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열풍, 식지 않는다
커피 열풍, 식지 않는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4.06.03 17:28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호품에서 ‘필수품’으로 대중들의 커피 사랑
포화 상태에도 실력 갖춘 전문가 수요는 지속
박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영화 <가비>의 주인공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고종이다. 가비는 커피의 중국식 발음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개화군주인 고종이 커피 마니아로 등장한다. 실제로 우리 역사에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개화와 근대의 상징이었다. 처음에 커피는 양탕국으로 불리었는데, 이는 ‘서양의 검고 쓴맛이 나는 한약 탕국’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시기는 대략 1890년 전후로 추정된다. 구한말 커피는 국왕이나 고관대작만이 접할 수 있는 최상의 음료였다.

일제 강점기 커피는 예술인, 지식인,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즐기던 서양문물의 상징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문인 이상이 연인 금홍과 더불어 종로에 차렸던 제비다방은 당대 예술인들의 아지트였다. 해방과 더불어 미군이 들어오면서 커피는 일반으로 확산된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인스턴트커피가 첨병이었다.

5.16 이후 커피는 일시적인 침체기에 접어든다.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커피가 사치스럽다는 이유로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기 때문. 그러나 국민들의 커피사랑은 식을 줄 몰랐고 1970년대에는 국산 인스턴트커피가 등장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커피시장은 인스턴트에서 원두커피로 권력이동 중이다. 커피 생두를 볶고 갈아서 추출하는 과정이 하나의 산업을 형성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1년에 약 350잔의 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매일 마시는 필수품이다.


바리스타(Barista)

‘바리스타’는 이태리어로 ‘바(Bar)에서 일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원래는 커피 원액인 에스프레소 추출을 기본으로 여타 음료도 취급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커피추출에 국한하여 사용된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갈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다음, 고객의 취향에 맞춰 물이나 우유, 각종 시럽을 섞어 다양한 커피를 만든다.

커피 제조가 기본업무이지만 원두선별, 커피 볶기, 부재료 구입 등에서부터 매장관리, 재고관리, 판매촉진 등 관리와 영업까지 담당한다. 원두선별은 큐 그레이더, 커피 볶기는 로스터 등으로 업무가 세분되지만, 매장에 따라서는 바리스타가 모든 업무를 한꺼번에 수행하기도 한다.

바리스타는 음식점의 주방장과 마찬가지로 커피 만드는 일을 총괄하지만 고객응대, 서빙, 수납 등 업무영업이 넓은 편이다.

커피를 직접 추출해서 즐기는 소비계층이 등장하면서 일부 카페에서는 생두를 볶아서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고객의 취향에 따라 생두의 원산지와 등급, 커피를 볶는 정도 등을 맞춰 주어야 하며 커피의 생산, 유통, 역사 등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바리스타는 대개 레스토랑, 혹은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며 근무시간은 매장에 따라 다양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중에는 24시간 영업하는 곳도 있는데 이 경우 낮 시간과 밤 시간으로 나누어 교대로 일하거나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원두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바리스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학에 관련 학과도 신설되었다. 대학이 아니라도 사설학원, 대학의 사회교육원, 여성인력개발센터 등에 단기 양성과정이 많다. 커피매장이 최근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오고는 있지만, 실력 있는 바리스타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커퍼(Cupper)

와인의 품질이 빈티지(포도수확연도), 토질, 포도품종, 와이너리(양조장) 등에 따라 천차만별 이듯이 커피의 품질도 다양하다.

와인의 품질을 소믈리에(와인전문가)가 평가하듯이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직업이 커퍼이고, 그 평가 과정을 ‘커핑(Cupping)’이라고 한다. 소믈리에가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을 단지 평가하는 데 그치는 것과 달리, 커퍼는 직접 커피를 추출해서 맛과 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생두인데, 각각의 농장에서 생산된 커피 생두의 품질과 맛이 중요하다. 동일한 지역, 빈티지, 품종이더라도 농장별로 생두의 가격이 다른데, 커퍼의 혀끝에서 평가가 내려진다. 여기서 생두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을 ‘큐 그레이더(Q-Grader)’라고 한다.

생두를 볶아야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로스팅(Roasting)이고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로스터(Roaster)이다. 마지막으로 생두에 따라 부족한 맛을 보강하고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종류의 커피를 섞는 블렌딩 작업이 있다.

커피의 품질은 첫째로 향이 결정한다. 커퍼는 로스팅된 커피를 분쇄해 마른 커피의 향을 평가하고, 물을 붓고 난 후의 향을 맡는 ‘아로마(Aroma)’ 단계를 거친다.

다음으로는 미각을 이용한 커피 맛보기를 시작하는데, 이를 슬러핑(Slupping)이라고 하고 입 안에 커피를 음미하여 다양한 맛을 평가한다. 부족한 맛을 보완하는 블렌딩 단계를 거쳐 모든 평가가 끝나면 그 맛과 향을 점수로 표현한다.

커퍼는 대개 커피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커피회사에서 주로 일하기 때문에 먼저 커피회사에 취직한 뒤 감별능력을 키우는 게 자격증 자체를 따는 것보다 중요하다. 국제공인자격증이 있지만 따기가 어렵고 아쉽게도 국내에는 바리스타 교육기관은 많지만 신뢰할만한 커퍼 양성기관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