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병원다워야 한다
병원은 병원다워야 한다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4.07.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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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법인 설립과 부대사업이 곧 민영화
진료와 치료 목적 우선하는 정책 필요
[기획인터뷰]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 이가람 기자 grlee@laborplus.co.kr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11일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입법예고와 부대사업 확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날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자법인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는 의료민영화의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막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단식농성장에서 유지현 위원장을 만났다.

정부, 시간표대로 민영화 추진 중

이번 단식농성을 포함해 그동안 투쟁을 쉼 없이 해 왔다.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힘들진 않나.

“당연히 여기저기 아프고 힘든 게 사실이다. 단식농성은 작년에 이어 또 하고 있고, 삭발도 임기 동안 매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저렇게 끈질기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지치면 안 된다. 의료민영화 투쟁만이 아니라, 작년에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진주의료원 폐업 때문에 1년 내내 싸웠다. 바로 이어서 의료민영화 정책에 맞서 지금까지 쭉 달려왔다.

그동안 우리가 막아왔던 의료민영화의 각종 정책들을 정부가 이번에 한꺼번에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들의 건강권 사수와 보건의료노조의 기본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 투쟁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고 본다.

반면에 힘이 나는 순간들도 많다. 많은 분들이 농성장에 지지 방문을 해주실 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 분들도 지나가다가 보시고 응원해 주신다. 단식 중인 걸 모르고 간식을 챙겨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 덕분에 더 열심히 투쟁하게 된다.”

자법인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 등의 보건의료정책이 빠른 시일에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지금 큰 문제 중 하나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정부가 한꺼번에 시간표를 다 맞춰놓고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가람 기자 grlee@laborplus.co.kr
특히 영리 자법인 설립 가이드라인은 보건복지부장관 지침으로 6월 11일 발표됐다. 이 지침은 폐지하지 않는 이상 진행되는 거다. 또한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은 7월 22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이라 그 전에 국민들이 반대하는 의견을 내야 한다. 7월 22일이 지나고 나면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들의 반대 의견을 수렴해서 당연히 철회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장관이 어느 단위를 거치지 않고 기간만 지난 뒤에 고시하면, 끝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의료노조에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항의할 예정이다.

이것 말고도 많은 의료민영화 법안들이 있다. 예를 들어 원격의료가 입법예고 돼 있지만 시범사업 이후 12월에 한다고 발표했다. 또 해외환자 유치도 이번에 시행규칙 개정안에 같이 들어가 있다. 병실에 외국 환자를 전체 환자의 5%에서 12%까지 늘려서 받는다고 한다. 1인실은 제외다. 현재 우리나라 환자들이 들어갈 병상 수도 부족한 상태인데 외국 환자를 늘리는 건 맞지 않다. 이런 식의 여러 정책들이 맞물려 있다.

이번에 투쟁이 끝날 거라고 보진 않지만 의료민영화에 대한 국가 정책 기조만큼은 바꿔야 한다. 우리가 6월과 7월에 단식과 파업을 하지만, 이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힘이다.”

공공병원에서는 어떤 문제가 예상되나.

“정부가 부대사업의 범위를 다 열어 놓으려고 한다. 공공병원이 자법인을 설립하지 않더라도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예를 들어서 국립대병원이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어서 부대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어떤 사업이든 가능해진다. 오래 전에는 병원 안에 카페가 있는 건 이해가 안 됐다. 그러나 지금은 있다. 우리가 그런 것까지 처음엔 막았었다. 지금은 슈퍼, 카페 등이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병원에 들어와 있다.

이번에도 부대사업 확대를 정부가 시도하면서 똑같이 편의상의 이유를 든다. 병원에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쇼핑몰, 부동산 임대 등이 들어오는 건 맞지 않다. 그렇게 부대사업에 집중하다 보면 병원의 진료와 치료 기능을 잃게 된다.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오히려 병원 주변의 상인, 자영업자들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주변 상권이 완전히 무너지게 될 게 뻔하다. 예를 들어 병원 내 아기용품점이 있으면 신생아실 방문 온 분들이 병원 주변의 아기용품점을 안 간다.”

ⓒ 이가람 기자 grlee@laborplus.co.kr
민영화 아닌 공공병원 확대 필요

공공병원 중에 하나였던 진주의료원이 폐업됐지만 아직 노조의 투쟁은 여전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재선되면서 현실적으로 재개원은 힘들지 않나.

“우리는 진주의료원이 당연히 재개원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이다. 일단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대로 재개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게 우리 입장이다. 다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권한쟁의심판소송을 해 놨다. 이 결과에 대한 것도 확인을 해봐야한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방의료원 개원을 절대 안 하겠다고 버티고 있어서 어떤 무력도 통하지 않는 상태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방법을 찾다보니 꼭 지방의료원이 아니더라도 공공병원으로의 전환도 고민 중이다. 그러면서도 홍준표 경남도지사 임기 4년 동안 진주의료원 재개원 투쟁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성남시립병원이 논의부터 첫 삽을 뜨는 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런 거처럼 뭔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봐야 한다. 사실 조합원들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재선되면서 많이 실망하고 안타까워한다. 노조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임기 시작(7월 1일) 전에 면담 요청을 해서 진주의료원 재개원 문제 해결하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4년 내내 진주의료원을 놓고 도정이 시끄러워 질 거다. 거기에 대한 해답을 내놓으라고 할 예정이다.”

