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경제력이 자녀 평생 경쟁력을 좌우한다
부모 경제력이 자녀 평생 경쟁력을 좌우한다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4.10.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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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 지출은 OECD 최선두 … 교육투자 효율성은 급추락
2015 최저생계비 2.3% 인상 … 2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
[기획] 숫자가 만난 한국사회의 쌩얼 (2)

재력가 조부모가 손주 학비를 지원하면 면세하는 법안이 추진 중이다.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평생의 경쟁력이 되는 학벌중심의 한국사회에서 교육 양극화를 국가가 나서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물음표를 던진다.

2015년 최저생계비 인상률은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치다. 중위소득대비 최저생계비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2003년 41%에서 2013년 36%로 감소했다. 숫자는 묻는다. 서민의 정부인가? 부자의 정부인가?

경제성장 멈춰도 교육비 지출은 상승

지난 8월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성장과 교육의 공정경쟁’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 경제는 지난 15년간 성장률의 추락이 이어졌다. 수십 년간 8%이상 성장을 유지했는데, 외한위기 이후 급격히 하락해 2013년에는 3%대에 머물렀다. 경제성장은 멈추었지만 크게 상승한 부분이 있다. 교육비다. GDP 대비 교육비 지출은 1990년 4.7%에서 2010년에는 7.6%로 증가했다. 이는 2010년 7.3%를 기록한 미국과 선두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의 경우 사교육비를 포함할 경우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김 교수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확대 되어온 부모들 간의 경제력 차이가 학생들 간 겉보기 인적자원의 차이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부모세대의 경제력 차이가 커진 작금에는 겉보기 인적자본이 더 이상 진짜 인적자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치장법에 의해 크게 좌우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진짜 인적자본은 학생 혹은 노동자가 지닌 실제 능력이고, 겉보기 인적자본은 스펙, 수능 시험 성적처럼 근본 능력과 별 관계없는 치장법을 말한다.

한국의 교육투자의 효율성 추이는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다. 치장은 화려한데 실속은 없다는 말이다. <그림1 참조>

SKY 진학률 강남구가 구로구의 20배

일반고등학교의 1년 학비는 200만원 후반이다. 일반고 학비의 3배 정도인 자사고, 외고, 국제고, 예술고가 30개 이상이 있고, 학비가 2000만원이 넘어 일반고의 7배 이상 되는 학교도 있다. 비싼 학비를 들여 특수고를 가는 까닭은 뭘까?

2014년 최초 합격을 기준으로 서울시 일반고는 100명당 0.6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서울시 외고는 100당 10명, 과학고는 100명당 41명이 합격해 일반고에 비해 15~65배에 달한다. <그림2 참조>

김세직 교수는 ‘확률적으로 보아 등록금이 비싼 특수고에 간 학생들은 나라 전체학생을 통틀어서 가장 진짜 인적자본이 뛰어난 학생들이 아니라, (사회적 배려자 학생들을 제외하면) 일반고의 3배~7배 이상 되는 학비를 낼 수 있을 만큼 “부유한 학생들” 중 즉 전체 학생들 중 일부 작은 비중의 학생 중에서 진짜 인적자본이 뛰어난 학생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반고 내에서도 서울 강남의 일반고 학생들은 서울의 타 지역 일반고보다 스카이(SKY) 대학에 들어갈 확률이 현저히 높은 걸로 나타났다.

