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괴물’이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괴물’이 되었다
  • 임성봉 기자
  • 승인 2014.09.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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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임 병장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사회가 소란스럽다. 언론은 군내 부조리를 들추기 위해 혈안이 됐고, 이를 돕기라도 하려는 듯 새로운 사건은 계속해서 터져 나온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28사단은 이미 북한의 공격보다도 맹렬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비단 28사단만의 일일까.

아니, 더 확장시켜 보자. 이 문제가 비단 현역 군인들, 군부대만의 일일까. 사실 폭력적인 군대문화는 이미 사회 곳곳에 암세포처럼 퍼져있다. 지금껏 2년 이상 군대문화를 몸에 베어온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이 사회에 나와 자연스레 군대문화를 조직에 뿌리내리는 것이다. 군대문화가 무서우리만치 공고히 구조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상명하복을 최고의 조직문화로 인정해 온 대한민국 기업들이 몇 해 전부터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며 야단이다. 프로젝트 별로 팀을 꾸렸다 해체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수평적 조직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윗사람을 대할 때 있어, 극히 저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물론 당신이 ‘윗사람’이라면 ‘아랫사람’에게 깍듯한 태도를 원할 테다(말로는 ‘나는 수평적 관계를 지향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 생각이나 주장에 반박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면, 나오는 말이 있다. ‘군대까지 갔다 온 놈이 도대체 왜 그래?’ 따위의 말이 그것이다. 폭력적 의사소통과 억압이 ‘군대’를 통해 합리화 되는 것이다.

깊게 뿌리 내린 유교문화에 더해진 군대문화는 그야말로 괴물이다. 이 괴물 앞에 놓인 우리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끝까지 괴물에 맞서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우, 괴물에게 순응해 폭력을 피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자유를 쟁취하는 경우보다, 폭력을 피하거나 괴물이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아마 99% 가까이 될 테다. 또 괴물에게 순응해 폭력을 피하는 경우, 후에 괴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일병을 괴롭힌 이 병장 역시 과거 폭력에 맞섰던 1%였다. 그러나 괴물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괴물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괴물이 되면 많은 것들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괴물이 된 99%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 역시 폭력적인 군대문화의 피해자다. 폭력을 사회에 심어 놓은 이들은 국군의 수뇌부다. ‘군부대 기강 확립’을 이유로 부조리를 방관하고 방치한 이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사건이 터지면 은폐하고, 혹여나 탄로 나면 ‘때우기 식’ 처방만 일삼은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괴물이다. 이들의 손에 의해 폭력의 문화는 군부대의 담을 넘지 못하고, 더 많은 괴물을 낳게 된다.

국군이 이 땅에 태어난 지 65년도 넘었다. 딱 그만큼, 폭력의 역사도 함께 써진 셈이다. 이제는 폭력의 대물림을 끊을 때가 됐다. 내 동생, 내 아들, 내 손자, 내 후손들이 괴물이 되기를 원하는가. 99%의 반격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