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동운동의 역사를 되새기다
금속노동운동의 역사를 되새기다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4.09.02 11:13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세기, 역사의 힘을 동력 투쟁 삼아
업종별위원회 설치해 연대의 기틀 마련해야
[인터뷰 2] 김만재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kr

올해 결성 53주년을 맞이하는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에서 50여 년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금속노동운동 50년사’를 발간했다. 한국의 금속노동운동은 늘 노동운동의 최선두에 서 있었고,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주력부대였지만 이후 정권과 자본의 반격,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밀려 주춤거린 시기도 있었다. 그리고 IMF 경제위기 이후, 고용의 안정성이 노동운동의 아젠다로 등장하면서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은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금속노련의 김만재 위원장은 주춤했던 현장의 전환점이 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금속노동운동 50년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금속노련은 ‘금속노동운동 30년사’ ‘금속노동운동 40년사’ 등을 발간하며 꾸준히 금속노동운동의 역사를 책으로 엮어 왔다. 그리고 어느덧 50년사의 기록까지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금속노동운동 50년사’를 발간하게 된 계기와 그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이 앞으로 다가올 50년을 설계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금속노동운동의 뿌리를 되새기면서 선배들의 노동에 대한 열정들, 피와 땀을 우리 후배들이 계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을 둘러싼 환경들이 많이 변했다. 장시간근로 단축, 통상임금 범위 확대, 정년60세 법제화 등의 현안 문제들을 우리 조직의 그릇에 담아 내야할 책무도 있다. 지난 과거를 되새기고 우리 후배들에게 교훈을 주는 메시지가 50년사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 조합원들에게 한마디로 이 책을 추천하자면.

“‘과거를 모르면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과거 노동운동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면서 정확히 이해하고 논의하면서 우리가 만들어 갈 새로운 미래의 모습, 현장을 설계해야 한다.

요즘에는 특히 학습을 많이 안 한다. 예전에는 대표자들이 모여서 공부하고 토론도 많이 하면서 함께 고민을 했었다. ‘금속노동운동 50년사’를 한 번 읽어 보는 것이 노동운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금속노동운동 50년사를 돌아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사건과 인물을 꼽자면?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박인상 선배님이시다. 한국노총에서의 금속노련의 존재감, 대내외적인 협상 및 투쟁에 대한 방향, 양대노총 간 연대의 틀을 마련하셨다. 아직도 현장에서 존경받는 분이다. 나도 박인상 선배한테 노동운동을 배우면서 ‘현장 없이는 조직도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한 위원장’이라고 부른다.”

기억에 남는 현장의 모습은?

“임단협 교섭 진행이나 투쟁의 현장에서 가장 많은 보람을 느낀다. 투쟁 현장에서 천막치고 같이 자면서 열정으로 다가갔다. 현장의 불신이나 오해들을 많이 희석시켰고 금속노련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가는 것도 느꼈다. 나는 금속노련 위원장으로 와서 현장에 고통이 있을 때 금속노련은 현장 속에서 있어야 한다는 가치관 하나는 확실하게 심어 줬다.

아쉬운 점은 산별노조 건설을 통해서 통큰 단결력을 이끌어 내고자 했는데 2차례 거치면서 성공으로 이끌지 못한 거다. 제조연대의 통합, 양대노총 금속의 연대를 완성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지만, 연대의 틀을 유지하면서 계속 끌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kr

예전과 비교하면 오늘날 노동을 둘러싼 환경들이 많이 달라졌는데 어느 점들을 꼽을 수 있나?

“IMF 이후, 지속적인 기업성장 제일주의 하에서 노동자들이 너무 큰 고통을 겪었다. 비정규직 증가 문제도 심각해졌는데, 노동조합들이 자기중심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간과했던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노동자들에게 경제성장 정체에 대한 책임이 너무 많이 몰려 있는데, 정부에서는 내수성장, 월급인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안정된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고 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금속연맹 산하 조직 중, 자동차 업종이 170여 개인데 갑을관계의 횡포, 불공정한 원하청관계로 인해서 밴더들이 상당히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고통 받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면서 밴더들의 이익구조형성이 막혀 있다.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근기법을 위반하는 주야맞교대 사업장을 관리감독하고, 노동자들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향후 금속노동운동이 나아갈 방향은?

“현장 중심의 활동이 기본이다. 현안 문제들에 대한 정책적 방향, 투쟁, 협상이 병행돼야 한다. 우리도 제도적으로 보완했던 것들을 잘 챙기지 못한 점도 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우리 것으로 만들고 실천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한국노총에 업종별위원회 설치를 필두로 연대의 틀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연대의 기틀이 없어서 각개전투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나 운수물류 등 유사 산업별로 업종별위원회를 구성해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가동되면 유사산별의 통합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