다른 공공병원들은 상황이 어떤가.

“홍준표 경남도지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민영화, 공공의료 정상화 등을 시도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 기능점검이라고 해서 기관들을 축소 및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많은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공공병원이 전체 병원의 6%밖에 되지 않는데 늘리지는 않고 더 줄이겠다는 거다. 적어도 공공병원이 30%는 되어야 한다. 오히려 이 의료민영화 추세에서 반대를 넘어 공공병원 30% 확대로 가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의료민영화와 맞닿아 있다. 또한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방만하다면서 공공기관 정상화를 한다고 한다. 나는 공공기관 정상화가 공공기관 노조들의 무력화, 구조조정, 민영화로 가려는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기관을 통폐합하면서 수천 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보건의료 인력이 OECD 평균의 1/3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할 게 아니라 두 배 더 늘려야 한다. 정부는 이 의료민영화도 일자리 창출이라고 이야기한다. 구조조정하고 주변 상권이 무너지는 게 무슨 일자리 창출인가.”

ⓒ 이가람 기자 grlee@laborplus.co.kr
정부가 말하는 인력확대는 부대사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인 건가.

“보건의료를 하는 인력이 아니라 부대사업 확대로 인한 인력이라 반대한다. 외국인 환자 유치하는 컨설팅 같은 일자리 등이 포함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분야는 굉장히 일자리 창출하기 좋은 분야고 청년들이 좋아하는 선호하는 일자리라고 한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부대사업 할 게 아니라 보건의료 인력을 늘리면 된다. 간호사, 의사, 의료기사 늘리고, 안전점검이나 시설관리를 외주화하지 말고 정규직 채용해야 한다. 그래야 세월호와 장성요양병원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충분히 보건의료 분야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데 정부가 왜 병원과 전혀 상관없는 사업으로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기고_ 영리자회사, 왜 문제인가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의료민영화를 막는 것은 국민의 명령

세월호 사건은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돈벌이 영리추구가 어떤 참극을 초래하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온 국민의 슬픔과 분노 속에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개조 수준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6월 10일 전격 발표된 것은 의료민영화정책이었다. 이날 발표된 내용 중 핵심은 2가지로, 영리자회사를 허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과, 부대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것이었다.

의료기관이 외부자본의 투입과 이익배당이 가능한 영리자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의료기관을 외부 영리자본의 돈벌이 투자처로 만드는 조치이다. 의료기관의 비영리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조치로서 환자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외부 영리자본에게 무한대로 돈벌이를 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것 역시 영리자본이 투입된 영리자회사가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조치이다. 호텔업, 목욕장업, 여행업, 국제회의업, 체육시설, 생활용품 판매업, 식품판매업, 건물임대업 등 수익추구를 위한 각종 사업들을 할 수 있게 열어줌으로써 병원은 환자치료에 전념하는 곳이 아니라 쇼핑몰이나 숙박업, 부동산임대로 돈을 버는 공간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부는 병원들의 경영난을 해소하고,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리자회사를 만들고 부대사업을 통해 경영을 개선하라는 것은 의료업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보다 왜곡된 의료체계를 더 심하게 왜곡시킬 뿐이다. 자본투자경쟁과 이익추구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의료기관 양극화와 경영압박은 더 극심해질 것이다.

더군다나 박근혜 정부는 영리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를 의료법 개정이나 사회적 논의 절차 없이 가이드라인 제정과 시행규칙 개정 등 행정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명백한 월권이고 국회입법권 무시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영리자회사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를 의료선진화정책이 아니라 국민건강권을 파괴하는 의료민영화정책이자 영리자본에게 무한 이윤추구의 길을 열어주는 재벌특혜정책으로 규정하고, 이를 철회하기 위한 전면투쟁에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 6월 24일 경고파업과 상경투쟁 ▲ 6월 25~27일 동시다발 기자회견과 집중선전전 ▲ 6월 26일 보건복지부앞 집회 ▲ 6월 28일 2차 상경투쟁 등 총력투쟁에 이어 7월 22일부터 전면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의료영리화방지법 제정과 보건복지부장관 고발, 의료법 시행규칙 무효소송 등 법적 대응투쟁과 함께 의료민영화 반대 100만 국민서명운동, 정당-보건의료계-노동시민사회계가 함께 하는 범국민적 연대투쟁에 나섰다.

“의료민영화를 막아라!”

이것을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적 과제로 받아 안은 보건의료노조의 총력투쟁은 의료민영화정책이 폐기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의료민영화는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불러올 대재앙이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파괴하는 대참극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