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우리 손으로 지킨다
공무원연금, 우리 손으로 지킨다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4.07.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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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누비며 공무원연금 알리는 연금버스
공무원 넘어 국민 공감 이끌어낸다
[현장 1] 공무원노총 연금버스 동행기

ⓒ 이현석 객원기자 studio175@gmail.com
“노조를 믿고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세요.”
“공무원연금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집회에 나와 주세요.”
“정부는 마치 우리가 도둑인 듯 취급하고 5년마다 공무원연금을 뺏어갑니다.”
“연금 개혁을 막아내려면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난 6월 16일 오후 동대문구청 각 과 사무실에서 들려온 말이다. 이날 공무원노총 연금위원회는 동대문구청을 찾아 공무원연금 선전전을 벌였다.

밀실에서 나와 사회적 합의 이뤄야

공무원노총은 전국의 공무원들에게 공무원연금을 알리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버스투어를 진행했다. 공무원노총은 전국을 4개의 권역으로 나눠서 4개의 조가 4대의 버스로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선전전을 진행했다. 그 시작에 앞서 16일에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버스투어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진호 공무원노총 위원장은 “공무원 당사자와 함께하지 않고 밀실에서 공무원연금 타이틀만 놓고 하는 건 안 된다.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정부를 손봐야 한다. 백해무익하다. 공무원연금은 100만 공무원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나로 뭉쳐서 싸우자. 그 시발점에 버스투어가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총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공무원들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장의 조합원들과 이러한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연금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 직후 연금버스는 전국 각지로 향했다.

1일차 서울과학기술대와 동대문구청을 계획 중인 1조의 버스에 탑승했다. 이 버스에는 오성택 행정부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갑식 동대문구노조 위원장, 최인호 서울시교육청공무원노조 부위원장, 조재상 경기도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 조진환 인천시중구공무원노조 위원장 등 연금위원회 구성원들이 탑승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곧장 서울과학기술대 본부 회의실로 향했다. 일찍 도착한터라 서울과학기술대지부의 안내가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학교 측과 사전에 논의되지 않았고 여기에 노조 내의 혼선이 더해졌다. 이대로 선전전을 강행하긴 무리였다. 결과적으로 선전전은 진행되지 못했다. 연금위원회는 서울과학기술대지부의 상황을 고려해 홍보물만 전달하고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예정된 것보다 이른 시각이지만 퇴근 선전전을 하려던 동대문구청으로 향하는 것으로 상황은 일단락됐다.

▲ 공무원노총 연금위원회가 동대문구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 이현석 객원기자 studio175@gmail.com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호응

공무원노총 연금버스는 아쉬움을 남긴 채 동대문구청으로 달렸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연금위원회 구성원들은 이번엔 제대로 해내겠다고 다짐한다.

동대문구청에 연금버스가 도착한 후 일단 구청 4층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로 이동했다. 저녁이 아닌 오후로 일정이 당겨지면서 노조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구청 측과도 조율이 필요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별 탈 없이 선전전을 앞당겨 시작했다. 구청 건물 가장 꼭대기인 9층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진행하기로 했다.

ⓒ 이현석 객원기자 studio175@gmail.com
처음으로 방문한 사무실은 도시디자인과다. 도시디자인과는 정원과 텃밭이 어우러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연금위원회는 사무실로 들어가 우렁차게 인사를 했다. 몇몇은 자리를 돌면서 홍보물을 배포하고 누군가는 서서 피켓을 들고 있었다.

김갑식 동대문구공무원노조 위원장 “여러분 도움 없이는 이길 수가 없다. 전 국민이 제대로 연금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노후 보장을 위해 막아내자. 궁금한 사항을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동대문구청 선전전에 앞장선 이는 김갑식 동대문구노조 위원장과 조충성 동대문구노조 수석부위원장이다. 자신들의 사업장인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선전한다.

9층 도시디자인과를 시작으로 8층 자치행정과, 7층 안전치수과, 건설관리과, 토목과, 주차행정과, 6층 문화체육과, 기획예산과, 홍보담당관실, 교육진흥과, 재무과, 5층 총무과, 4층 도시계획과, 주택과, 건축과, 3층 사회복지과, 청소행정과, 맑은환경과, 2층 세무과, 사무국, 1층 부동산정보과, 동대문구 보건소 순으로 조합원들과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전 부서를 돌며 홍보물을 나눠주고 연금 투쟁에 협조를 구한다.

업무 중에 일행을 맞이한 구청 직원들이 큰 호응을 보이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미소로 답을 대신하거나 눈빛을 보내는 것으로 공감을 전한다. 물론 간혹 열렬한 지지를 보여주는 이들도 있었다. 대민업무를 하는 곳에서는 집중이 더 어려웠다. 근무 중인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을 상대해야 하고 사무실이 넓다보니 시선도 분산됐다.

선전전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응이 적을 때마다 조충성 동대문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목소리가 작아요! XX과에서 많이 도와주실 거죠?”라며 호응을 유도한다. 그 목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내 공무원들의 대답도 커진다.

ⓒ 이현석 객원기자 studio175@gmail.com
공무원연금은 모든 공무원들에 해당되는 중요 이슈이기에 동대문구청 공무원들이 무관심할 순 없었다. 노조가 더 앞장서 있을 뿐이지 공무원연금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앉아 있는 공무원들도 똑같이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스스로 연금 지켜야 한다는 의식 고취

연금버스가 5일간 순회하면서 연금위원회의 선전전에도 점차 탄력이 붙었다. 5일의 연금버스 선전전을 마치고 김갑식 동대문구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조합원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투쟁 열심히 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정부가 공무원 당사자와 대화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렇게 조합원들에게 선전전을 하니까 좋아하면서 열심히 투쟁하자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5일 내내 서서 큰 소리를 냈으니 힘이 들 법도 하다. 김갑식 동대문구노조 위원장은 “5일 내내 선전전을 진행했더니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이 부쳤다. 며칠 하니까 목소리도 안 나올 정도였다. 앞으론 3일만 해야 할 것 같다”고 웃는다.

