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마무리, 맥주 한 잔!
하루의 마무리, 맥주 한 잔!
  • 임성봉 기자
  • 승인 2014.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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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뿐인 나만의 맥주, 만들 수는 없을까?
이제는 적은 돈으로 집에서 만들어 마신다
[일.탈_ 나만의 힐링을 공개한다⑩] 맥주 만들기 동호회
ⓒ 임성봉 기자 bong@laborplus.co.kr

고된 하루를 끝내고 우리가 향하는 곳은? 그렇다, 바로 맥주집이다. 고된 노동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기 전, 동료와 함께 마시는 맥주 한 잔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톡 쏘는 청량감, 고소한 보리향, 거기다 시원함까지, 누가 이 삼박자가 두루 갖춘 맥주를 싫어하겠는가.

하지만 최근에 와서 ‘맥주 맛’에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모양새다. 정확히 말하면 ‘국산 맥주의 맛’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맥아 함량이 적어 진정한 맥주의 맛을 내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다양한 맥주를 마셔본 사람들은 한국 맥주는 맥주로 취급하지도 않는단다.

하지만 해외 맥주에 종류가 많고, 맛이 좋다 하더라도 내 마음에 쏙 드는 맛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에는 직접 맥주를 만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명, 크래프트 비어가 한국에 상륙한 것이다.

맥주의 깊고 진한 역사

맥주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때부터 시작됐다. 의술과 양조술을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술이라고 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즐기는 형태의 맥주가 보편화된 건 독일의 빌헬름 4세가 맥주의 품질 향상을 위해 1516년에 맥주 순수령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즉 보리, 홉, 물 이외의 성분으로만 맥주를 만들게 된 것이다.

유럽의 질 좋은 맥주가 세계시장을 점령하던 가운데, 이번에는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에 홈브루잉(자가맥주제조)을 허용하면서 미국 맥주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집에서 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되자, 미국의 맥주마니아들은 다양한 맛의 맥주를 만들어낸다. 일명, 크래프트 비어가 유럽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유럽이 일부 역사가 깊은 대형주조장에 서 맥주를 생산했다면, 미국의 크래프트 비어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다양성을 무기로 삼았다. 유럽이 질서정연한 정규군이라면, 미국은 점조직 형태의 게릴라 부대였던 셈이다. 하지만 2000년대를 맞이한 지금, 유럽의 많은 양조 기술자들은 미국의 크래프트 비어를 배우기 위해 미국을 찾고 있다. 콧대 높던 유럽에게 미국이 위협적인 라이벌이 된 것이다.

ⓒ 임성봉 기자 bong@laborplus.co.kr

한국에서의 맥주역사는 일제 강점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가호호 양조술을 갖고 있던 우리 선조들은 일본의 양조금지정책으로 더 이상 집에서 술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일본의 양조금지는 쌀 한 톨도 뺏어가기 위해서였다. 결국 일본은 자신들이 허가한 곳에서만 양조를 하게 되는데 이때 세워진 양조장이 오리엔탈 브루잉 컴퍼니Oriental-Brewing-Company), 일명 OB다. 그렇게 시작된 일제의 양조금지정책은 광복 후에도 계속돼 80년대에 이르러서야 법이 개정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자가양조를 허가한 건, 2000년대 초반.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에게 우리에게도 다양한 주류문화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했다. 이후 해외로 유학을 갔던 학생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해외맥주와 해외의 자가양조술을 알리면서 우리나라에도 크래프트 비어 문화가 알려지기 시작한다.

맥주, 균을 이용해 만든다고?

지난 10월 14일, 자가양조술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맥주 만들기 동호회(맥만동)’의 이형 운영자를 만나봤다. 40대 초반의 이형 씨는 자가 맥주를 만든 지 6년 된 베테랑이다. 직업은 임상병리사 겸 사내CS강사. 재밌게도 그의 일과 취미는 ‘균’으로 엮여있다. 차이라고는 병원성 균을 다루느냐, 비병원성 균을 다루느냐의 차이다. 병원에서는 병원성 균을, 맥주에서는 비병원성 균을 다루는 것이다.

맥주를 만드는 데 균을 다뤄야 한다고 하니, 듣기만 해도 벌써 어려운 느낌이 팍팍 난다.하지만 이형 씨의 설명에 따르면 맥주 만드는 방법은 식혜(?)를 만드는 방법과 거의 똑같다고 한다.

“동서양은 예부터 보리를 사용하는 게 비슷했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리나라 식혜에 사용하는 엿기름은 보리를 발화해 만든다. 보리를 발화하면 싹이 1센티 정도 나는데, 거기서 건조시키면 발화가 멈춘다. 그걸 그대로 빻은 게 식혜의 엿기름이다. 우리 어머니들이 하듯 그걸 뜨거운 보온밥솥에 넣어서 당화시켜서 마시는 게 식혜고, 식혜에 홉을 넣고 끓인 게 맥주다. 말하자면 식혜로도 맥주를 만들 수 있다. 식혜에 홉, 아니면 효모만 넣으면 맥주가 된다”

▲이형 맥만동 운영자 ⓒ 임성봉 기자 bong@laborplus.co.kr

요즘은 해외맥주회사에서 홈브루잉을 위한 재료도 잘 나와 초보자들도 쉽게 맥주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다. 특히 ‘원액캔’을 이용해 만들면 10분 만에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따라하기 힘들다 하는 경우에는, 공방에서 맥주 만들기를 체험해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각 지역에 공방이 많이 생겨, 약간의 비용만 가지고 가면 맥주를 직접 만들어 보고 맛 볼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원액캔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현재 시판돼 있는 원액캔이 굉장히 많다. 호가든, 필스너 등의 유명맥주회사의 이름으로도 원액캔이 나오고 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원액캔을 중탕에서 녹인 다음, 물 20리터를 넣어 잘 섞어준 후 효모만 넣고 발효 시키면 된다. 전체 과정은 10분 밖에 안 걸린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발효하는 데 1주, 병에 넣고 탄산화 시키는 데 1주, 숙성하는 데 2주, 그렇게 총4주면 음용이 가능하다. 성격 급한 사람들은 탄산화 과정만 마치고 마셔도 되지만, 그렇게 하면 정말 맛이 없다(웃음)”

국내는 맥주 종류가 너무 적어!

