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누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4.09.0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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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모 smpark@laborplus.co.kr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방문한 4박5일 동안 지워지지 않을 만한 감동을 남겼다. 평소에 낮은 곳으로 향할 것을 끊임없이 강조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방문 기간에 자신의 말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값비싼 호텔이 아닌 주한교황청대사관의 좁은 침실을 숙소로 이용했고, 화려한 의전차량 대신 소형차인 ‘쏘울’을 이용했다. 대전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전용 헬리콥터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물리치고 KTX를 이용했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따뜻하게 품은 교황의 마음씀씀이는 온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교황은 방한 기간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여러 차례 만났고, 떠날 땐 실종자 가족에게 편지를 써 직접 찾아보지 못한 미안함을 대신했다.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하던 교황은 한 달 넘게 단식하고 있던 김영오 씨를 보고 차에서 내려 그의 손을 꼭 쥐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사고 이후 넉 달이 되도록 진상도 밝히지 못했고, 후속대책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아픔도, 목숨을 건 그들의 호소에도 무관심하다. 유가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기는커녕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계산하기에 급급했다. 단식하고 있는 유가족에게 노숙자 같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의 모습은 교황이 보여준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교황이 세월호 문제를 비롯해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줄 수는 없다. 그건 교황의 할 일이 아닐뿐더러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 다만 그런 문제들로 인해 고통을 받은 이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위로할 수 있을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우리나라의 몫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야의 정쟁을 보면 문제를 풀 의지가 있기나 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자신의 입으로 특별법을 제정하겠노라고 약속했으면서도 여야의 정쟁 뒤로 숨어 한 마디 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여당은 그런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고, 야당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따지려는 건 아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이, 여야의 주장은 다 그럴 듯한 말로 포장돼 있다.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이나 더 길어지면 어느 것 하나 이룰 수 없으니 미흡하나마 특별법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야당의 주장은 다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 중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진정성이다. 직접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교황이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진정성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은 자신의 말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줌으로써 진정성을 보여줬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진정성이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진정성을 보여줄 때 정치지도자들은 냉소의 대상이 아닌 존경받는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