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를 ‘신뢰할만 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꿈”
“중노위를 ‘신뢰할만 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꿈”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4.10.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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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공감으로 바꾸는 노동위원회 만들 것
노사관계 대전환 위한 돌파구 마련되었으면
[기획인터뷰 1] 박길상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박길상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박길상 위원장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노동부 근로기준국장, 고용정책실장, 차관을 거쳐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후 꽤 오랜 세월 야인 생활을 하다 다시 복귀한 후 1년이 흘렀다.

박길상 위원장은 노동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 인사들로부터 야인으로 지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얘기들이 종종 들릴 정도로 관료 기간 내내 좋은 평을 받아왔다. 다시 돌아온 지 1년, 박길상 위원장은 중노위가 ‘마지막 직장’이라고 했다. 그리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신뢰’와 ‘이해’를 입에서 놓지 않았다. 직접 조정에 참여해 이해 당사자들간의 조정자 역할을 즐기는 중노위원장. 박길상 위원장의 1년 소회와 남은 기간 동안의 계획을 들어봤다.

노동위원회 60년, 신뢰 받는 환경 만들 것

마침 어제(9월 16일)로 취임 1년을 맞이하셨습니다. 고용노동부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행정업무를 했고 지금은 심판·조정을 하는 중앙노동위원회로 오셨습니다. 지난 1년의 소회는 어떠신가요.

“한참 쉬다가 다시 일하게 된 것이니 참 영광이고, 뜻 깊은 일입니다. 특히 올해가 중노위 출범 60년 되는 해인데 그런 의미 있는 시기에 일 하게 되어서 그 자체가 뜻 깊은 일이죠. 막상 1년 동안 일하고 보니, 지난 60년 동안 업무가 많이 늘었더군요. 당초에는 부당노동행위 구제하고 노동쟁의 조정하는 업무를 담당했는데 지금은 복수노조, 차별시정 등의 종류들이 늘고 업무량도 늘면서 인적·물적 인프라가 잘 정비가 안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노·사·공익 위원들, 조사관들이 최선을 다하고 고생하고 있습니다.

중노위에 와서 외부에서 노동위원회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단순하지 않구나 하는 점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불신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노·사·공익 위원, 조사관들이 노동위원회를 움직이는 양대 축인데, 이 분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제도적으로 정비할 사항들이 많이 누적되어 있는데 그런 사항들을 개선해서 이분들이 의미 있게,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만 노동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높아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년이 지났네요.”

고용노동부에서 행정업무를 하셨는데, 조정·심판업무는 그전과 어떤 차이들이 있습니까.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서울지노위원장을 한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노동관련 행정과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결국은 나와 생각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을 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은 공통된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노동행정에서 하던 업무의 성격과 조정·판정의 성격이 다르지 않습니다. 노사 양측을 상대로 노사분쟁을 조정하고 판정하다 보면 뜻대로 안 되는 사항, 일하다보면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 사람에 대해서 끝까지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 공감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노사 양측도 자기 뜻대로 결과가 안 나오더라도 노동위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고 신뢰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담당하는 직원 스스로가 그 일이 보람되고 의미 있다고 자긍심을 느끼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신속하되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위원장께서 생각하시는 노동위의 핵심적인 역할과 과제는 무엇입니까.

“노동위의 설립취지에 나타나 있지만, 산업사회에서 여러 가지 노사분쟁이 발생하는데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정하고 판정하는 것이 그 역할이죠. 당사자, 특히 근로자나 노동조합에게 적은 비용, 짧은 기간 내에 분쟁을 해결한다는 측면이 강조되어야 하고, 법원이나 사법부와 달리 준사법적 행정위원회로서 신속성이 강조되더라도, 근본은 정부기관이어야 하는 것이니 노사 양쪽의 입장을 고려하고, 그 중간에서 중립적이고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각종 노사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정하고 판정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입니다.

문제는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일을 하는 사람, 즉 노·사·공익, 3자 위원들이 당사자들에게 신뢰를 받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경륜도 필요하고 전문성, 신망이 필요하죠. 학계나 정부기관 등에서 당사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로 노동위를 구성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요. 중노위도 지난 8월에 지금 일하시는 분들 임기가 끝났어요. 지금 새로운 분들이 오셔야 하는데 학계에서 경륜도 있고 신망도 있는, 노사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을 모시기 위해서 직원들이 많이 애씁니다. 아직 작업이 끝난 게 아니니 그런 노력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두 축의 인적차원 중에서 다른 한 쪽은 조사관입니다. 위원 분들은 전부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입니다. 교수님, 노동조합,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결국은 노동위에서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내기가 어렵다는 거죠. 한 사건에 한 시간 정도 판정회의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충분히 심문이 이뤄지고 판정을 위한 기본적인 작업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사관들의 역할이 중요한 거죠. 사실관계를 사전에 조사하고 양쪽에서 제출한 증거자료들을 정리해서 공익위원들이 사건을 쉽게 파악하고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겁니다.

