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서평_뿌연 안개 속의 현장을 밝혀 준 등대
독자서평_뿌연 안개 속의 현장을 밝혀 준 등대
  • 참여와혁신
  • 승인 2006.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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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노사·조합원 간 관계 정립 숙제로 남겨

민병희 <오비맥주 노동조합 사무장>

 

조합 홈페이지에 올라온 ‘누가 노동조합을 자판기로 만들었나’라는 책의 간략한 내용을 보고, 기존에 집필되었던 노동조합 관련 서적과는 다르게 작업현장에서만 맡을 수 있는 땀 냄새가 느껴져 책을 신청하게 되었다.

올해로 우리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53년의 세월이 흘렀다. 선배 동지들의 피땀 어린 투쟁으로 지금까지 노동조합이 건실하게 존재하여 왔다. 그러나 지금은 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나 자신도 조금은 나태해지고 길을 잃은 대한민국의 노동조합, 우리의 노동조합을 보면서 탄식을 할 때도 있었다.

‘누가 노동조합을 자판기로 만들었나’에 담긴,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흡사한 일면들이 나를 한 번 더 놀라게 했다.
계파 간의 힘겨루기에서부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현재의 경제적 실리주의만을 추구하는 조합원들의 생각까지 책에서는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다.

 

현재 우리 노동조합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야만 조합원과 조합이 살아갈 수 있다는 기본 생각 아래 집행부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행부의 문제점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라 변화를 주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문제점은 뿌연 안개 속을 달리는 자동차와 같이 ‘이것이 문제다, 저것이 문제다’ 집어내기가 정말 힘들었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이 책은 우리 노동조합의 변화 바람에 등대가 될 수 있을 만큼 노동조합의 현 실태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새로운 노동자 의식은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고 성과를 올리는 회사원으로서의 의식과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하는 조합원으로서의 의식이 결합될 때 발전하는 것이다.” (책 37쪽)

‘누가 노동조합을 자판기로 만들었나’는 계파간의 관계, 회사와 조합, 조합원 간의 관계를 어떻게 잘 풀어나가야 할지를 숙제로 남기고 있다.
이후로 더 많은 내용이 담긴 현장총서가 나오기를 책을 기대하면서 변화하려는 노동조합, 변화된 노동조합의 성공 사례와 경험을 실어서 참고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 날에 걸쳐 현장을 방문하고 인터뷰해서 좋은 참고서를 만들어낸 <참여와혁신> 취재진에 감사를 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