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당연한 일입니까?
무엇이 당연한 일입니까?
  • 박상재 기자
  • 승인 2014.09.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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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sjpark@laborplus.co.kr

매일 아침 현관문을 나서며 부랴부랴 찾는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담배입니다. 간밤에 채워 넣지 못한 니코틴을 충전하는 ‘아침 의식’을 거행해야 비로소 하루가 시작됐음을 느낍니다.

그런데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정부의 금연 정책 때문입니다. 생각 없이 담배를 피우다 고개를 돌려보면 마주하는 금연 스티커. 이를 피해 조금 더 걷다 보면 금연 거리.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인적 드문 골목으로 들어가 담배를 피우다 보면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이렇게 까지 담배를 피워야 하나 싶어 ‘이 참에 금연할까?’ 생각할 때도 있지만, 일단 그것도 한 개비를 더 꺼내 물며 차차 생각하기로 합니다.

길에서 담배를 꺼내 물어도 되고, 공공 화장실에 담배 연기가 가득하던 시절, 이를 ‘잘못된’ 행동이라 지적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저 당연한 일이었고, 연기가 싫은 사람이 참거나, 피해가는 것이 ‘옳은’ 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던 중 ‘당위’가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혐연권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이나 사생활의 자유 등뿐 아니라 건강권과 생명권에 대해서도 인정되므로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며 합헌판정을 내렸고, 이후 정부에서도 공격적으로 금연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렇게 공공 화장실은 물론 술집, PC방 등 대부분의 공공장소가 금연 구역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혐연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 비로소 깨닫습니다. 이 세상에 ‘당연한’건 없었다는 것을, 묻지 않기에 그저 묻혀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금연 정책은 다시 한 번 재검토돼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금연 정책이 미흡했던 시절의 향수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라, 흡연권 대신 혐연권이 세상의 당위로 굳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재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혐연권이 신장될수록 흡연은 점차 ‘사회악’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합법적인 유통 과정을 통해 대가를 지불하고 획득하는 ‘기호품’ 담배가 대통령이 말하는 4대 ‘사회악’도 아닌데 이런 처우를 받다 보니, 흡연자들은 “차라리 팔지를 마라” (정말 그것을 바라는 건 아닙니다만) 불만을 토로하며 오늘도 조용히 후미진 구석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누구도 문제 제기 하지 않았던 틀을 깨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 자리를 또 다른 당위로 채워선 안 됩니다. 혐연권과 흡연권의 균형을 위해 금연 구역의 점차적인 확대와 함께 ‘분리형 금연정책’이 자리 잡아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212개 지자체에서 943개의 실외 흡연공간을 설치해 원한다면 찾아갈 수 있는 흡연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흡연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입니다. 흡연이라는 행위 자체가 비난받는 사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올바른’ 흡연을 할 수 있는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이를 통해 혐연권과 흡연권 모두가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형성되길 희망합니다, 라고 장황하게 썼지만, 결국 ‘골초’의 푸념이 된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