김갑식 위원장이 속한 1조는 수도권과 충청권을 돌면서 경기도청, 과천청사, 인천시청, 인천교육청, 강서구청, 천안시청, 아산시청, 태안군청 등을 방문했다. 그 밖에 2조는 충북도청, 대전청사, 세종청사 등을, 3조는 강원도청, 울산시청, 대구시청, 구미시청 등을, 4조는 전북도청, 전남도청 등을 방문했다. 전북도청에서는 선전전을 하면서 공무원연금 사수를 위한 삭발식을 하기도 했다.

공무원노총이 이번 연금버스를 통해 얻은 것은 뭘까. 연금위원회는 공무원들이 스스로 연금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갑식 동대문구노조위원장은 “공무원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관심을 갖게 됐다. 공무원들이 직접 연금을 알리기 위해 할 말은 해야 한다. 점차 행동반경을 넓혀서 전 국민에게 알려나가야 한다. 정부의 무자비한 개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연금 알리는 갖가지 방법

공무원노총은 6월 중에 연금버스투어와 더불어 조합원 교육을 위한 CD 제작·배포와 홍보 포스터 및 리플렛 제작 배포. 전국버스투어 진행, 연금위원회 게시판 및 모바일앱을 제작했다. 또한 연금 관련 소송으로 행정소송, 헌법소원, 언론사 대상 소송을 통해 공무원연금 투쟁의 정당성을 알려나갈 방침이다. 앞서 공무원노총은 지난 3월에 임시대의원대회에서 100억 원의 투쟁기금을 마련할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향후 국회 토론회 및 공청회 개최, 1인 시위 전개, 지역별 소규모 집회, 총력결의대회, 민관협의체 구성 시 사회적 합의안 도출 참여, 2차 전국 버스투어, 홍보대행사 선정 후 다큐멘터리 제작, 신문광고 등 홍보사업도 진행한다.

ⓒ 이현석 객원기자 studio175@gmail.com
공무원노총과 전국공무원노조 등 공무원단체들은 ▲ 정부는 방만한 공무원연금 운영을 은폐하고 충당부채를 거론하며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사죄할 것 ▲ 공무원연금 재정을 악화시킨 부당사용기금 6조9천억 원을 현재 시가로 산정하여 즉각 배상할 것 ▲ 공무원연금법 개정 논의 시 공무원 대표인 공무원노총과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할 것 ▲ 국민의 삶과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6.4 지방선거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월에는 공무원연금 연간 지급률을 20% 줄이고, 공무원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정부가 추진한다는 보도가 언론에 실린 바 있다. 당시 안전행정부는 논의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공무원노총은 구체적인 수치까지 보도된 것은 이미 정부 내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든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배제된 논의는 안 된다는 게 공무원노총을 비롯한 공무원단체들의 주장이다. 사전에 미리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형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만 취하면서 시나리오를 밀어붙이는 것도 공무원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꼭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은 형식부터 갖추는 게 우선이다.

ⓒ 이현석 객원기자 studio175@gmail.com

공무원 일할 의욕 북돋워줘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불안하진 않나.

“불안하진 않다. 절충안으로 갈 거다. 10~20% 정도 삭감할 것 같다. 우리의 원래 목표는 0%다.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은 믿는 건 연금밖에 없다. 공무원은 퇴직금이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거의 모른다. 대국민 홍보를 하면 거의 다 몰랐다고 한다. 공무원연금에 우리가 7%, 정부가 7%를 낸다. OECD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지금 수준이라도 인정해줘야 한다.”

공무원 내에서 차이가 있다면.

“5급 이상 고시 출신은 별로 상관이 없다. 6급 이하는 박봉이라 연금만 보고 일한다. 투쟁기금으로 100억 원을 모으는 데 비조합원들도 동참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10만 원씩 내고 있다. 기술직은 9급으로 시작하면 대부분 6급까지 승진하지 못한다. 7~8급에서 퇴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분들은 정말 먹고 살기 힘들다. 기술직은 행정직보다 인원이 적다. 그런데도 대거 없애고 그 자리에 행정직으로 채용한다.”

공무원은 수당이 많다는데.

“언론에서 공무원 수당이 거의 30가지가 된다는데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대부분 몇 가지밖에 받지 못한다. 6급으로 퇴직하면 연금을 180만 원 정도 받는다. 그런데 지난번에 언론에서 나온 대로 20%를 줄여버리면 150만 원이다. 이 돈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다. 부모 부양에 자식들 결혼까지 시키기엔 부족한 액수다.
업무 강도도 예전보다 세다. 민원이 예전보다 10배는 늘어났다. 대화가 되는 게 아니라 민원인의 일방적인 민원이 많다. 공무원들의 의욕을 북돋아주기 위해서는 연금을 현상 유지 시켜야 한다.”

공무원 연금 개혁, 어느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보나.

“5%는 절충할 수 있지만 10% 이상 되면 어렵다고 본다. 퇴직이 5년 정도 남은 공무원들은 명예퇴직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심하시다. 불안해서 일 못하겠다고 조합원들이 그런다. 1, 2년 남은 공무원들은 거의 명예퇴직 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