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명예보다 조합원 실리가 중요했다”
“위원장 명예보다 조합원 실리가 중요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4.08.1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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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희망에 따른 명예퇴직 되도록 고민 거듭
임·단협에서 임금구조 3대 정상화 반드시 이룰 것
[인터뷰 5] 김명곤 교보생명보험노조 위원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지난 6월 10일, 규모로 따져 국내 3위의 생명보험회사인 교보생명보험이 명예퇴직을 마감했다. 이번 명예퇴직을 통해 교보생명보험에서는 모두 490여 명의 직원들이 직장을 떠났다. 김명곤 교보생명보험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고민으로 밤을 지새웠다.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김명곤 위원장으로부터 명예퇴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명예퇴직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과정을 이야기해 달라.

“작년부터 말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명예퇴직을 할 단계는 아니다. 그런데 올해 삼성생명이 먼저 하고 한화생명도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명예퇴직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일반적으로 명예퇴직은 정리해고에 앞서 최후의 수단으로 인원을 정리하는 것이다. 회사에 그런 명예퇴직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매년 수천억 원씩의 이익을 내고 있고, 그동안 땀 흘려서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97년 IMF 경제위기,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거치면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사가 최대한 협력해서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고 위기를 이겨냈다. 그런데 명예퇴직을 한다는 것은 경영을 얼마나 잘못했다는 것인가. 그래서 명예퇴직은 우리에게 안 맞는다고 했다.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저성장, 저금리라는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러자면 앞으로 회사에 변화가 많을 것인데, 그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직원들에 대해 이번 기회에 명예롭게 용퇴할 수 있는 명예퇴직을 실시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3단계에 걸쳐서 회사를 압박했다. 명예퇴직을 하기 전에 각종 기구개편을 통해 위기를 이겨나갈 수 있는 방안은 모색했는지, 명예퇴직을 한다면 그 후 인력을 어떻게 운영할지 준비했는지, 명예퇴직을 한다면 성공해야 할 텐데 만약 실패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따졌다.

명예퇴직을 실시한다고 해도 구조조정이 아니라 자신의 희망에 의해 명예롭게 용퇴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보상금액하고 학자금, 우리 회사만의 연금지원을 3~5년 지속하는 것으로 했다. 그렇게 진행됐다.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640명 정도가 신청했다. 그 중에 50명은 반려하고 나머지 590명 중에 100여 명은 창업휴직이라는 제도를 적용했다. 순수하게 명예퇴직으로 나간 직원들은 490명 정도 된다. 그 중 조합원은 300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차장급 이상 간부 직원들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많이 나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명예퇴직 조건을 합의하겠다고 판단하기까지 적잖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노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위원장의 명예보다 조합원의 실리를 우선시해야 한다. 그런 전제 위에서 법률적인 부분이나 기타 여러 가지 부분들을 많이 고민했다. 이걸 그냥 꺾어버리고 갈 거냐.

국회에서 정년 60세법이 통과됐는데 그로 인한 후폭풍은 생각해 봤는가. 정년 60세 연장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 때문에 현재 일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직장을 더 빨리 떠나게 됐다. 기업에서는 인원을 뺄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법 통과될 때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고 법 통과됐으니 그 이후는 노사합의로 하라는데 그걸 합의할 노동조합이 어디 있나. 그걸 합의하면 어용 아닌가. 그런 배려하지 않는 법 통과 때문에 오히려 현장에서는 힘들어졌다.

법적으로 명예퇴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노무사나 변호사한테 자문도 구했다. 조합원의 스펙트럼도 상당히 넓은데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충족할 수 있나. 노동조합이 고용만은 끝까지 지켜야겠다고 했을 때 현장 조합원들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고민 끝에 이게 끝이 아니고 살기 위한 시작이라고 이야기했다.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최대한 스스로의 희망으로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게 원칙적인 것을 만들려고 했다. 어쨌든 조합원들의 실리가 중요했다. 만약 위원장 개인의 명예를 생각했다면 끝까지 투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자존심이 떨어져도 조합원들의 실리를 찾는 방법이 무엇인가, 명예퇴직도 희망퇴직으로 약속했고, 노동조합이 그걸 지켜줘야 한다.

또 올해 임·단협이 매우 중요한데 교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도구로서 명예퇴직을 활용했다. 합의해주고 이번 교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자. 그렇게 수많은 고민 끝에 합의하기로 결정하고, 마지막까지 스스로의 희망으로 명예롭게 용퇴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 고민했다.”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데 명예퇴직 과정에서 흐트러진 조직력을 다잡아야 할 때다.

“올해 임·단협에서는 임금 총액 8%와 격려금 500%를 요구하고 있고, 단협 부문에서는 총 52개 항목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활동 보장부문 12개, 인사제도 및 근로조건 개선 부문 18개, 복리후생 부문 22개다. 이번 교섭에서는 임금구조 3대 정상화가 핵심인데, 성과평가 B등급자 기본급 삭감제도 폐지, 명절상여금 기본급화, 토요일 무급휴무제 실시가 그것이다.

이번 교섭이 중요한 교섭인 만큼 조합원들의 단결력이 더 필요했는데 명예퇴직이라는 악재로 투쟁력이나 조직력이 약간 흐트러진 것은 사실이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을 결속시키기 위한 답은 하나밖에 없다. 직접 현장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건전한 비판은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집행부하면서 한 번도 쉽게 지난 적이 없었다. 매년 힘들고 어려웠고, 반대가 있었다. 매년 무엇인가 특별한 이슈가 있었지만, 임금이나 고용이나 복리후생이 꾸준하게 올라왔던 것은 어떤 위기도 기회로 전환하는 조합원들의 마음과 조합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쳐낼 수 있는 간부들에 대한 신뢰, 간부들의 조합원들에 대한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기회를 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