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조직을 키우는 것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조직을 키우는 것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8.1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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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최초 여성 산별 대표, 소통과 공감으로 연맹 외연 넓힐 것
소통 서툰 노조 간부 위한 역량강화 교육 하반기 실시
[인터뷰 3] 이수진 전국의료산업노련 위원장 직무대행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이수진 연세의료원노조 위원장이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련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전임 조민근 위원장이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겸 중앙교육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생긴 결과다.

내년 11월 위원장 선거를 치르기 전까지 비록 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의 자리이지만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화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여성 조합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지난 1998년 연맹 발족 이후 최초로 여성 대표자가 부각됐다는 점이 그렇다. 한국노총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60년이 넘은 한국노총 역사상 여성 회원조합 대표자가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 섬세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수진 위원장 직무대행을 만나 앞으로의 연맹 운영에 대한 계획을 들었다.


최초의 여성 산별 대표자라는 점에서 기대를 받는 만큼 부담도 클 것 같다. 소감은 어떤가?

“얼마 전 한국노총 회원조합 대표자 간담회 자리를 가졌는데, 거기서도 화제가 되어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인사도 많이 받고 격려도 해 주셔서 감사했다.

솔직한 심경으로는 부담감이 매우 크다. 영광이긴 하지만 그만큼 책임이 큰 자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게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자리이고, 또 그만큼 희생이나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간 의료 관련 정책과 관련해 연대해왔던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비록 만 명이 채 안 되는 한국노총 내에서 작은 규모의 산별 연맹이지만 분명히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도움이 필요한 단위노조의 현안을 풀어주는 역할, 노동조합 활동을 더욱 다양하게 펼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 노조 간부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활동 등 골몰할 사업은 너무 많다.”

남은 임기에 중점을 둘 활동은 어떤 영역인가? 여성 위원장으로서 기존과 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좋은가?

“직장에서든, 심지어 노동조합 내에서도 여성이기 때문에 맞닥뜨리는 황당한 경우는 아직도 수시로 발생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고, 게다가 상대가 여성인 경우 한 수 아래로 접어두고 보는 경향이 있다. 심하게는 그 부분을 붙잡고 윽박지르려는 경우도 있다. 아주 저열한 수준의 기선제압을 하려는 건데,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너무 매몰되다보면 사실 연맹에서 신경 써야 할 다른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연맹은 향후 크게 세 부분의 활동을 중심으로 움직여갈 계획이다. 우선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정책 부문의 활동과 조직화 사업, 그리고 두 가지 핵심 활동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내부의 소통강화와 관련된 활동에 무게 중심을 실을 것이다.”

내부의 소통강화와 관련된 것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나?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것이 늘 누군가를 대면하는 것이다. 사용자와 마주하기도 하고, 조합원과 마주하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노동운동을 하는 동지들과 마주하기도 한다. 이렇게 누군가를 대면할 때 중요한 것은 소통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의외로 노조의 핵심 인력이면서도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들을 만나서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를 해결해 주기 위한 과정에서, 혹은 사측과 마주하고 교섭을 벌이거나 노조의 요구를 쟁취해 내는 부분에서 소통의 기술은 대단히 중요하다. 노동조합 안에서도 이런 부분이 딱히 매뉴얼이 없다. 위원장이 ‘이래저래 하라’고 하면 상황에 부딪쳐가며 시행착오를 거쳐 배우게 되는 거다. 안타까운 점은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고, 그로 인해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연맹은 갈등해결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노동조합 간부들의 소통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2, 30명 규모의 소그룹으로 몇 차례에 나눠서 진행할 것이다. 특히 병원을 비롯해 의료산업 각 분야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조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의료산업 부문에서 특히 노동조합이 느끼고 있는 현안은 어떤 내용이 중심인가?

“병원 사업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력과 관련한 부분이다. 임금과 같은 이슈는 오히려 다음이다. 특히 간호사 인력은 OECD 최저 수준이다. 미국만 해도 간호사 한 사람이 돌보는 환자 수가 5명 수준인데, 한국은 12, 13명 수준이다. 밤 근무 시간에는 20명에 달한다. 자연스레 이직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연세의료원의 경우에도 3년 새 50% 가까운 신규인력이 그만둔다. 시스템에 굉장히 문제가 있는 거다.

병원에서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서도 인력 문제는 심각하다.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상근 전임자를 두기가 대단히 어려운 실정이다. 단위 노조에서야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조합비를 올려 인원을 채용할 수 있지만, 연맹 차원에서는 실정이 어렵다. 그래서 몇몇 조직 위원장들에게 부탁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 적어도 연맹 안에서 정책과 조직, 그리고 총무 업무를 책임지고 전담할 수 있는 상근 인력이 갖춰져 있어야 집행부가 연맹 차원의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파견자의 인건비를 연맹과 단위노조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연맹에 상근하는 노조 간부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계 안에서 이처럼 활동에 숨통이 트여야 앞서 말한 간호사 인력 문제와 같은 다양한 의료산업 현안에 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추고 더 기발한 방법으로 차근차근 연맹의 외연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