서울시내에서 강북구, 금천구, 구로구의 일반고에서 각 100명당 0.1명, 0.2명, 0.2명인데 비해 강남구의 일반고에서 확률은 무려 그 10배에서 20배에 달하는 100명당 2.1명에 이른다. <그림3 참조>

빚에 허덕여도 교육비는 팍팍

겉보기 인적자본을 갖추려면 부모의 경제력이 중요하다. 어느 지역에서 사느냐, 어느 고등학교를 다느냐는 곧 어떤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느냐로 직결될 수 있다. 학력중시 풍조는 한국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다.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가구들조차도 자녀교육에 많은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교육 빈곤층은 부채가 있고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평균보다 많은 교육비 지출로 빈곤하게 사는 가구를 말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 구조 분석’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교육 빈곤층은 82.4만 가구이며, 가구원은 305만명에 달한다. <그림4 참조> 고소득층의 평균 교육비는 154.9만원이고, 중산층은 91.2만원, 저소득층은 55.1만원이다. 교육 빈곤층은 평균 313만원을 벌어 381.5만원을 지출해 소득의 22%에 달하는 68.5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가구의 과다한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내실화와 교육재정의 확충이 지속되어야 하고, 아울러 학력사회에서 능력사회로의 전환될 수 있는 체제를 꾸준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8월 2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4년도 수능분석 결과 발표’를 하며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교과서 등을 이용하여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일수록 수능 성적이 높음’이라고 발표했다. 과연 이 분석에 고개를 끄덕일 학부모나 학생이 얼마나 될까?

교육 빈곤층이 늘어서 일까? 9월 14일 조부모가 손주의 교육비로 쓰도록 재산을 물려줄 경우 1억원까지 면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지금은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하는 경우 성인은 3000만원, 미성년자는 1500만원까지만 과세가액에서 제외돼 비과세된다. 또 조부모가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녀에게 곧장 물려주는 ‘세대 생략 증여’의 경우에는 증여세가 30% 할증 부과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종전과 최대 8500만원까지 증여세 비과세 대상이 늘어나는 셈이다. 결국 고소득층의 부의 대물림을 쉽게 해주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주민세, 담배세 인상 문제로 서민의 호주머니만 터는 증세라는 비판이 거세다는 걸 체감하지 못한 듯하다.

가계대출 1000조 시대…2분기 6.5% 증가

교육 빈곤층을 알아본 김에 가계 살림을 살펴보자.

9월 5일 한국은행은 ‘2014년 7월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가계대출은 5.7조원이 증가하여 전년동기대비 6.5%가 늘었다. 예금은행대출은 3조원이 증가했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은 2.7조원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3.9조원이 늘어 압도적이다. <그림5 참조>

그럼 가계 빚의 총액은 얼마나 될까? 2014년 2분기 가계대출은 982.5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0.4조원이 늘어나 6.2%가 증가했다. 멀지 않아 1000조원을 넘길 예정이다. 신용카드나 할부금융 등 판매신용을 포함하면 가계신용은 이미 1040조원이 넘어섰다. <그림 6참조>

2015년 최저생계비 인상률…2000년 이래 최저

통계청이 8월 22일에 발표한 ‘2014년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은 415만2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8% 증가했다. 하지만 1분기 440만3000원에 비해서는 25만 원가량이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1.1% 증가했다. 이는 취업자 수와 임대소득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소득증가율보다 소비증가율이 높았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7만8000원으로 전년동년대비 3.1%가 증가했다. 실질소비지출은 1.5%다. 소비지출도 지난 1분기에 비해서는 줄었다.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5만3000원으로 17만원가량이 줄었다. <그림7 참조>

가계소득을 살필 때 잊어서는 안 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저소득층이다. 8월 29일 보건복지부는 2015년 최저 생계비를 4인 가구 기준 2.3% 인상된 166만8329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생계비 결정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각종 복지대상자 선정 및 급여의 기준으로 활용되어, 빈곤 해소와 양극화 해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2015년 최저생계비 발표를 보면 빈곤 해소와 양극화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한국의 최저생계비 상승률은 중위소득 상승률보다 낮다. 상대적 빈곤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빈곤에서 탈출할 기회가 되지 못하고 상대적 박탈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 4인가구의 중위소득 대비 최저생계비 비율은 2003년에 41%였는데, 2008년에는 38%, 2013년에는 36%로 감소하고 있다.

최저생계비 2.3% 인상은 2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2014년 최저생계비 인상률은 5.5%였다. <그림8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