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쳇바퀴에 실적 압박, 세일즈맨 애환 달래고파
12시간 쳇바퀴에 실적 압박, 세일즈맨 애환 달래고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8.1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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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근로수당 신청, 회사 눈치에 쉬쉬하는 문화 근절해야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구성원들 동기부여가 어려워
[인터뷰 4[ 김홍표 전국담배인삼노조 충남지부 위원장
ⓒ 전국담배인삼노조 충남지부

“날마다 달마다 그 실적이 고민이지요. 근무시간 규정대로 준수하자니 실적이 턱없이 부족하고. 연장 수당 신청이라도 하게 되면 회사에선 무능력자 취급하고.”

영업직은 기업의 꽃이라고 어느 누가 말했던가. 안에서는 실적 압박에 밖에서는 고객 응대에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무임에 분명해 보인다.

전국담배인삼노조 충남지부는 조합원 전원이 영업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홍표 충남지부 위원장을 만나 ‘세일즈맨의 애환’과 함께, 생산 직무와 영업 직무가 혼재돼 있는 노동조합에서 어떤 활동을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제조 공장이 위치한 타 지역지부나 본조가 중점을 두는 노조 활동과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굉장히 다르다. 노조 입장에서 현안이 될 수 있는 거리도 다르고, 공통으로 해당되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아무래도 온도차가 있다.

KT&G에서는 드물긴 하지만 가끔 직무별로 인사이동이 있는 경우도 있다. 가끔 영업사원이 제조공장으로 가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있다. 기계나 설비의 작동법에서부터 신입 직원으로 출근한 것처럼 대부분 일을 처음부터 배워야 함에도 말이다. 그런데 반대로 제조공장에서 영업직으로 넘어오는 경우는 없다. 영업직 조합원들이 일을 얼마나 힘들다고 느끼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노조에 몸담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직 조합원들을 바라보며 가장 안타까운 점은 터무니없는 장시간 노동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OECD 국가 평균보다 연 1,215시간을 더 일한다고 하는데, 우리 조합원들의 경우 거기에 872시간을 더 일한다고 보면 된다. 지부 조합원들을 포함해 영업부문 설문조사를 진행했더니 통상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8시에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합원들이 늦게까지 일하는 것에 대해 보상은 제대로 지급되나?

“근로기준법 상에는 연장근로나 야간근로, 휴일근로 시 임금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막상 영업 현장에서 이런 원칙이 받아들여지기는 대단히 어렵다. 제조 공장이라면 설비가 가동하는 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셈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영업직도 굳이 하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태블릿PC나 단말기 등을 사용해서 출퇴근 상황이나 업무 내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장치보다 사용자의 마인드, 그리고 오랫동안 이런 방식에 체념한 조합원들의 인식이 아닐까 싶다.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을 신청하게 되면 회사에서는 ‘스마트’하게 일하지 않는다며 무능력자로 낙인찍는다. 그렇다고 규정된 근무시간 내 일을 마무리하자니 개인별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저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장시간 일하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 풍토가 자리 잡았다.

본조는 전통적으로 제조공장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자동화설비 등이 도입되면서 제조부문 조합원 수는 줄어들었고, 지금은 영업직 조합원들이 수가 많다. 그러다보니 임금교섭 등의 사안에서 영업 현장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웠던 부분이 분명히 있다. 노동조합에 몸 담고 있으니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와 점점 치열해지는 영업 현장에서 조직에 대한 애착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영업직 조합원들에게 적어도 일한 만큼의 보상은 꼭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지역에서 계속 있었으니 조합원들과 공감하는 부분이 클 것 같다.

“우선 조합원 규모가 200명 수준이기 때문에 좀 더 밀접하게 다가가기 용이하다.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개인적인 고충에 대해 다가와 이야기하는 조합원들도 많다.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뛰던 영업직 출신이니까. 세일즈맨에 대한 애환도 이야기거리가 많다.

보통 영업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해 당일의 상황에 대해 간단히 논의하고 각자 담당한 지역을 순회한다. 점포마다 주문량을 받아서 이를 전송한다. 그러면 배송팀에서 물건을 각 점포로 가져다주는 것이다. 단순히 주문만 받는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점점 더 중요한 것은 광고이다.

광고와 관련해선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굉장히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KT&G에서 광고비로 점포에 2만원씩 준다고 하면, 외국계 회사는 5만원씩 주기도 한다. 그에 반해 우리는 갑작스런 변화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이다. 옛날처럼 연배 지긋한 점포의 주인들은 이왕이면 국산 담배를 팔아줘야 한다며 외국산 담배를 잘 들여놓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특히 편의점들을 중심으로 외국산 담배의 점유율도 대단히 높아졌다. 또 점포마다 재고를 확인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은 회수해서 유동인구가 많고 물량이 쉽게 빠지는 점포로 옮겨줘야 한다. 그대로 회수되면 일괄 폐기해야하기 때문이다.

하루 대부분 시간을 이렇게 바삐 보낸다. 게다가 고객들을 대면하는 일들이 다 그렇듯 기계적으로 하루 일과를 완벽하게 쪼개기는 어렵다. 그냥 인사만 하고 나올 순 없지 않나? 안부에 대해 이야기라도 건네다 보면 정말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서 많은 조합원들이 제대로 식사를 챙기는 경우가 드물다. 이동하는 중에 김밥이나 과일을 사서 차 안에서 먹는다는 이들도 있고, 컵라면 같은 것으로 때우는 이들도 많다. 다들 개인 실적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 또 개별 실적은 모여서 팀이나 지점 단위의 성과로 다시 평가되기 때문에 압박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