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노동’은 어디 가고, ‘기획’ ‘재정’만?
‘고용’ ‘노동’은 어디 가고, ‘기획’ ‘재정’만?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4.12.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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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립 기자 lipha@laborplus.co.kr

2014년 12월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17부, 5처, 16청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행정부가 행정자치부로 이름을 바꿔달았고, 해양경찰청이 폐지되고 국민안전처가 신설됐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에는 11부 4처였다. 당시 정부부처는 내무부, 외무부, 재무부, 국방부, 법무부, 문교부, 농림부, 상공부, 사회부, 교통부, 체신부, 보건부와 총무처, 공보처, 법제처, 기획처였다.

이후 여러 차례 정부조직 개편이 있었지만, 대부분 시대, 혹은 ‘정권의 의지’를 반영한 것들이었다. 1961년에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제기획원을 만들어 경제부총리 자리를 뒀다. 현재 기재부의 전신이자 이른바 모피아의 시작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1981년에는 노동청이 노동부로 승격됐다. 경제부처는 정부 수립 당시부터 있었지만 노동부처는 그로부터 33년이 걸려 생긴 셈이다. 노동부는 2010년 7월 15일 고용정책 총괄기능을 강화한다며 고용노동부로 이름을 바꾼다.

최근 노동정책, 그리고 노동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가 연장근로 한도를 연장하고, 휴일노동 가산수당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근기법 개정안을 냈다가 노동계의 호된 반발에 주춤하고 있다.

기재부는 연일 기상천외한 발상을 내놓고 있다. 해고는 정규직보다 쉽게 하고, 처우는 비정규직보다 나은 ‘중규직’이란 걸 만들겠다고 했다가 거센 역풍이 불자 사실무근이라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 하지만 그간 기재부가 ‘정규직 과보호론’을 내세우며 고용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던 것을 보면 단순 해프닝으로 보긴 어렵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고용과 노동정책을 총괄한다는 고용노동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부처가 경제논리, 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기업논리를 앞세워 노동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도 고용노동부는 꿀 먹은 벙어리다.

근로기준법이건, 노동법이건, 혹은 경제정책이건, 노동정책이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두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우선은 공론의 장에서 광범위하고 치열한 논쟁 끝에 결론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에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노동하는 절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의 질을, 그리고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어야 할 철학의 방향도 분명하다. 적어도 뒷걸음질 치지 않는, 중간을 끌어내려 아래에 줄맞추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내일에 대한 분명한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

또 한 가지, 기획재정부가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만약 지금의 방향이 현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 방향이 아니라면 기재부와 맞서 혼선을 정리해야 하고, 그 방향이라면 경제부처가 아닌 고용노동정책 총괄부처에서 욕을 먹든 관철을 시키든 앞에 서야 한다. 정부부처 내에서조차 노동이 ‘왕따’ 당하는 현실이 아니기를 소망한다.