는 하나, 신용등급 BBB-는 투자등급 중 최저등급”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지회는 “워크아웃 기업은 신용등급에 있어 실제 등급보다저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회사 신용평가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므로 2012년 8월 기준의 BBB-를 넘어 A등급이거나 적어도 BBB+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주장한다.

금호타이어지회는 “회사가 워크아웃 졸업조건이 충족됐다고 하면서도 실질적 측면에서는 불안정하다는 인상을 줘,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임·단협에 대한 기대심리를 낮추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비해 금호타이어는 경영설명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통해 “워크아웃 시작 이후 재무적 노력을 통해 재무건전성이 대폭 개선됐다”면서도 “향후 안정적 재무구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우량의 신용등급을 획득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즉 워크아웃 돌입 이후 재무상태가 꾸준히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미흡하며, 회사채를 발행해 시장으로부터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려면 A등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획득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등급을 둘러싼 노사의 견해 차이를 통해, 회사는 현재 수준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에는 부족하고 안정성이 없으므로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금호타이어지회는 이미 경영은 정상화됐고 워크아웃 졸업이라는 형식적 절차만 남겨둔 상황이므로 그동안 삭감, 반납을 통해 하락한 임금수준을 비롯해 중단된 각종 복지제도를 원상으로 돌려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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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하려면 재원부터 필요

이런 점에서 볼 때 금호타이어의 경쟁력에 대한 노사의 평가는 엇갈린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업의 경쟁력이 재무적인 요소로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재무적인 요소를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것은 사실이다.

재무적 요소 외에도 기업의 경쟁력은 해당 산업의 전망, 그 기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 투자 규모, 비용경쟁력, 품질경쟁력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특히 노사관계가 어떠한지에 따라 경쟁력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금호타이어의 경쟁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앞에서 언급한 애널리스트의 말처럼 금호타이어에 대한 기업분석은 현재 각 증권사에서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만 타이어산업을 분석할 때 언급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정은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 상태에 놓여 있다는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 애널리스트의 기업분석은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고, 그런 점에서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더라도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언급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고태봉 애널리스트는 “타이어는 RE의 개선세가 관건인데, 유럽에서 확고한 OE 납품처를 확보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브랜드 밸류를 확보해 고마진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안정적”이라며 “3사 모두 한국, 중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타이어만 고마진 유럽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타사와 3~4%p의 영업이익률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높은 이익을 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타이어산업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타이어가 택하고 있는 방식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판매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는 아직까지 세계시장에서 1~3%대의 시장점유율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타이어업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비용 대비 높은 이익을 보장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금호타이어지회에 따르면 현재 타이어시장은 고인치 타이어(폭이 넓은 타이어)로 옮겨가는 중이다. 즉 이전까지 주력이었던 14~15인치 타이어 대신 16~18인치 타이어로 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인치 타이어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쌀 뿐만 아니라 마진율이 높은 제품에 속한다. 따라서 같은 자원이라면 고인치 타이어를 생산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호타이어지회는 “회사가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고인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 그것도 자동화된 설비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는 워크아웃이라는 제약으로 인해 설비투자가 원활하지 못해, 다량의 고인치 타이어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어서 경쟁사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투자가 쉬운 일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채권단은 단기 이익을 실현하는 데에만 신경을 쓸 뿐, 설비투자를 확대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는 소극적이라는 제한이 있다. 이로 인해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돌입 이후 설비투자를 늘리는 데 항상 제약을 받아왔다.

다음으로는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려면 그만한 재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 재원이 현재로선 충분치 않다는 점이 제약으로 작용한다. 2013년 기준 영업이익이 2,383억 원에 달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가용한 순이익은 639억 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올해 워크아웃을 졸업한다는 전제 아래, 자구안의 일환이었던 임금 5% 반납분을 원상회복하는 데에 순이익 중 일정부분이 들어가야 한다. 올해 임·단협 결과에 따라서는 10% 삭감분 역시 원상회복될 수 있어, 이에 대비한 재원도 필요하다. 이러저러한 사안들을 감안하면 설비투자 확대에 쓸 수 있을 만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결국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채 신용등급과 관련한 논란에서 보이듯이 이런 자금 조달이 원활할지는 미지수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삭감분 원상회복, 쟁점 될 듯

이런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5월 23일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개최했다. 올해 임·단협에서는 무엇보다도 워크아웃 졸업과 관련한 내용이 핵심 쟁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요구안, 단협요구안 외에 워크아웃 졸업과 관련한 내용을 별도요구안으로 올렸다.

금호타이어지회는 별도요구안에서 워크아웃 졸업의 조건으로 제시됐던 5가지 조건 가운데 3가지 조건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즉 필수조건이었던 회사 자체 신용으로 자금 조달 가능 조건과 2년 연속 경상이익 실현 및 향후 안정적인 순이익 실현 예상 조건은 각각 2012년 8월 BBB- 등급 획득과 2012년 이래 세전 및 당기순이익 흑자 달성으로 충족했다고 밝혔다. 또 선택조건인 경영목표 2년 이상 달성과 잔여채무 상환일정 제시, 부채비율 200% 이하 중 경영목표 달성에는 실패했고 잔여채무 상환일정도 미정이기는 하지만 부채비율은 2013년 169%로 기준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필수조건과 선택조건 중 1가지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는 워크아웃 졸업 요건을 충족했으므로 채권단과의 약정서 상에 기재된 대로 올해 연말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이에 따라 임금 반납분 5% 외에 삭감분 10%를 추가로 환원하고, 2010년 정리해고를 통보받았던 155명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또 2013년 경영실적에 따라 성과금 650만 원 지급과 2명의 해고자 복직, 폐지된 수당 복원, 생산량 재설정, 국내공장 설비투자 및 신규인원 채용, 도급화 중단, 사내복지기금 출연 등도 별도요구안에 포함시켰다.

금호타이어지회가 별도요구안에서 요구하고 있는 내용들 중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역시 임금삭감분 10%의 환원 요구다. 금호타이어의 임금테이블을 보면 1호봉부터 17호봉까지는 급여액이 동일하다. 2010년 워크아웃 돌입과 함께 임금 10%를 삭감한 결과 임금테이블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는데, 그 중 17호봉까지는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해 법정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금호타이어지회는 설명한다.

이로 인해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사기는 극도로 떨어져 있고, 반대로 회사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쌓여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삭감된 10%를 원상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호타이어지회의 주장이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임금반납분 5%에 대해서는 환원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삭감분 10%를 원상회복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재원을 마련할 여력이 아직까지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워크아웃을 졸업하면 임금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기대감을 저버리는 것도 회사에 보탬이 될 리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동자들의 협력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쌓인 불만과 분노가 어떤 형태로 표출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가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로 재무적 안정성은 물론 설비투자 확대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금호타이어의 전 구성원이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쌓인 불만과 불신, 분노를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