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중독, 그리고 벽(癖)
습관, 중독, 그리고 벽(癖)
  • 참여와혁신
  • 승인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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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중독 다스리는 직종 유망해
치료와 함께 예방 관리하는 직업
오호영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
국민대학교 강사 / 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중독’이란, 습관성 질환으로 어느 한 가지에 빠져 그 행동을 반복함으로 인해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중독은 특정 행동의 반복과 스스로 그러한 행동을 중단하기 어려운 점에서 습관과 유사하나 그 행위의 결과는 크게 다르다. 즉, 똑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적절한 범위 내에서 자제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중독될 경우에는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고 결국 개인을 파멸로 이끈다. 마약, 담배, 알코올처럼 한번 습관을 들이면 강한 중독성으로 인해 쉽게 중단하기 어려운 행동은 특히 위험하다.

현대인들은 각종의 문명이기와 물질적 풍요로 인해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삶이 윤택해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개인용 컴퓨터, 핸드폰 등은 생활을 편리하게 바꾸었지만 청소년의 상당수가 거의 중독수준으로 빠져있고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의 정신을 갉아먹는 하나의 습관이 굳어져 거의 병적으로 집착하는 상태를 일컬어 벽(癖)이라 불렀다. 고려 문인 이규보는 ‘시벽(詩癖)’이 있어 ‘매일처럼 기름기와 진액을 다 짜내 없어질 때까지’ 시를 지었다. ‘금석벽(金石癖)’이라 자칭한 추사 김정희는 그 ‘벽’ 덕분에 북한산 진흥왕순수비를 판독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박제가는 “벽이 없는 자는 깊은 정도 없으니 사귀지도 마라”고 했다. 허균은 “세상에 그 말이 맛없는 자는 ‘벽’없는 무리들”이라고까지 했다. 어떤 분야가 됐던 고수(高手)가 되려면 벽(癖)이 있어야겠지만, 불나방처럼 무모한 중독은 피하고 볼 일이다.


ⓒ 대웅제약

중독치료전문가

일반적으로 중독하면 알코올, 니코틴, 마약과 같은 약물중독을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도박, 인터넷(게임, 채팅 등), 쇼핑, 종교, 운동 등 행위중독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중독치료전문가는 중독자들이 습관성 중독행동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치료하고, 법적, 경제적, 의료적인 측면에서의 전문적 지원과 자문을 제공한다. 중독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술, 마약 등의 행동 그 자체를 교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독자의 심리적, 정서적인 문제, 가족을 포함한 대인관계, 사회에 대한 불신과 증오 등의 사회심리학적 요인들을 확인하고 상담할 필요가 있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독자 본인의 적극적인 의지와 삶에 대한 애착이 중요하므로 근원적인 심리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중독에 대한 긍정적 환상을 깨뜨리거나 중독행위를 부추기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중독치료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중독의 유형별로 기본적인 지식과 중독심리치료에 대한 상담기법을 습득해야 하며, 심리치료의 경우 개인상담은 물론 부부 및 가족상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상담자는 심리치료를 받은 내담자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극복하고 자기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주어야 하고 대개 도박중독, 알콜중독 등 특정한 중독별로 치료전문가가 되어 활동한다. 우리나라에서 중독이 치료가 필요한 병의 일부라는 인식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심리치료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대개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한 후 중독상담기관, 정신병원 등에서 수련기간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터넷게임중독치료전문가

2013년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되면서 인터넷과 게임 중독에 대한 찬반론이 거세게 일었다. 핵심쟁점은 인터넷이나 게임을 마약처럼 국가에서 규제하느냐는 것과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현재 인터넷, 게임 중독에 대한 공식적인 진단 기준은 없으며 실제 질병으로 관리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인터넷 중독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면 알콜이나 도박 중독과 같은 실제적인 증상이고 중독의 특징인 통제상실, 갈망이나 내성과 더불어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 제시됐다. 각 지자체별로 인터넷 중독 예방센터를 설립하는 등 관련 대책이 이미 시행중에 있기도 하다.

인터넷게임 중독은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자기조절이 쉽지 않고 현실과 착각하여 지나친 폭력성향을 갖기 쉽다. 인터넷게임중독치료전문가는 인터넷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중독상태를 진단하고 적합한 치료방법을 제시해 중독을 치료한다. 인터넷게임중독 치료는 ‘6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중독에 대한 인정→왜 끊어야 하는지 동기부여→적성검사와 심리검사→개인별 맞춤 프로그램 설계→치료놀이, 명상, 약물 등 다양한 치료를 시행하는 실행단계→재발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상담 등 유지기간으로 진행된다. 다른 중독과 증상 및 치료방법이 유사한 면이 많기 때문에 중독치료 프로그램이 있는 병원과 연계해 치료하기도 한다. 자발적으로 병원으로 오는 환자가 많지 않아서 학교, 교회, 군대 등 예방을 위한 강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일하는 곳은 학교, 위센터(교육부), 청소년지원센터(여성가족부) 등이며, 전국적으로 200여 개 소가 운영 중이다. 또 민간단체로는 두레인터넷중독센터 등을 비롯해 크고 작은 중독치료센터가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및 대학원에서 심리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임상심리사, 상담심리사,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정신보건 간호사 등 정신건강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중독상담과 중독재활에 관한 임상경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