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공포 가져온 ‘에볼라 바이러스’
전염병 공포 가져온 ‘에볼라 바이러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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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 극심한 고통 겪다 대부분 사망…“잘 몰라서 더 두렵다”
공기·물 등으로 전염 없어…‘판데믹’ 우려 적다

판데믹(pandemic).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환절기에 유행하는 가벼운  감기는 그리 멀리 퍼지지 않지만, 어떤 전염병들은 전 세계를 뒤집어 놓기도 한다. 2003년 중국에서 일어난 ‘사스(SARS)’나 2004년 발생한 ‘조류독감’, 2009년 나타났던 ‘신종플루’ 등이 대표적이다. 교통수단이 발달해 전 세계가 한층 가까워지면서 치사율 높고 전염성 큰 질병들은 전 지구를 긴장시켰다.

▲ 에볼라 바이러스 ⓒ WHO
최근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도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아직 아프리카 국가에서만 발생했다지만 전염 속도가 빠르고 사망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판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대처법을 개발해두는 게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고열, 지독한 두통, 구토, 견디기 힘든 복통, 혈변, 탈수증….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면역세포가 계속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해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감염된 세포가 출혈을 일으키면서 간과 신장 등 내장이 손상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이런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던 감염자들이 손쓸 틈도 없이 사망한다는 점이다. 치사율이 무려 90%에 이른다. 올해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240명, 사망자는 1,229명이다(8월 20일 기준). 감염자 절반이 이미 목숨을 잃었는데, 아직 이 전염병의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뚜렷하게 효과가 입증된 예방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우리는 어째서 이 바이러스가 이처럼 활개 치도록 내버려 둔 것일까.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여겨 대응책 미비

에볼라 바이러스가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전문가들도 파악하고 있었다. 1976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밀림 마을에 처음 출현한 이 바이러스가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다 몰살시킨 게 잘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지금처럼 많은 감염자와 희생자를 낸다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잠복기에는 전염이 일어나지 않고, 증상이 시작되면 앓아눕기 때문에 전염성이 낮다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아프리카에서 수시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도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간주해 세계적인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전염병을 일으킨다’고 알고만 있고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올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한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여기에 대응할 형편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빈곤한 나라에서 내전이 계속되자 공중보건이나 의료체계가 붕괴된 것이다. 맨 처음 감염된 사람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 등 야생동물을 사냥하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후에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를 진단하고 치료하거나 격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의료진까지 감염돼 죽고 말았다. 의료진을 못 믿는 주민들이 환자를 빼돌려 주술사에게 치료받게 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확산됐고, 전통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며 환자를 씻고 만지면서 또 다른 감염자가 생겼다.

공기 전염 안 돼…자연 숙주 못 찾아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음식이나 물을 통해서도 퍼지지 않는다. 2009년 대유행한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염될 뿐 아니라 독감 바이러스 중에서도 전염성이 유독 뛰어난 변종이라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은 주로 환자의 피나 대변, 소변, 침, 정액 등이 상처 난 피부나 점막에 닿으면서 이뤄진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시신을 가족이 맨손으로 수습하는 장례풍습이 있어 에볼라 바이러스가 더 널리 퍼지게 됐다.

잠복기에는 전염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판데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에도 전염이 활발해 세계로 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날 때부터 치료나 격리를 하면 되므로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다.

이처럼 유리한 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Natural Reservoir)를 아직 못 찾았기 때문이다. 자연 숙주는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오랫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주변으로 전염시킬 수 있는 동물을 뜻한다. 광견병은 너구리와 여우, 박쥐 등이 자연 숙주이고, 조류인플루엔자의 자연 숙주는 철새가 된다.

그런데 에볼라 바이러스는 발견된 지 40년이 다 돼 가도록 자연 숙주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1976년 당시에 쥐와 벼룩, 모기, 박쥐 등을 뒤졌지만 에볼라 바이러스를 찾지 못한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자연 숙주로는 과일박쥐가 지목되고 있기는 하다. 이들이 원숭이나 영양 같은 야생동물을 감염시켜 죽게 만들고, 사람이 이들 짐승에 접촉하면서 감염된다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가설이다.

그나마 이번 사태로 전 세계가 긴장하면서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게 반가운 소식이다. 의료봉사를 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두 명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신약 Z맵(ZMapp) 덕분에 호전된 것이다. 아직 이 약의 효과를 장담하긴 어렵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에 맞설 무기가 생긴 건 정말 다행이다.

결국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는 아프리카 땅에서 생기는 문제도 결국은 지구촌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 아프리카 풍토병이라고 덮어뒀다가는 온 인류에게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지구별에 사는 모든 이를 위한 따뜻한 과학기술이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