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악마를 보았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8.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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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덴마크인 기자 알란 쇠렌슨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스데롯이라는 산 위로 의자까지 옮겨가서는 가자지구 공습을 지켜보는 장면의 사진입니다. 편안하게 앉아서 음료를 즐기며, 화광이 번뜩이고 폭음이 울릴 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지요.

스포츠 경기나 전쟁 영화를 관람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사진 촬영하는 것을 눈치 챈 한 여성은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기도 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씁쓸한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이스라엘 공군과 지상군의 맹공격으로 사망자가 이미 천 명을 넘고 있습니다. 전기와 같은 필수적인 인프라도 모두 파괴된 가자지구는 사실상 폐허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자지구는 108만 명의 인구가 빼곡하게 모여 사는 좁은 지역입니다. 그 중 어린이와 여성이 70~ 80%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그곳을 향해 군사력만으로는 당당히 열강의 반열에 들어서는 이스라엘 군이 일방적으로 포탄을 퍼붓고 있습니다. 전쟁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학살이 아닐까요.

이스라엘을 건국한 유태인들은 학살과 박해의 대명사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제노사이드(genocide)는 전 세계인들에게 경종을 울렸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 정도로 비극적인 역사였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했습니다.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고통은 사고 100일이 지났음에도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보수단체들의 ‘반대집회’는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농성장에 난입해 집기를 훼손하고 고성과 막말을 쏟아내는 이들 보수단체 회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면서 다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째서 우리는 남의 고통에 이렇게도 무감각할 수 있는 걸까요?

‘파렴치하다’라는 말이 이제는 더 이상 욕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자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에도 거리낌 없이 남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물며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푹푹 찌는 무더위만큼이나 답답한 소식들만 들리고 있습니다. 얼음물 한 잔처럼 시원한 소식, 먹먹한 가슴을 뻥 뚫어 줄 수 있는 희망찬 소식을 올 하반기에는 자주 들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