과거를 보면 조사관들이 짧게 2, 3년 근무하고 바뀌고 이러니 전문성이 축적이 안 되는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조사관들을 어떻게 오랫동안 근무하게 만들고,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게 할 것이냐가 중요한 고민이고, 일을 하는데 제도적으로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신속하고 공정한 조정·판정을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과제는 결국은 노사 당사자에게 신뢰를 받아야 하는 거예요. 어떻게 신뢰를 높여나갈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죠. 작년에 취임한 후 노동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조사 당사자들의 신뢰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를 계속 고심하고 의견을 듣고 있는 중입니다.”

노동부와 한 지붕 두 가족? 걱정 않게 하겠다

최근 들어서 오랜 시간동안 단절되었던 노사정 대화가 다시 시작이 되었는데, 한국 노사관계의 향후 방향에 대한 위원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 영역은 노동문제, 노동행정에 관심을 가지거나 일했던 사람이면 개인의 생각이 없을 수가 없죠. 공식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노동위원회 영역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공식적인 입장을 떠나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 드리면, 풀어야 할 문제들이 쌓여 있지 않습니까. 임금부터 제도, 근로시간, 일자리 문제 등등 우리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과제죠. 노사관계를 보면 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많은 시간들이 흘렀는데, 지금이야 말로 그런 중요한 과제들을 접근하고 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을 다들 알고 있는데, 문제는 이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찾는 과정에서 힘든 거 아니겠어요. 제 자신도 일반적인 이야기 밖에 드릴 수 없는데, 뭔가 대전환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노사정 대화 창구도 8개월 만에 복원이 된 것이니, 대전환을 위한 돌파구가 되어 줬으면 합니다.

노사관계나 노정관계에서도 그렇겠지만, 대전환의 계기를 자꾸 마련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위해서는 결국 신뢰가 중요합니다. 노동문제를 비롯한 각 분야에 시대가 요구하는 신뢰관계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노사정, 학계 포함해서 모든 분들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만이라도 신뢰관계가 복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게, 개인적 경험으로 2004년에 주5일제 도입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해 냈는데, 그때 노사정 대표들이 국회 환노위에서 밤을 새어가며 논의를 할 때 큰 방향은 맞는데 구체적인 합의는 안 될 것이라고들 했어요. 그런데 당시 환노위라는 장을 통해서 했지만, 노사정 간의 신뢰가 쌓여가면서 합의가 이뤄지고 그 합의를 바탕으로 법이 통과된 것 아닙니까. 그런 것들을 통해서 돌파구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용노동부와 함께 중노위도 세종시로 옮겨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습니다. 노동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고용노동부와 노동의 법원 역할을 하는 노동위가 한 지붕 아래 있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걱정이 많고, 이 분야에서 일했던 원로 분들이 많이 걱정을 하시더군요. 저도 걱정이 되죠. 노동위원회의 설립 취지나 기능을 볼 때 고용노동부와 같은 건물에 있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합니다. 다른 공간을 사용했으면 했는데, 이것은 세종시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 확고하고, 되돌릴 수 있는 여지도 없는 결정이 됐고 일이 이미 진척됐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더군요. 작년 12월에 이사를 와서 9개월째죠. 다행스러운 점은 이사 오면서 많은 걱정을 했는데, 걱정에 비해 정착이 되고 있고 노사위원들이나 심판위원회, 조정위원회에 참석하시는 위원들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많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런 문제의식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지내는 것도 큰 문제는 없겠다는 상태라고 생각이 돼요.

사무실, 물적 여건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핵심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있으면 판정·조정의 공정성이나 신뢰에 대한 걱정이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그런 의혹이나 우려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런 건 없습니다. 특히 제가 부임하고 나서는 업무적으로는 설립취지대로 노동위원회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스스로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입니다. 각 사업장에 대한 조정이나 판정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가 법의 취지에 따라서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신이 정착되고 확고하게 외부에 인식이 되면 물리적 공간을 같이 쓰는 것에서 파생되는 우려들은 자연적으로 해소되지 않을까 합니다.”

1년 임기를 지내셨고, 이제 2년의 시간이 남았는데, 남은 기간 동안 위원장께서 꼭 이루고 싶은 바는 무엇인가요.

“다른 것은 없고, 마지막 직장인데 정말 잘하고 싶어요. 하루하루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예전과는 또 다른 것 같아요. 딱 한 가지로 압축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이제 임기가 1년 지났고 2년 남았고, 2016년 9월 13일이 퇴임식입니다. 퇴임식 날짜를 매일 생각합니다. (웃음) 떠나고 나서 임기 동안, 3년 동안에 노동위원회가 노사 당사자나 국민들이 보는 관점에서 ‘신뢰가 한 단계 높아졌구나’ 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꿈입니다. 그러면 제가 생을 마감할 때 기분이 좋을 거 같아요. 6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시점에 제가 있는데, 노동위원회 하면 ‘신뢰할 수 있는 곳이다’ 라는 말을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경총, 학계 등지에서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