국산맥주 중 대표적인 맥주는 약5종류 정도다. 이 5종의 맥주가 맥주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맥주가 그리 다양하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특히 전 세계 맥주의 종류가 5,000종이 넘고 심지어 와인보다 많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국산맥주의 종류는 적어도 너무 적다.

해외여행이 많아진 요즘, 외국의 다양한 맥주를 맛 본 사람들의 입맛은 까다로워졌다. 톡 쏘는 맛의 라거 맥주에만 익숙해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양한 향과 맛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이러한 요구에 맞춰 맥주창고가 우후죽순 생기기는 했지만, 해외에서 맛 본 맥주가 아닌 흔히 볼 수 있는 병맥주뿐이었다.

결국 크래프트 문화를 접했던 유학생들이 뭉쳐 해외의 자가양조술을 한국어로 번역해 알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맥만동’의 창립멤버였다. 그렇게 이들은 홈브루잉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양조술을 무료로 공개했고, 한국 맥주에 질려 있던 마니아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2년 개설된 이 동호회 카페의 회원수는 이제 2만 5천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 와서는 점점 가파른 상승세로 회원 수가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이형 씨는 한국 맥주가 더 이상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다 보니,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일단 한국에 시판되는 맥주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 큰 이유다. 실제로 전세계에는 수천종의 맥주가 있다. 와인은 포도 하나로만 만들지만, 맥주의 경에는 보리의 종류도 많고 밀의 종류도 많고, 거기에 사용되는 홉의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순히 라거 종류만 팔고 있다.

특히 보리와 물, 효모, 홉으로만 만들어야 하는 맥주를 옥수수 전분을 이용해 만들거나 값싼 재료로 만들다 보니 맛도 없다. 그렇게 80년 간 한 종류의 맥주에 질린 소비자들이 조금 더 다양한 맥주를 찾고 있는 거다. 또 해외여행이 급속히 늘면서 해외맥주를 많이 마셔본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것도 한 이유다. 가령, 벨기에에서는 맥주를 농과주로 마신다. 사람들이 그런 걸 보면서 ”이런 게 진짜 맥주구나“하고 느낀 거다.
그런데 국내에서 맥주가 다양하게 시판되지 않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동호회 가입이 많아진 것 같다”

1인 1양조 기술

맥주 만들기 동호회에서는 다양한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12년째 열리고 있는 코리아 홈브루잉 콘테스트(Korea-Home-Brewing-Contest)와 함께, 최근에는 ‘나랏말싸미 맥주와 달아’라는 재밌는 이벤트도 열었다. 

▲ ⓒ 임성봉 기자 bong@laborplus.co.kr

외래어 일색인 맥주에 우리말 이름을 붙여주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행사다. 맥주 맛은 물론이고, 맛에 걸맞는 이름을 얼마나 잘 지었는지가 평가기준이었다. 심사에는 국립국어원과 한글문화연대가 함께 했다.

또 얼마 전에는 ‘Great Korean Beer Festival 2014’를 진행하기도 했다. 참가한 맥주업체만 25곳, 직접 홈브루잉을 하는 모습을 시연하는 등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크래프트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이다.

맥주 만들기 동호회의 최종목적은 국민들이 1인 1양조기술을 전수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이전 집집마다 갖고 있던 양조술의 개성이 다시 우리나라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다짐이다. 다만 소주나 막걸리가 아닌 한국 특유의 맥주로 세계와 겨루겠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맥만동을 통해 1인 1기술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맥만동이 궁극적으로는 일종의 테드(T.E.D), 테크놀로지,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포럼이 됐으면 좋겠다. 무료로 생각을 나누고, 레시피를 나누고, 양조 기술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양조기술을 얻어서 자기 삶의 또 하나의 기술, 즐거움으로 체득했으면 좋겠다. 참, 양조기술을 전수해 대한민국 모두를 고주망태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웃음)”

어느덧 인터뷰 막바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직장인에게 맥주란?

“아,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정말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인데(웃음). 나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오늘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말하면서 주는 선물이죠. 옥상달빛의 그 노래도 있잖아요. ‘수고했어 오늘도’ 이 노래 들으면, 정말 맥주가 마시고 싶어지거든요.

일전에 한 영화에서 기름때 묻은 한 노동자가 고된 일을 마치고, 쇼파에 앉아 맥주 한 병을 마시는 장면을 봤어요. 쇼파에 편하게 앉아서 앞에 있는 탁상에 발을 올리고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요. 그런데 이 모습을 보고 느낀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캬- 하는 소리는 나는데 말이죠(웃음). 기자님도 오늘 퇴근하고 나면 맥주 한 잔 하실 거죠?”

무슨 맛에 소주를 마시냐는 사람은 봤어도, 아직 무슨 맛에 맥주를 마시냐는 사람은 본 적 없다. 배불러서 마시기 불편하다는 사람은 있어도 말이다. 맥주는 여전히 우리에게 사랑받는 술이다. 하지만 맥주가 갖는 의미는 세상에 있는 직장인들마다 다를 터. 이 시대 직장인들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맥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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