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노조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하는 노조
시니어노조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하는 노조
  • 임성봉 기자
  • 승인 2014.09.0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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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구제절차도 모르는 현실 바꿔내야
은퇴 준비 시기 감안해 조합원 기준 50세로
[인터뷰 5] 박헌수 시니어노조 위원장
ⓒ 한국노총

지난 6월 2일, OECD가 발표한 ‘실질적 은퇴연령과 공식 은퇴연령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은 실질은퇴연령이 71.1세로 멕시코(72.3세) 다음으로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71.1세까지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은퇴 이후 장년층에 대한 일자리 대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정부가 아직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장년층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이런 문제를 보다 못해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전국시니어노동조합이다. ‘시니어의 문제는 시니어가 해결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이 노조는 50세 이상의 현역 및 은퇴자 조합원으로 이뤄져 있다. 시니어노조는 그 상징성을 드러내기 위해 ‘노동절’에 창립총회를 열고 ‘어버이날’에 노조설립신고필증을 받았다. 출범 3개월을 맞은 지금, 조합원이 벌써 560여 명에 이른다. 시니어 노조의 박헌수 위원장을 만나 시니어들의 고민과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니어 노조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먼저 시니어노조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로는 ‘시니어를 위한 사회복지제도’ 개선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은퇴 후에 오롯이 은퇴생활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 계속해서 일을 찾아야 한다. 정년 이후, 즉 제2의 인생을 국가나 사회가 책임져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연구하고 개발해,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다.

두 번째로는 ‘현장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 구제’다. ‘근로조건을 개선하자’는 부분은 둘째 치더라도, 시니어 노동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보호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조합원들 중 상당수가 경비원인데 노동절에 유급휴가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세 번째는 바로 ‘은퇴준비’다. 현재 시니어 세대들은 실제로 은퇴준비를 한 사람이 별로 없다. 은퇴준비라는 게 1, 2년으로 되는 게 아니다. 10년, 20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나부터도 먹고 살기 위해 일만 하다 보니 정년이 됐는데, 갑자기 월급이 끊겨 막막했었다. 나랑 우리 동료들이 느낀 것은 ‘아, 이래서 은퇴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50세 이상 현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많이 받으려 하고 있다. 최소한 50세에는 은퇴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선배들의 경험을 전수해줌으로써, 상당 기간 전부터 자연스럽게 은퇴준비를 하면, 자연스럽게 제2의 인생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나이 들어보니 사실 50세도 많이 늦더라. (웃음)”

출범초기라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현재까지 재정은 100% 후원이다. 사무실 컴퓨터부터, 집기까지 전부 후원이다. 하지만 후원은 단기적이기 때문에 조합비가 중요하다. 시니어노조의 조합비는 한 달에 천 원으로 비교적 낮게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비록 천 원이지만, 조합원이 늘어나 만 명이 되면 천 만 원이다. 그 정도까지 올라가면, 조합만으로도 운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에게 조합원증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이에 대해 논의해봤는데, 조합원증을 신용카드로 만들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신청자가 천 명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이 카드를 발급하면, 노조에서 수수료 중 일부를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조합원들에게도 도움이 되면서, 노조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복지사업을 하려 한다. 필요하다면 한국노총을 비롯한 모든 조직의 도움도 받을 생각이다.”

시니어들이 실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일전에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일하는 한 조합원이 찾아왔다. 인력감축을 이유로 영업소를 줄이는 바람에 해고당했단다. 따져보니 부당해고였다. 그래서 내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라고 했다. 내가 여기서 놀란 게, 이 분이 지방노동위원회나 구제신청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는 정부가 운영하는 거라 믿음이 안 간다고 했다. 결국 내가 구제과정 전반에 걸쳐 도와줬다. 회사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선에서 적절히 합의를 중재했다. 굉장히 만족해하더라.

이런 일들이 지금까지 3건 있었다. 정말 놀랍게도 많은 시니어들이 이런 제도적인 부분에 매우 취약했다. 또 시니어들은 청년들과 달리 이런 문제에 있어 쉽게 포기하는 편이다. 기업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또 ‘정부가 하는 일을 믿을 수 있겠어?’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결국 시니어들은 자신들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어려움들은 우리가 충분히 도와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운동에서의 경험과 우리가 지닌 모든 네트워크를 활용할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중장년층이 은퇴 후에 일자리를 찾는 것이, 결국 청년층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청년 일자리와 시니어 일자리는 다르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시니어 세대가 청년 세대의 일자리를 뺏는 건 안 될 일이다. 우리가 더 어렵더라도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 결국 청년 세대가 바로 우리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시니어들도 일해야 할 이유가 많다. 우리는 누구나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는데, 여기에는 크게 3가지가 필요하다. 바로 적절한 생활비, 건강, 어울려 사는 삶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요소들은 사실 일을 하면 모두 충족된다. 일을 하게 되면 생활비를 벌게 되고, 건강도 챙기고, 인간관계도 형성된다. 결국 돈도 벌고, 보람도 느끼고 어울리면서 살 수 있다.”

ⓒ 한국노총

시니어노조의 궁극적인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한마디로 시니어노조는 시니어세대가 당면한 여러 가지 과제를 노동조합이라는 합법적인 조직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고 권익을 함께 신장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시니어 노조의 특징은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는 점이다. (웃음)

먼저 큰 사업 중 첫 번째 목표는 조직 확대다. 빠른 시일 내에 광역시·도 별로 지역본부를 설치하려고 한다. 또 ㈔산재장애인협회를 단체본부로 두고 있다. ㈔산재장애인협회의 규모는 전국 시·도별로 2,000명 정도 된다.

그리고 두 번째가 정책개발 및 추진이다. 곧 정책개발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인데, 2명의 박사가 이번 워크숍에서 재능기부를 해주기로 했다. 이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정책을 연구할 계획이다.

세 번째로는 앞서 말했던 복지사업이다. 기본적으로 자금이 있어야 운영을 할 수 있으니 이 부분도 다각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